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입대판정 취소 소송에서 패소한 A씨, 해당 내역 보도한 기자 고소A씨 "'YG 고위급 직원' 등, 개인 신상 특정해 명예훼손" 피해보상 요구
  • 정신병을 이유로 병역을 회피하다 결국 현역 입대 판결을 받은 연예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의 고위직 직원이 해당 내역을 최초 보도한 모 스포츠지 기자를 상대로 제기한 3천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반년 만에 재개됐다.

    9일 오전 10시 서울북부지방법원 308호 법정에선 민사7단독 재판부 주재로 YG엔터 직원 A씨가 모 스포츠지 K기자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한 첫 번째 재판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당사자들을 대신해 양측 법률대리인이 참석, 앞서 법원에 제출한 서류들을 확인하고 향후 재판 일정을 조율하는 시간을 가졌다.

    당초 A씨 측은 지난해 8월 3일 소송을 제기했으나, 해당 사건이 10월경 '조정'에 회부됐다 두 달 뒤 '불성립'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재판 기일이 수개월 지연됐다.

    이에 해를 넘겨 변론기일을 갖게 된 양측은 첫 재판이니만큼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정도로 심리를 마무리했다.

    이날 A씨 측 변호인은 사전에 K기자 측에서 제출한 '검찰 측 자료'와 관련, "정확한 검찰 수사 기록을 확보해 변론준비를 하고 싶다"며 재판부에 문서송부촉탁을 신청했다.

    K기자 측이 제출한 '검찰 측 자료'는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심우정)가 K기자에게 송달한 '불기소이유서'를 가리킨다. 앞서 A씨는 지난해 8월 YG엔터테인먼트 법인과 양현석 YG 대표 프로듀서, 그룹 '빅뱅'의 승리 등과 함께 공동으로 K기자를 형사 고소(명예훼손 혐의)했으나 검찰은 지난달 24일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이와 관련, K기자는 "YG 소속 연예인과 직원들에 대한 기사는 공적 관심 사안을 대중에게 알리고,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차원에서 작성한 기사였다"며 해당 기사에 대해 위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검찰의 '불기소이유서'를 반론자료로 제출했다.

    공판 직후 취재진을 만난 K기자 측 변호인 B씨는 "이번 소송은 A씨와 K기자간의 법적 다툼이라기보다는 연예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와 K기자의 소송이라고 보시면 된다"며 "YG 측이 제기한 명예훼손 고소와 관련, 검찰이 '혐의 없음'으로 결론내린 '불기소이유서'는 YG 측의 소송 취지를 반박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B씨는 "K기자가 지난해 7월 1일 'YG에서 또 마약 냄새가… 검찰 명예 회복할까'라는 글을 게재하자, YG 측은 'K기자는 장기적인 플랜을 짜서 의도적으로 YG의 명예를 훼손하는 기사를 써왔다'며 양현석 YG 대표 프로듀서와 승리 등의 이름으로 K기자를 형사 고소했다"고 밝혔다.

    당시 "YG 측에서 형사 고소는 공동으로, 민사 소송(손해배상청구)은 개별로 제기해 총 4건의 민·형사상 분쟁이 발생했다"고 밝힌 B씨는 "이중에서도 핵심인 형사 고소가 '무혐의 처분'을 받았기 때문에 향후 이어질 민사 소송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2심 재판부 "'망상장애' 주장 의심스러워" 원고 패소 판결

    만 19세이던 2002년 징병검사에서 신체등위 1급 판정을 받은 A씨는 대학 재학을 이유로 입대를 미루다가 2008년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A씨는 '누군가 자신을 납치하는 것 같고, 자살 충동을 느낀다'며 병무청에 병역 처분을 변경해줄 것을 신청했다.

    결국 A씨는 입대 기일을 열흘 앞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내고 입영을 거부했다.

    그러나 병무청은 A씨에 대해 '재검'을 실시, 신체등위 3급을 매기고 현역입대 판정을 내렸다.

    이에 A씨는 2014년 3월 14일 서울지방병무청장을 상대로 징병신체검사판정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하며 끝까지 '나라의 부름'을 거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A씨가 제기한 소송을 심리한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반정우 부장판사)는 5차례 변론기일을 가진 끝에 2014년 11월 20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만 25세에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당시 '34살까지 버텨 군 입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을 하고, 엔터테인먼트사에 입사해 많은 사람 앞에서 다수의 강연을 한 A씨가 만 28세에 '망상장애'를 주장하는 것은 쉽게 믿기 어렵다"며 "사회생활을 하면서 심각한 어려움을 겪은 증거가 없기 때문에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이같은 판결에도 불구, A씨는 같은해 12월 4일 행정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하며 1심 판결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A씨는 "자신이 병역면제를 받기 위해 소송을 건 것은 맞지만, 실제로 정신장애 병력이 있기 때문에 정당한 처분을 받으려는 것이지, 면제를 받기 위해 자신이 정상인 걸 알면서도 이의를 제기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을 접수한 서울행정법원 제8행정부는 지난해 5월 한 차례 변론기일을 연 뒤 같은해 6월 19일 항소 기각 판결을 내렸다.

    이후 A씨는 대법원 상고를 포기, 해당 사건은 종결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K기자의 법률대리인 B씨는 "A씨가 직접적으로 문제를 삼은 기사는 K기자가 지난 2014년 12월 8일 'YG 고위급 직원, 망상 장애로 병역 회피…법원 현역 입대 판결'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기사"라며 "해당 기사는 직접 입수한 판결문을 토대로 A씨가 관련 소송에서 패소한 내용을 다뤘을 뿐, 악의적으로 특정인을 비난하거나 허위 사실을 거론한 게 아니"라고 밝혔다.

    K기자의 기사와 트위터 글들은 팩트를 토대로 작성이 됐고, YG엔터나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할 의도가 아니라 공익적 목적으로 쓰여진 글들입니다. 설령 해당 글로 인해 누군가가 명예를 훼손당했다 하더라도 '공익적 의도'였기 때문에 손해배상청구는 부당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B씨는 "A씨는 해당 기사가 송고된 직후엔 가만히 있다가 이듬해 8월경 YG 측과 함께 공동으로 소를 제기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따라서 이번 소송은 YG엔터 측의 '의중'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B씨는 "원래 양현석 YG 대표 등이 제기한 또 다른 민사 소송은 변론이 종결돼 '선고 기일'을 앞두고 있었는데 갑자기 YG 측에서 변론재개신청을 하는 바람에 오는 11일 다시 재판이 열리게 됐다"며 "검찰이 명예훼손 고소 사건을 기소할 경우 민사에서도 유리한 판결이 나올 수 있으리라 생각했겠지만, 결과적으로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기 때문에 오히려 (피고인에게 유리한)검찰 측 처분 내역을 재판부에 제출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