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는 더민주 보다 말리는 국민의당이 더 밉다?

국회 원(院) 구성을 놓고 여야 3당이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리딩파티'를 자임한 국민의당이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장과 핵심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민의당이 제3당으로서 협상을 적극적으로 중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김도읍·더민주 박완주·국민의당 김관영 원내 수석부대표는 법정 시한을 하루 앞둔 6일 엿새 만에 만나 비공개 오찬회동 이후 국회에서 협상을 재개했다. 

최종 합의 가능성은 미비하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여야 간 견해차가 큰데다 국민의당이 여전히 '상임위 2개를 가져가겠다'는 입장 외엔 관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의 이같은 '눈치보기'가 이어지자 야당인 더민주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더민주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오늘은 국민의당도 진패(眞牌)를 갖고 와야 한다"며 "그것에 따라 새누리당이 내놓을 게 두 개가 될지, 세 개가 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의 소극적인 입장을 지적하고 뚜렷한 입장표명을 촉구한 것이다. 

협상 전 더민주 박완주 수석부대표는 "오늘 저녁에 협상이 잘 논의되면 (원 구성이) 가능하다고 본다"며 희망을 가졌지만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결과적으로 7일 개원을 하지 못함으로써 무노동 무임금 위기에 처해있다"고 밝히면서 협상 불발을 예고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원 구성의 실패로 새누리당의 혼선과 더민주의 과욕을 지목했다. 새누리당 정진석·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와 개별적으로 통화하며 중재를 시도했지만 양당이 국회의장을 모두 포기하지 않고 당내 문제까지 겹쳐 어려운 처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늘 수석 회동에서 (원 구성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우리 당의 입장을 내일, 모레 사이에 분명히 밝히겠다"며 구체적인 전략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대장장이도 달궈졌을 때 쇠를 내려친다"며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말했다. 리딩 파티로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하지만 "국민이 원하는 것은 일하는 국회"라고 강조하던 국민의당이 원 구성 법정시한을 하루 앞둔 지금이 아니면 언제가 때인지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이때문에 국민의당이 법정시한 전 원구성이 깨진 책임을 협상을 주도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양당에 씌우고 '캐스팅보트'로서 명분을 챙기겠다는 의도가 아닌가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민의당과 안철수 대표의 지지도가 하락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4·13 총선 당시 녹색바람의 원동력이었던 거대양당 심판론을 다시 꺼내 들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법정기한 내에 원 구성이 이뤄지지 않으면 세비를 받지 않겠다는 안철수 대표의 무노동·무임금에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호응하지 않은 것도 양당을 향해 정치적 압력을 가하려는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나쁠 것 없는 상황이다. 

한편, 여야 3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시작된 회동은 3시간반 동안 이어졌으나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태다. 이들은 오후 8시에 다시 모여 협상을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