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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누리당 강석호 의원이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내 의원들 중 최초로 최고위원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8·9 전당대회를 앞두고 단일성 지도체제를 채택한 새누리당에 당대표 나가겠다는 사람은 넘치는 반면 최고위원 출마자는 인재 기근 상황이라 우려를 낳고 있다.
당대표는 단 1명을 뽑는데 김용태·이주영·이정현·정병국·한선교 의원(이상 출마 선언순)이 이미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여기에 홍문표·홍문종·서청원·나경원 의원도 당대표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벌써 당대표 후보군만 10명에 육박하는 셈이다.
최고위원은 4명(별도 선출하는 청년최고위원 제외)을 뽑는데 아직까지 출마를 선언한 사람은 강석호·이장우 의원 둘밖에 없다. 그나마도 12일 이장우 의원이 출마를 선언하기 전까지는 한동안 강석호 의원이 유일한 출마 후보였다.
이 때문에 1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 전체회의에서는 1명 뽑는 당대표 자리에는 후보 5명이 몰려 사자후를 토했지만, 정원 4명인 최고위원인 강석호 후보 한 명만 정견을 발표하는 기이한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최고위원들은 당대표와 함께 지도부를 구성해서 내년 12월 대선까지 당을 이끌어가야 하는데, 이같은 현상은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새누리당이 채택한 단일지도체제는 과거 '제왕적 총재' 시절과 같은 유일지도체제가 아니다. 정식 명칭도 어디까지나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다. 최고위원들은 오는 8월 9일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면 당장 이튿날부터 카메라 앵글이나 TV 화면에 당대표와 함께 잡히게 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2·8 전당대회를 앞두고 단일지도체제로 변경했다. 박지원·박주선·조경태 의원처럼 정치적 중량감이 있고 지역대표성을 가진 인물들이 당대표에 도전했다가 문재인 전 대표에게 밀려나는 바람에 지도부에 진입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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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이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내 의원들 중 두 번째로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당시 더민주 최고위원 경선도 일각에서 '마이너리그'라고 부르며 기피하는 현상이 있었다.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 선출하는 '투 트랙 시스템' 때문에 함량이 떨어지는 일부 인물들이 지도부에 진입했다.
이렇게 해서 2·8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지도부는 문재인 대표에 이어 원내대표, 주승용 최고위원, 전병헌 최고위원 순으로 보통 발언을 이어갔다. 전병헌 최고위원이 발언을 마치면 아직 최고위원들의 발언이 2~4명이나 남았는데도, 사진기자들이 썰물 빠지듯이 빠져나가곤 했다.
나머지 최고위원들은 한 말을 또 하거나, 정국 현안과 전혀 관련 없는 자신의 관심사에 매몰되는 등 메시지 전달 능력이 현격히 부족했기 때문이다. 회의 시간만 길어지고 언론의 조명은 못 받아 당 차원에서도 손해가 막심했다.
단순히 메시지 전달능력만 떨어지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른 임기응변 대응 수준도 한심해, 당의 이미지에 심대한 타격을 입히기도 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의 "공갈" 발언으로 주승용 수석최고위원이 사퇴를 선언하고 퇴장한 '비정상적 상황'에서도 꿋꿋이 미리 준비해왔던 노래를 공개 회의석상에서 부른 '5·8 참사'도 그래서 일어났다.
이처럼 일부 최고위원의 자리가 함량 미달의 인물들로 채워진 것만큼이나 정치력이 탁월한 인재들이 지도부에 들지 못한 것도 당의 손실이었다. 당시 당대표 경선에서 밀린 박지원·박주선·조경태 의원은 전부 다 탈당해서 지금은 다른 당에 몸을 담고 있다.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할 일이다.
최고위원의 중요성을 새누리당 당내의 구성원들이 재인식해야 한다. "내가 선수(選數)가 몇 선인데…"라는 생각으로 최고위원을 경시할 일이 아니고, 절대 '마이너리그'로 그릇 여겨서도 안 된다. 대표와 함께 당을 정권재창출로 이끌어갈 소중한 자리로 바라봐야 한다.
당내에서 중량감이 크다는 중진 의원들도 자기 자신의 진퇴만 고민하지 말고, 여러 주변의 정치력이 탁월한 인사들에게 적극적으로 최고위원 출마를 권유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진정 '좌장'이며 '맏형'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취해야 할 처사임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