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담합부터 사과" 더민주 "콘클라베식 협상하자" 압박 카드 총출동
  •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법정기한내 원구성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개원(開院) 지연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여야 3당의 움직임이 긴박해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달 31일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야3당 원내수석부대표들이 모여 정국 현안의 상임위 청문회를 합의하자, 야권의 사과를 요구하며 협상에서 발을 빼고 있다.

    새누리당 김도읍 원내수석은 1일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나만 빼고 자기들끼리 만난 것 아니냐"며 "상임위원장 배분도 '짬짜미'한다는 얘기가 있다"고 분개했다. 김도읍 원내수석은 "야당이 숫자로 밀어붙이겠다는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이라며 야당의 사과 없이 협상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협상의 한쪽 당사자인 새누리당 원내수석을 배제한 채, 야3당 원내수석끼리만 모여 무언가를 '흥정'한 것 자체가 현재의 협상 파탄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을 부각시키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한 발 양보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며 일응 새누리당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고, 일응 파행의 책임을 새누리당에 귀속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2일 정책조정회의에서 "더민주는 교착상태에 빠진 정국을 타개하기 위해 중대한 결심을 했다"며 "20대 국회를 법에 정해진 시점에 개원하겠다는 약속이 중요하다고 보고 법사위를 양보하기로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상호 원내대표는 "여소야대 국면에서는 국회의장을 야당 의원이 맡는 게 타당하다"며 "이제 새누리당이 화답할 차례"라고 압박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더민주가 원내 1당을 차지하는 것이 쉽게 돌아오는 기회가 아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국회의장을 하고자 하는 당내 중진 의원들의 희망을 우상호 원내대표가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와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 변재일 정책위의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와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 변재일 정책위의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국회의장은 더민주 몫'이라는 게 협상 과정에서 뒤바뀌지 않기를 원하는 당내 중진들의 소망을 감안해 우상호 원내대표가 '법사위원장 양보'로 선수를 치며 '국회의장 굳히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물론 이러한 '진전된 제안'을 새누리당이 수용하지 않을 경우, 임박한 원구성 협상 파행을 새누리당의 책임으로 몰아가려는 의도 또한 포함된, 복합적인 수로 읽힌다.

    더민주 박완주 원내수석도 이날 때를 같이 해 "원구성 법정시한을 지킬 수 있게 협상을 속도감있게 하자"며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처럼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무제한 협상을 벌이자"고 압박했다.

    '콘클라베'는 교황령에서 추기경단 중에 새로운 교황을 선출할 때 적용하는 선거 방식으로, 결론이 나올 때까지 추기경 선거인단은 소정의 식사만 제공받을 뿐 선거 현장에 유폐된 채 밖으로 나올 수 없다. 결론이 나올 때까지 무기한 진행되는 '감금 선거'인 셈이다.

    이처럼 더민주가 다양한 수법을 통해 새누리당을 압박하고, 새누리당은 이를 '꼼수'로 치부하며 야3당 '담합'에 대한 사과부터 선행하라는 입장인 가운데, 제3당인 국민의당은 '거대 양당의 샅바 싸움'이 국회를 시작부터 교착 상태에 빠뜨렸다고 몰아가려는 수순을 차근차근 밟고 있다.

    국민의당은 당초 '캐스팅보터'로서의 지위를 적극 활용해, 국회사무총장이나 추가적인 상임위원장 등의 획득을 시도할 것으로 점쳐졌으나, 실제 협상 테이블에서는 그러한 움직임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18개 상임위의 8·8·2 배분 원칙을 고수한 채 자신들의 몫인 국회부의장 한 자리와 2개 상임위만 확실히 챙기려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 대신 "양당이 신경이 날카로워 중재하기가 무척 어렵다"며 적극적인 중재 노력보다는 양당의 극한 대립을 관망하는 모양새다. 이대로 가면 국회의장을 둘러싼 양당 간의 대립으로 법정시한내 원구성은 절로 무산되는 수순이다. 이 때 국민의당이 먼저 나서서 세비를 받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면 자연스레 국민 여론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국민의당은 원구성 파행시 '거대 양당'을 비판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 ▲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와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와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정책회의에서 "의장, 상임위원장이 누가 되느냐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은 정치권의 자리 다툼으로 생각할 뿐"이라며 "국민의당은 국회법 5조 3항에 의거, 7일째되는 날 최초 임시회를 할 수 있도록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하겠다"고 압박했다.

    아울러 "반드시 6월 7일 원구성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가 강하기 때문에 7일 09시에 예정돼 있는 원내대책회의는 국민의당 의원총회로 대체하겠다"며 "만약 원구성이 되면 되는대로, 되지 않으면 되지 않는대로 우리 의원들과 대책을 숙의하겠다"고 예고했다.

    원구성이 되면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당 몫인 국회부의장을 경선하겠다는 것이지만, 역시 무게중심은 '원구성이 되지 않을 경우'에 실린다. 의총에 모인 38명의 국민의당 의원들이 '거대 양당'을 향해 '국민과의 약속인 개원의 법정시한을 지키지 못했다'며 '십자포화'를 내뿜는 그림이 그려진다.

    특히 원구성이 되지 않을 경우, 7일 오전에 열릴 국민의당 의총에서는 '세비를 받지 않겠다'는 결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새누리당·더민주 양당에 가해지는 정치적 압력이 한층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새누리당은 야권 전체를, 더불어민주당은 새누리당을, 국민의당은 새누리당·더민주 '거대 양당'을 겨냥한 채 싸잡아 '법정시한 내에 국회를 개원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게 한 교착 상태의 원흉'으로 매도할 수순으로 나아가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실질적인 협상이 진행돼도 시간이 부족할 마당에, 쌍방 간에 원구성 파행의 책임론을 제기할 준비를 하고 있으니 법정시한내 개원 전망은 극히 어둡게 됐다.

    야권 핵심관계자는 "오늘(2일)까지는 원구성의 합의가 됐어야 3일에 각 정당이 경선 공고를 하고, 7일 오전에라도 국회의장·부의장 당내 경선을 해서 오후에 본회의를 열고 선출을 할 수 있었다"며 "이대로 합의하지 못한 채 4일부터 연휴에 돌입하면 법정시한을 지킬 도리가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상황은 사실상 서로가 파행을 각오한 채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길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상대에게 책임을 떠넘기면 될 것 같지만, 법정시한 내에 원구성을 못하게 되면 여야 정치권 전체가 국민들의 엄중한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는 걸 모르는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