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된 공천으로 낙천됐던 당사자… 서청원 향해 벌써부터 직격탄
  • ▲ 새누리당 주호영 의원이 지난 6일 복당한 뒤 처음으로 의원총회에 출석해 복당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주호영 의원이 지난 6일 복당한 뒤 처음으로 의원총회에 출석해 복당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한구 공관위'에 의해 낙천한 뒤 이에 불복하고 탈당, 무소속으로 당선돼 새누리당으로 돌아온 주호영 의원(4선·대구 수성을)이 8·9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

    굳이 분류하자면 비박(非朴)이지만 '유승민 국회법 파동' 때 몇 안 되는 '소신 반대표'를 던진 의원들 중 한 명이고 청와대 정무특보로도 지명된 적이 있으며, 새누리당 본류에 해당하는 대구·경북 출신이라는 점에서 주호영 의원의 출사표로 전당대회 판세가 크게 출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주호영 의원은 15일 불교방송라디오 〈아침저널〉에 출연해 "지난 총선에서 봤듯이 계파 정치가 공천 파행을 불러왔고, 새누리당에 몰락에 가까운 결과를 가져왔다"며 "전당대회가 다시 계파 대결로 흐른다면 내년 대선도 결과는 뻔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새누리당이 망하는 것은 좋지만,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은 어떻게 되겠느냐"고 친노·친문패권 급진(急進) 세력의 집권을 경계하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이번 전당대회는 계파 대결을 지양하고 양측이 비토하지 않을 중립적인 사람에게 당대표를 맡겨 화합의 전당대회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본인 스스로 출마를 결심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주호영 의원의 당대표 출마가 현실화되면 전당대회 구도에 큰 파란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주호영 의원은 지난 공천 과정에서 '이한구 공관위'의 그릇된 공천으로 실제 억울하게 낙천됐던 인물이다. 공천 기준으로 '정체성'을 운운했던 이한구 당시 공관위원장이 정체성에 전혀 의문이 없는 주호영 의원을 낙천시킨 이유는, 대구 수성갑 의원으로서 수성을 의원인 주호영 의원과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 수성구청장 공천을 놓고 갈등을 벌였던 것에 대한 '뒤끝'이라는 설이 파다하다.

    이후 주호영 의원은 억울한 낙천에 불복하고 탈당, 수성을 지역구민의 선택을 받아 당에 생환했다. 그는 이날도 "공직 후보자를 국민에게 내어놓는 과정은 공정하고 투명해야 하는데 근 수십 년 사이에 볼 수 없었던 공천 파행을 새누리당이 저질렀다"며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지만 그 과정에서 이렇게까지 정치를 해야 하나 이런 생각이 참 많았다"고 토로했다.

    비박(非朴) 정병국·김용태 의원 등이 '친박의 총선 패배 책임론'을 주장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그들 스스로 잘못된 공천 과정을 뻔히 지켜보면서 그 체제 속에서 공천을 받은 인물이라는 한계가 있다.

    친박(親朴) 한선교·이장우 의원이 반박하듯이 "그 과정에서 소리 한 번 질렀느냐"며 "당신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반박한다면 사실 딱히 할 말은 없는 셈이다.

    하지만 주호영 의원은 잘못된 공천에 직격탄을 날리고 뛰어나가 국민의 직접 심판을 받고 돌아온 사람이다. 지난 총선에서 잘못된 공천 과정에 책임이 있는 사람과 직접 대결 구도가 형성된다면 '총선 패배 책임론'은 한층 무겁게 전당대회 국면을 내리누를 수밖에 없게 된다.

    실제로 주호영 의원은 이날 본인이 낙천됐을 당시 최고위원으로서 당 지도부의 일원이었던 서청원 의원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당대표 출마를 거의 결심한 것으로 알려진 '친박의 맏형' 서청원 의원을 향해 "8선 의원으로 당의 최고 어른인데 지난 총선에 최고위원으로서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며 "당을 위해 좋은 길이 무엇인지 고민해서 결정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했다. 사실상 '고민해보면 당연히 불출마 아니겠느냐'고 압박한 셈이다.

    이러한 구도에서 바라보면 주호영 의원은 '친박의 총선 패배 책임론'에 올라탄 비박인 모양새인데, 또 이른바 '강성 비박'으로 경도되지 않았다는 게 강점이다.

    주호영 의원은 '친박 핵심 중의 핵심'이라는 윤상현·김재원 의원과 함께 청와대 정무특보로 지명됐었다. 그만큼 청와대와의 관계가 원만하다는 뜻이다.

    이른바 '유승민 국회법 파동' 때도 몇 안 되는 반대표를 던진 사람들 중 한 명이다. 헌법재판소에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을 내고 소송 과정을 주도하는 등 '보수 본류'의 색채가 뚜렷하다.

    지역적 기반도 새누리당 주류에 해당하는 TK다. 비박의 표를 끌어안으면서도 친박이 딛고 있는 바탕을 허물 수 있는 파괴력 있는 후보라는 평이다.

    문제는 8·9 전당대회 당대표 출마를 결단한 것이 '단독 드리블'인지, 아니면 모종의 교감 내지는 '교통 정리'가 있었는지 여부다. 서청원 의원이 거의 출마를 결단했다고 알려진 가운데, 이에 대항하는 비박계 핵심 중진 의원, 예를 들어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과의 교감이 있었다면 그 파괴력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

    당대표 후보 난립으로 3배수 컷오프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있는 가운데, 뜻밖의 '비박 대표 주자'로 부상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주호영 의원 본인도 주변 사람들로부터 강력한 출마 권유를 받았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아, 출마를 적극적으로 권유한 측이 어느 쪽인지 관심이 쏠린다.

    주호영 의원은 "어느 계파에 소속되지 않은 내가 중립지대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며 "몇몇 분들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라고 해서 출마 쪽으로 결심을 굳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