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다바오市서 22년 간 시장으로 재직하며 ‘범죄와의 전쟁’ 벌여 승리
  • ▲ 지난 9일 필리핀 대선에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다바오 시장이 승리했다. 외신들은 그를 '아시아의 트럼프'라 부르며 매우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호주 시드니모닝헤럴드 관련보도 화면캡쳐
    ▲ 지난 9일 필리핀 대선에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다바오 시장이 승리했다. 외신들은 그를 '아시아의 트럼프'라 부르며 매우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호주 시드니모닝헤럴드 관련보도 화면캡쳐

    1992년 미군이 떠난 뒤 25년 가까이 경기침체와 범죄로 고통 받던 필리핀 국민들이 결국 ‘강력한 법 집행자’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지난 9일 주요 외신들은 필리핀 대통령 선거에서 올해 71살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다바오市 시장이 사실상 당선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외신들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그가 대선 유세 기간 동안 온갖 막말로 비판을 받았던 점을 강조하는 보도가 많지만, 일각에서는 ‘범죄소탕’에 대한 그의 의지와 공적 덕분에 대선에서 승리했다고 평가한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후보는 다바오 주지사를 지낸 아버지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다바오市에서 자랐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고교 시절 2번이나 퇴학당한 ‘문제아’였다고.

    로드리고 두테르테 후보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산베대大 법대에 입학, 졸업 후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뒤 지방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지방검사가 된 1970년대 후반부터 ‘범죄와의 전쟁’을 벌였다.

    1988년에는 다바오 시장에 당선됐다. 이후 본격적인 ‘범죄와의 전쟁’이 시작됐다고 한다. 그는 7번이나 시장에 재선, 과거 강력범죄가 만연했던 다바오 시를 필리핀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이자 사업하기 좋은 도시로 만들어 버렸으며. 로드리고 두테르테 후보의 주장에 따르면 ‘세계에서 5번째로 안전한 도시’라고 한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후보가 범죄를 소탕한 것에 대해 필리핀 국민들은 환호했지만, 해외 언론들은 그가 ‘범죄와의 전쟁’을 빌미로 초법적 행동들을 일삼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후보는 다바오 시장에 처음 당선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중국인 소녀를 유괴 납치해 성폭행한 남성 3명을 직접 총으로 쏴죽인 적이 있다고 인정해, 필리핀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기도 했다.

    하지만 필리핀의 소위 ‘인권단체’들은 실제 일어난 일은 그보다 훨씬 잔인했다고 주장한다.

    외신들은 필리핀 인권단체와 현지 언론을 인용, 로드리고 두테르테 후보가 다바오 시장 재임 시절 ‘자경단’을 조직한 뒤 마약상, 조직폭력배, 납치범 등의 범죄자를 직접 찾아내 재판을 거치지 않고 처형했다고 전했다. 시장 재임 기간 동안 그의 손에 ‘처단’된 범죄자가 1,700명이 넘는다는 주장도 나온 적이 있다. 

    그럼에도 로드리고 두테르테 후보가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된 것은 그가 유세 동안 밝힌 공약들 때문이라는 것이 필리핀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 ▲ 평생을 '범죄와의 전쟁'에 보낸 로드리고 두테르테 후보는 평소에도 사격을 즐긴다고 한다. ⓒ호주 시드니모닝헤럴드 관련보도 화면캡쳐
    ▲ 평생을 '범죄와의 전쟁'에 보낸 로드리고 두테르테 후보는 평소에도 사격을 즐긴다고 한다. ⓒ호주 시드니모닝헤럴드 관련보도 화면캡쳐

    그는 유세를 하면서 “내가 대통령이 되면 6개월 안에 필리핀의 모든 범죄를 소탕할 것”이라면서 “범죄자 10만 명을 죽여 물고기 밥이 되도록 마닐라 앞바다에 버릴 것” “마약범죄자의 시체를 수용할 장례식장이 더 필요할 것” 등의 발언을 해 화제를 모았다. 심지어 “내 자식이 마약을 한다면 죽여 버릴 것”이라는 말도 했다고.

    이에 로드리고 두테르테 후보 선거 캠프 관계자는 “후보가 범죄척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밝히면서 과장한 것”이라며 “실제로 모든 범죄자를 ‘처형’하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해명하는 일까지 벌어졌다는 것이 현지 언론들의 이야기다.

    범죄에 대한 증오와 함께 다바오 주민들의 높은 평가도 그가 대선에서 승리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됐다고 한다. 다바오 주민들은 ‘로드리고 두테르테’가 시장이었다는 점에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그가 시장이 된 뒤 관료사회의 부패가 사라지고, 도시 환경이 깨끗해졌으며, 범죄가 사라진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막말 파문’을 문제로 삼는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후보는 대선 유세 도중 1989년 다바오 교도소 폭동 사건을 언급하면서, 수감자들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된 호주 여성 선교사를 언급하면서 “그녀는 예뻤다. 시장인 내가 먼저 (성폭행을) 해야 하는데…”라는 말을 했다가 호주, 미국 정부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또한 2015년 1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필리핀 마닐라를 찾았을 때 도로 통제로 교통 체증이 일자 교황을 향해 상스런 욕설을 했다가 비난을 사기도 했다.

    때문에 반대파들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후보를 ‘징벌자’ ‘더티 해리’ ‘필리핀의 트럼프’ 등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 별명을 붙여 부른다고 한다.

    필리핀 내부에서는 이처럼 대선에서 승리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후보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지만, 범죄 소탕 공약을 지킬 것인지는 모두의 관심사라고 한다.

    필리핀은 1992년 미군이 철수한 뒤부터 치안과 안보 상황이 크게 나빠졌다.

    이전에는 극소수 세력에 불과했던, 남부 민다나오 지역의 이슬람 테러조직은 알 카에다와 ‘대쉬(ISIS)’와 손을 잡으면서 이제는 정부군까지 위협할 정도의 거대 세력이 됐고, 中공산당은 필리핀이 점유하고 있던 남중국해 섬들을 빼앗은 뒤 위협하고 있다.

    게다가 “치안이 엉망”이라는 소문을 들은 외국인 범죄자들까지 대거 몰려들면서, 필리핀 전역은 현재 각종 범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처럼 치안질서와 안보에 문제가 생기면서, 필리핀 경제 또한 계속 쪼그라들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후보가 집권한 뒤 실제로 필리핀 전역에서 범죄를 몰아내게 된다면, 치안·안보는 물론 경제 문제까지도 일시에 해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