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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구마모토 지진, 16만 이재민 굶기는 ‘관료주의’

정부서 구호물자 70만 명 분 내려 보냈지만, 공무원들 ‘규정’ 내세워 창고行

입력 2016-04-19 18:38 수정 2016-04-19 19:24

▲ 지진 이후 사상자 집계 중일 때 日NHK월드 보도 장면. 화면에서 보듯 구마모토 일대의 사회기반시설이 대부분 파괴된 상태다. ⓒ日NHK 월드 유튜브 채널 캡쳐

지난 14일과 16일 日규슈 섬의 구마모토 현, 오이타 현에서 일어난 지진으로 16만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하지만 17일까지 400번 이상 계속된 여진(餘震)으로 이재민들은 대피소보다는 노숙을 선호할 정도로 불안해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재민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안전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하려 하지만, 일본 사회에 깊이 스며든 ‘관료주의’가 이재민을 괴롭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은 물론 미국, 대만, 중국 언론들은 처참한 피해를 입은 가운데서도 정부가 배급하는 부족한 식사를 받으며, 아무런 항의도 하지 않는 질서의식을 칭찬하고 있다. 하지만 그 실체에 대해서는 거의 말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일본 내부의 목소리다.

지난 17일 구마모토 현 스나토리 초등학교에서는 아침 식사로 이재민들에게 죽을 배급했다. 4인 가족이면 한 그릇, 그 이상이면 두 그릇이었다. 반찬도 없었다. 그럼에도 이재민들은 “더 달라”거나 새치기를 하는 등의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과 대만, 중국 언론들은 이를 칭찬했다.

구마모토 현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다는 상하수도국 앞에서 물을 배급받는데서도 2~3시간씩 기다리면서도 모두 질서를 지키고, 정량보다 더 받으려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재민이 된 일본 시민들의 모습은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현지 재해대책본부를 운영하고 있는 구마모토 현청의 행태를 비난을 받아야 할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정부는 지진 피해 소식을 전해들은 뒤 비축해 놓고 있던 비상식량 70만 명분과 구호물자 등을 황급히 구마모토 현지로 내려 보냈다고 한다. 여기에는 이재민들에게 당장 필요한 쌀, 밀가루, 물, 담요, 건전지 등이 모두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각지에서도 구호품을 모아 전달하고 있다. 2011년 3월 ‘도호쿠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었던 미야기 현 주민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음료 1,200리터, 빵 등을 재해대응직원 편으로 구마모토 현에 보냈고, 후쿠시마 현 또한 음료수 수천여 병, 이불 수백여 장을 구마모토 현지로 보냈다고 한다.

▲ 이재민들에게 전할 구호물자를 헬기에서 내리는 자위대원과 공무원들. 아베 정부는 구마모토 현 일대의 지진 피해가 커지자 즉시 구호물자를 내려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이 가운데 대부분은 아직 창고에 쌓여 있다고. ⓒ아일랜드 RTE 뉴스 화면캡쳐

구마모토 현청이 운영하는 재해대책본부가 이런 물자를 받는 대로 이재민들에게 신속하게 나눠줬다면, 지금처럼 4인 가족이 죽 한 그릇으로 버티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재민들과 구마모토 현지에 나간 일부 언론에 따르면, 정부와 다른 지자체에서 보낸 구호물자가 재해대책본부 창고에 가득 쌓여 있다고 한다.

현지 주민들은 그 이유가 황당했다고 전한다. “재해대응규정에 따라 물자들을 다시 분류하고, 나눠줄 순서에 따라 물자에 표를 붙여야 한다”면서, 물품을 이리저리 옮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물이나 의약품이 급히 필요한 사람들이 다가와 “물자를 좀 주면 안 되냐”고 물으면 관계 공무원들은 매몰차게 거절했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일은 2011년 3월 ‘도호쿠 대지진’ 때도 있었다. 당시 간 나오토 정부의 대응 태도는 일본 국민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3월 중순, 여전히 밤이 되면 쌀쌀해 이재민들에게 모포가 많이 필요함에도, 해외에서 구호물자로 보낸 모포가 가로-세로 각각 0.8m라는 ‘재해물품 규정’에 맞지 않는다며 돌려보내는가 하면, 한국, 대만 등이 식량과 생수를 보내겠다고 하자 “생물 통관규정을 거쳐야 한다”고 응답, 결국 구호물품을 보내는 것을 포기하기도 했다. 규정에 따르면 한 달이 걸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또한 中공산당이 인민해방군이 운영하는 병원선을 포함해 지원 선박을 보내겠다고 했지만 “안보적으로 위험하다”며 거절하기도 했다. 심지어 세계 각국의 구조대와 함께 입국하던 구조 수색견에까지 ‘생물 통관금지 규정’을 들먹여 빈축을 샀다.

또한 후쿠시마 원전으로부터 30km 떨어져 있는 미나미소마 시에 고립됐던 사람들은 구조대는커녕 구호물자조차 배달되지 않아 10여 명이 굶어죽는 일까지 생겼다.

이런 ‘융통성’ 없는 일본 정부의 관료주의는 이재민은 물론 일본 국민들로부터 많은 지탄을 받았고, 결국 간 나오토 총리는 정권을 아베 신조에게 넘겨주게 된 것이다.

아베 정권은 구마모토 지진이 일어난 뒤 신속하게 구호물자를 현지로 보낸 것까지는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고 日현지 언론들은 보도한다. 하지만 이번 지진에서의 문제는 구마모토 현청이 운영하는 재해대책본부라고 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재민들의 호소에도 아랑곳 않고 ‘규정’에 얽매여 일을 처리하다보니, 현재 이재민 가운데서는 굶주림과 추위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결국 구마모토 일대의 일부 편의점과 물류창고에서는 ‘불가피한 절도 사건’이 일어나고 있으며, 자신들 또한 지진 피해자인 물류창고 관계자들은 그저 멍하니 바라만 보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실제 이런 모습은 일본 현지 언론과 함께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도 나와 충격을 줬다.

현재 구마모토 지역 일대에는 도로, 전기, 가스 등 인프라가 상당 부분 파괴돼 외부에서의 구호지원 활동이 계속 늦어지고 있다. 주일미군이 MV-22 오스프리 수송기 등을 이용해 구호물품 전달 등을 하고 있지만, 진척은 더디다. 시간이 흐를수록 16만 이재민들의 불만이 커질 것은 자명하다.

이럴 때 구마모토 현청이 운영하는 재해대책본부가 전향적인 판단에 따라, 규정은 뒤로 미루고 먼저 구호물품 배급을 하지 않는다면, 아베 정권 또한 간 나오토 정권과 같은 길을 걸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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