트럼프 "쿠바 국교 재개? 뒤집을 수 있다"

美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버락 오바마 美대통령의 대표적 업적으로 꼽히는 쿠바와의 국교 재개를 다시 뒤집을 수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고 있다.

美'CNN', 'A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현지시간) 트럼프는 플로리다州 마이애미 유세 현장에서 쿠바가 종교와 정치의 자유 보장 등 특정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이런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오바마 정부가 체결한 미국과 쿠바 간 국교 복원은 카스트로 정권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것"이라며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다음 대통령이 모두 되돌릴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카스트로 정권이 우리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내가 그렇게 할 것"이라며 "이는 나만의 요구가 아닌 우리 모두의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쿠바가 정치·종교적 자유를 보장하고, 수감 중인 모든 정치범들을 석방해야한다면서 "나는 공산당 압제에 맞서 싸우는 쿠바인과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이 같은 발언은 멕시코, 쿠바,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 이민자들이 많은 마이애미에서의 맞춤 전략으로 보인다.

美'폴리티코'는 "플로리다州 여론조사에서 트럼프가 美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을 근소하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쿠바계 미국인들의 (트럼프에 대한) 지지는 탐탁지 않다"면서 "그가 이기기 위해서는 이를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이번 발언은 2015년 오바마의 쿠바 정책과 관련, 일간지 '데일리 콜러'의 질문에 그가 관계 정상화를 지지한다고 답했던 것과 배치되는 것이기도 하다.

당시 트럼프는 "더 나은 조건으로 협상이 타결됐으면 좋았겠지만, (오바마의 쿠바 정책이) 괜찮았다고 본다"면서 "지난 50년 동안의 단교면 충분하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과 쿠바는 1961년 미사일 위기로 50년 넘게 단교했었다. 오바마 행정부는 2014년 쿠바와의 관계 복원을 선언했으며, 2015년 5월에는 쿠바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했다.

2015년 7월에는 쿠바 수도 아바나에 미국 대사관을 개설했으며, 2016년 3월에는 오바마가 美대통령으로는 88년 만에 쿠바를 방문했다.

한편 지난 3월 오바마 美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의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인권 문제를 두고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기도 했다.

오바마 美대통령이 "언론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는 보편적인 가치"라고 언급하자, 카스트로 의장은 "정치범 명단을 제출하라"면서 "만약에 있다면 당장 석방하겠다"고 맞선 바 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쿠바계 미국인권재단(CANF)'은 쿠바 당국에 의해 수감된 47명의 정치범 명단을 공개하면서 카스트로 의장의 발언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