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 김부겸 등 만나 "홍의락, 내게 오라고 해달라"…컷오프 구제 시사해
  •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8일 오전 대구 동구 더민주 대구광역시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8일 오전 대구 동구 더민주 대구광역시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8일 1차 컷오프 대상자인 홍의락 의원의 구제를 시사하면서 본격적으로 혁신안 수정에 들어갈 의사를 내비쳤다. 공천권을 장악한 김종인 대표가 문재인 전 대표와 친노세력에게 본격적으로 경고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종인 대표는 이날 오전 대구 더민주 대구시당에서 김부겸 전 의원(대구 수성갑), 정기철(수성을)·김동열(중남구) 예비후보 등을 만나 "당이 이런저런 것을 배려하지 못하고 명분에 사로잡혀 이 같은(홍의락 의원 컷오프) 사례를 남기게 돼 매우 죄송스럽다"며 사과했다. 

    그러면서 현역 의원 하위 평가 20% 컷오프에 포함돼 탈당을 선언했던 홍의락 의원에 대해선 "너무 심려 안 해도 된다"며 "참작해서 최종적으로 판단할 테니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며 홍의락 의원을 공천 배제에서 구제할 수 있다는 뜻을 전했다. 

    김종인 대표는 "홍의락 의원은 대구를 공략해 이번 선거에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영입한 비례대표"라며 "제가 오기 전에 시스템 공천이라고 만들어놓은 규정에 의해 컷오프를 했는데, 홍 의원이 포함됐는 지도 몰랐다"고 밝혔다.  

    또 "당 혁신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봉투를 열어야 한다고 했다"며 "봉투를 열었더니 오늘같은 상황이 초래됐고, 지금 여러가지 고민 중"이라며 혁신안의 실행을 강조한 문재인 체제를 겨냥했다.

    앞서 홍의락 의원은 지난달 25일 1차 컷오프 대상자에 포함되자 "참담한 심정을 이루 말할 수 없다. 당이 대구를 버렸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같은 날 김부겸 전 의원은 선거운동 일정까지 깨면서 곧바로 서울로 올라와 "홍의락 의원의 복당 요청이 실현되지 않는다면 저 또한 중대 결심을 할 수밖에 없음을 눈물로 호소드린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컷오프 후폭풍에도 당초 지도부는 문재인 전 대표 체제 때 정한 '하위 20%'라는 규정에 손쓸 도리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만약 홍의락 의원을 구제하면 대신 다른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더민주는 지난달 29일 당무위원회를 통해 선거와 관련된 당무위원회의 권한을 비대위에 위임했다. 김종인 체제의 비대위는 '현역 의원 하위 20% 컷오프(공천배제)'와 비례대표 선출 조항 등을 손질할 수 있는 재량권을 얻은 것이다. 

    이날 김종인 대표는 김부겸 전 의원 등 대구당원을 달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김부겸 전 의원이 "홍의락 의원이 대표님의 말을 (직접) 들었으면 좋았을텐데"라면서 조기석 시당위원장에게 "대표님의 뜻을 정확히 전달해 달라"고 말하자 김종인 대표는 "홍의락 의원에게 내가 얼굴이라도 보게 오라고 해달라"고 답했다. 

    김종인 대표는 "대구에서 야당으로 출마한다는 것 자체가 웬만한 용기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중앙당에서 지원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할테니, 그런 것을 참작해 열심히 해달라"고도 강조했다. 

    이날 김종인 대표의 행보는 현역 의원 정밀심사(2차 컷오프)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두고, 문재인 전 대표가 정치활동 재개를 밝힌 시점이라 당내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동시에 김종인 대표가 "친노패권세력을 정리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2차 컷오프 대상에 친노인사가 대거 포함되면 또 한 차례 내홍이 예상되는 상황이라 친노세력을 향한 선제적 대응에 들어간 것으로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