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살생부 논란 이어 여론조사 유출 의혹 파문...누가, 왜?
  • ▲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뉴시스
    ▲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뉴시스

    새누리당이 4·13 총선에서 반드시 낙선시켜야 할 이른바 막장 야당 의원의 지역구에 경쟁력이 강한 킬러(killer)를 공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쟁력과 지명도가 강력한 후보를 발탁, '하향식'으로 투입해 강경파 야당 의원을 꺾겠다는 것이다.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은 4일 여의도 당사 브리핑에서 "몇 년간 계속 국정 발목만 잡고 민생을 외면한 야당 의원 중 특히 심했던 사람들의 출마 예상 지역구에는 우리로서도 킬러를 투입할 수밖에 없다"며 '자객 공천'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한구 위원장이 선거 필승을 위한 자객 공천 명분을 내세움에 따라 '상향식 공천' 원칙을 훼손하지 않겠다는 김무성 대표 측과 또다시 충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위원장의 주장이 사실상 우선공천 지역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공관위가 여당 열세 지역으로 분류되는 수도권 등에 대해 대대적인 전략공천에 나설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킬러 투입'을 통해 야당 현역 의원을 제거할 대상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여야의 텃밭인 영·호남과 여당이 석권한 강원도를 제외한 수도권과 중원이다. 

    이 위원장은 이날 선거구 획정 결과 신설·분구되는 지역구도 우선추천 지역에 포함할 수도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그런 곳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생각이 들면 우선추천으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찌감치 선거운동을 벌여온 여야 후보들은 이 위원장의 자객 공천 방침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자신의 지역구에 이른바 킬러가 투입된다면 판세가 완전히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한 새누리당 예비후보는 "일반적으로 강경파 야당 의원들의 지역구는 야권 강세 지역"이라면서 "그러나 19대 국회에서 이런 의원들의 막장 행태가 반복되면서 여론의 민심이 급변하고 있다. 킬러 투입이 능사는 아닐 것"이라고 섣부른 자객 공천을 경계했다.

    19대 국회에서 각종 막말 논란을 야기한 더불어민주당 청청래 의원은 제 발이 저리기라도 한 듯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에게 새누리 킬러를 투입시킬 모양?"이라며 "김무성도 겁먹고 피하고 있는 마당에 쉽지 않을 거다. 그럼 당신(이한구)께서 직접 나오시라"고 주장했다. 
  •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정가에서는 이 위원장이 이날 자객 공천론을 주장한 배경에 대해 여의도연구원(여연)의 여론조사 문건 유출 파문과 무관치 않다고 분석하고 있다.

    전날 여의도연구원이 실시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전여론조사 자료가 SNS를 통해 유포되면서, 문건의 진위와 유출경로 등을 두고 공관위의 책임론이 불거지자 이를 차단하기 위한 의도적 발언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유출 가능성에 대해 "절대 공관위원으로부터 나올 수 없다. 유출이라면 다른 데서 유출됐을 것"이라고 단언했다.그는 나아가 선거관리위원회 같은 권위 있는 기관이 빨리 조사에 착수해 진실을 규명해달라"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여론조사 파문과 관련, 계파 갈등 과정에서의 내부 유출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친박계와 비박계는 서로 이번 유출 파문의 배후로 지목하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 위원장은 이에 대해 "사막에 가서 수돗물을 길러 올 가능성과 똑같다. 몇 곳만 조사하면 (누가 유출했는지) 다 나온다. 선관위와 경찰에서 조사하겠지"라고 했다.

    실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사전 여론조사 결과 유출 사태와 관련해 공식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살생부 파동에 이어 여론조사 유출 논란에 자객 공천 방침까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계파 갈등의 불씨가 조만간 전면전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