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하다"했다가 만 하루도 안돼 "오해 없길"… 박지원 "품격 지켜야" 일침
  • ▲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앞서서 전날 자신의 안철수 대표에 대한 비판 발언을 해명한 뒤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앞서서 전날 자신의 안철수 대표에 대한 비판 발언을 해명한 뒤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법정기한 내에 원구성이 이뤄지지 않으면 세비를 받지 않겠다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발언에 대해 "유치하다" "반(反)정치적"이라고 맹비난했던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하루 만에 고개를 숙였다.

    난항을 겪는 원구성 협상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싸늘해지고 있는 가운데, '공조'의 대상이었던 국민의당과 거친 말을 주고받게 된 상황이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환영한다"며 사과를 받아들일 뜻을 밝혔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2일 정책조정회의에 앞서 "어제(1일) 기자들과 점심식사 자리에서 말했던 세비 관련 발언은 안철수 대표를 비판하기 위한 게 아니다"라며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당의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고 해명했다.

    전날 우상호 원내대표는 취재진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안철수 대표가 "7일까지 원구성이 되지 않으면 세비를 받지 않겠다"고 밝힌 것을 향해 "전형적인 반정치 논리"라며 "국회의원에게 세비로 시비를 거는 게 제일 유치하다"고 비난했다. "우리가 월급에 연연하는 것도 아닌데 모욕감을 느낀다"고도 했다.

    당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나왔던 상대 정당 대표의 발언을 반나절 만에 거침없이 받아쳤다가, 다시 날이 바뀌자마자 황급히 해명했다. 이는 생각보다 국민의당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3야(野) 공조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조짐이 보이자 당황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은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의 발언이 알려지자, 김경록 대변인 명의로 출입기자단에 발송한 문자 메시지를 통해 "일하지 않고 버젓이 세비를 받는 것이 부끄럽지 않느냐"며 "부끄러움을 아는 국민의당을 유치하다고 비난하는 것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태도"라고 받아쳤다.

    나아가 "개원(開院)도 못한 상황에서는 국민 혈세를 못 받겠다는 게 우리의 상식"이라며 "책임지고 결정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진 사람이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며 남을 헐뜯는 게 과연 할 일인지 반문하고 싶다"고 꼬집었다.

  • ▲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정책회의 도중 김명진 대표비서실장으로부터 같은 시각 진행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우상호 원내대표의 해명이 있었다는 사실을 보고받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정책회의 도중 김명진 대표비서실장으로부터 같은 시각 진행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우상호 원내대표의 해명이 있었다는 사실을 보고받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가 더민주~국민의당~정의당 3야 간의 '담합'을 이유로 원내수석 간 회동까지 거부하고 있어 원구성 협상이 벽에 부딪친 가운데, 자신의 '세비' 관련 발언으로 야권 공조까지 흔들거리자 우상호 원내대표가 부담을 느꼈다는 분석이다.

    나아가 실제로 7일까지 원구성이 되지 못하고 국민의당이 세비를 받지 않는 상황이 전개될 경우, 국민들의 비판 여론과 정치적 책임을 오롯이 뒤집어쓰게 될 우려가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우상호 원내대표의 해명이 나오자, 국민의당은 이를 '사과'로 해석하고 받아들이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당초 이날 원내정책회의에서 "안철수 대표의 '무노동 무임금' 발언은 의총을 거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우리 당의 당론"이라며 "하기 싫으면 자기들만 안 하면 됐지, 국민의 요구를 받아들이겠다는 국민의당에 시비를 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회의 도중 우상호 원내대표가 해명을 했다는 사실이 전해지자, 박지원 원내대표는 공개 회의를 마무리하기에 앞서 다시 마이크를 잡고 "우상호 원내대표가 안철수 대표의 '무노동 무임금' 발언에 대해 조금 심하게 말을 했는데, 오늘 아침 회의 발언을 통해서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연락을 받았다"며 "우상호 원내대표의 사과 발언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박지원 원내대표는 "양당 공조를 위해서도 서로 자제를 하면서 상대 대표에 대해서는 품격 있는 말이 오고가야 할 것"이라고, 우상호 원내대표를 향한 '훈계'와 일침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