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대통령령 각 부처 검토 중, 은행의 대북제재 이행 빼면 내용 없어
  • ▲ 유엔 안보리는 대북제재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사진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리포트 모음. ⓒ유엔 안보리 홈페이지 캡쳐
    ▲ 유엔 안보리는 대북제재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사진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리포트 모음. ⓒ유엔 안보리 홈페이지 캡쳐

    지난 3월 2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가 만장일치로 채택된 뒤 각국은 해당 대북제재 이행보고서를 제출했다. 현재까지 30개국 이상이 이행보고서를 유엔 안보리에 냈다.

    그런데 이 가운데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에 제출한 이행보고서가 눈길을 끌고 있다. 단 한 장짜리 보고서여서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 ‘자유아시아방송(RFA)’ 등은 “러시아가 올초 북한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하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2270호 이행사항을 한 쪽으로 정리했다”고 15일 보도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러시아의 대북제재 이행보고서는 해당 보고서를 소개하는 문구를 제외하면, 실제 대북제재 이행조치 사항은 단 세 문장으로 설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소리’ 방송에 따르면, 러시아가 제출한 유엔 대북제재 이행보고서 속의 조치는 러시아 외교부가 작성한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 관련 대통령령을 현재 내각에서 검토하고 있다는 점, 대통령령 발표 전까지 유엔 대북제재 결의가 러시아 영토 내에서 지켜져야 한다는 내용을 러시아 외교부가 각 정부부처에 전달한 점, 러시아 중앙은행이 자국 은행들에게 유엔 대북제재 결의를 이행하도록 통지문을 발행했다는 점이 전부라고 한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이 이행보고서를 지난 5월 27일 작성해 제출 기한인 6월 2일 이전에 제출했다”면서 “다른 상임이사국과 비교해 분량이 매우 적다”고 평가했다.

    다른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은 18쪽, 영국은 9쪽의 이행보고서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이행보고서를 제출한 나라 가운데 80%가 2쪽 이상의 보고서를 제출했다”면서 “캐나다, 호주, 이라크, 이집트도 1쪽 짜리 보고서를 냈지만, 캐나다와 호주는 추가 보고서 제출을 예고했다”면서 러시아 정부의 저의가 무엇인지에 의문을 표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 위원회는 별도의 웹사이트 공지를 통해 각국 정부에 이행보고서 작성에 관한 지침을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이 공지에 있는 ‘체크리스트’를 활용해 보다 확고한 대북제재 조치를 이행보고서에 명시하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었다.

    ‘미국의 소리’와 ‘자유아시아방송’의 보도처럼, 1쪽 자리 대북제재 이행보고서를 낸 러시아의 속셈은 현재로써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2014년 이후 북한과 적극적인 경제협력을 모색해 온 러시아 정부의 과거 행태로 미뤄볼 때 대북제재를 ‘형식적’으로만 이행하고 실제로는 북한 김정은 체제 유지에 도움을 주면서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일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