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중원 예비후보로 등록한..." 국민여론 악화-공천 칼바람에 토론 동력 잃기도

  •    
    테러방지법 통과 저지를 빌미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의사진행 방해)에 나선 야당의 행태가 점입가경이다.

    필리버스터가 시간끌기 경쟁과 선거유세, 국민 호도용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일각에선 필리버스터의 무용론, 회의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국민적 비판여론이 높아지면서 야당의 무제한 토론도 서서히 동력을 잃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25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 24일 실시한 '야권의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에 대한 국민여론' 조사결과에 따르면, 반대 의견이 46.1%로 찬성 42.6%보다 3.5%p 높게 나왔다.

    북한의 위협 등으로 국민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무제한 토론에 나선 야당 의원들이 마치 시간끌기 경쟁에 나서기라도 한 듯 신기록 세우며 존재감 부각에 나선 한심한 행태가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이 20대 총선과 관련한 물갈이 대상자를 발표하면서 모든 야당 의원들이 테러방지법 보다는 당의 컷오프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실제 의사진행 방해 사흘째에 접어드는 25일, 국회 본회의장의 분위기는 필리버스터 초반 분위기와 확연히 달려져 있었다.
  • ▲ 무제한 토론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이종현 기자
    ▲ 무제한 토론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이종현 기자


    지난 23일 무제한 토론의 첫 주자였던 더민주 김광진·은수미 의원과 정의당 박원석 의원의 퇴장 때는 동료 의원들이 몰려와 부축을 하고 포옹을 하는 모습을 연출했지만, 25일에는 공천 칼바람의 영향 탓인지 본회의장에는 싸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무제한 토론에 나선 의원들이 제사보다는 젯밥에만 관심이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날 오후 9시쯤 본회의장에 등장한 강기정 더민주 의원은 눈물을 보이며 깊은 한숨을 여러차례 내쉬는 등 한동안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이날 자신의 지역구가 전략공천 지역으로 추진되면서 사실상 공천에서 배제될 위기에 처한 탓으로 풀이된다. 그는 "3선으로 의정 활동을 하던 중 벌금형을 받았던 기억도 난다"는 말과 함께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필리버스터에 나선 의원들의 면면과 그들의 의사진행 방해 발언 내용도 가관이다.

    지난 23일부터 필리버스터 행렬에 동참한 야당 의원들은 주로 지역구 출마를 노리는 비례대표 의원들로 사실상 '이름 알리기' 선거 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필리버스터를 통해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고 당내에서의 입지를 확고히 해 공천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무제한 토론에 나선 야당 의원들에 대해 "광우병 사태와 같은 느낌이 든다. 전혀 (진실이) 아닌 사실을 공개적으로 TV중계가 되는 곳에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필리버스터 발언하는 사람의 이력을 살펴봤더니 국가보안법 위반자, 좌파시민단체 소속 등 강경 진보좌파들"이라고 꼬집었다.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4일 무제한 토론에 나서면서 "더민주 성남 중원의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활동하고 있는 은수미입니다"라고 주장했다. 무제한 토론을 빙자한 사전선거운동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 ▲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 트위터
    ▲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 트위터



    더민주 김광진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 기록을 깼다는 점을 자랑이라도 하듯 관련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게시했다.

    이후 무제한 토론에 나선 의원들도 국회 마비 경쟁에 나서기라도 한 듯 최장시간 발언 기록을 깼다는 등의 기록경쟁으로 국회 본회의장을 기네스 기록 경연장으로 만들어 버렸다. 

    특히 이들은 40년, 50년 전에 확인되지도 않는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국정원과 정부를 맹비난하는가 하면, 테러방지법과 관련 없는 500페이지에 달하는 논문, 각종 단행본 등을 그대 읽는 등 의제 토론과는 무관한, 기록 갱신을 위한 시간 채우기 행태를 보였다.

    국회를 마비시키고 있는 야당이 오히려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에 위협이 되고 있는 개탄스런 현실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국회 본회의장이 더민주 예비후보들의 얼굴을 알리기 위한 이벤트장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국민 목숨을 담보로 한 희대의 선거운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야당의 발목잡기로 국민 안전과 생명과 직결된 테러방지법은 물론 민생 법안 등 주요 국정 현안의 처리가 모두 중단, 국정 운영 차질도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