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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선거대책위원장 인선에 난항을 겪고 있다.
연쇄 탈당과 분당으로부터의 국면 전환을 위해 조기에 선대위를 발족한다고는 밝혔지만, 정작 선대위원장을 맡을 사람이 없는 것이다. 당내에서는 '누가 침몰 직전에 있는 배의 키를 넘겨받겠느냐'며 회의적인 시각도 번져나가고 있어 설상가상의 상황이다.
문재인 대표는 선대위원장을 공동선대위원장 체제로 하기로 마음먹고 이에 적합한 인사를 물색하고 있다. 그러나 5일까지 '호남 몫'의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접촉한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와 이용훈 전 대법원장에게 모두 거절당한 데 이어, 당내 인사인 김부겸 전 의원의 설득조차 실패한 상황이다.
전북 김제 출신인 박승 전 한은 총재와 전남 보성 출신의 이용훈 전 대법원장은 친노당(親盧黨)으로 전락한 더민주로부터 급속도로 이반하고 있는 '호남 민심'을 붙들기 위한 회심의 카드로 고려됐으나, 당사자가 완곡한 거절의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부겸 전 의원도 지난해 말 문재인 대표가 직접 전화를 걸어 설득했으나 공동선대위원장 수락을 거절했다. 이에 올해 초 원혜영·유인태·조정식·우상호 의원 등이 재차 급파됐으나 역시 거절을 면치 못했다.
더민주 중심의 통합을 모색하기 위한 각종 '카드'들도 설(說) 수준에 그치고 있다. 국민회의 창당준비위원장인 천정배 의원을 영입해 선대위원장을 맡긴다는 '복안'은 몇 개월째 사라지지도 않고 여의도를 떠돌고 있다.
전북 순창에 칩거 중인 정동영 전 열우당 의장에게도 선대위원장 제안이 간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표가 지난해 12월 18일 순창을 찾았을 때 직접 제안했지만 완곡하게 거절당한 데 이어, 최근 순창을 방문한 이종걸 원내대표도 같은 제안을 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만인이 더민주의 공동선대위원장 제안을 거절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야권 관계자는 "아무런 권한이 없고 총선 패배의 책임만 뒤집어쓰게 될 선대위원장 자리에 누가 앉겠느냐"며 "정치를 조금만 아는 사람이라면 손을 내저을 게 뻔한 일"이라고 혹평했다.
실제로 선대위원장 제안을 거절한 김부겸 전 의원은 "지역 지지자들이 반대한다"며 "설령 선대위원장을 맡더라도 탈당을 막을 수도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문재인 대표가 버티고 있는 한 이 체제에서 선대위원장을 맡을 경우, 친노와 유착했다는 평에 지역구 지지율이 급락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또, 문재인 대표 사퇴 없이는 예상되는 후속 탈당과 분당을 막을 수도 없기 때문에 결국 아무런 권한 없이 책임만 지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단합과 총선승리를 위해 혁신과 단합의 기조로 선대위를 조기 출범할 필요가 있다"며 "공론을 모아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조기 선대위를 출범한다면서도 자신의 권한은 조금도 내려놓지 않고, 도리어 인재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벌써부터 영입된 인재가 어느 지역구에 출마할 것이라는 말이 나돈다. 대표가 직접 인재를 영입하려면 총선 출마에 대한 약속이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결국 이 과정에서 전략공천·단수공천 등 부적절한 정치적 거래가 오가게 된다. 선대위원장이 문재인 체제에서 허울 뿐인 지위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야권 관계자는 "이같은 과정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을 천정배·정동영·김부겸 등 '정치를 좀 아는 사람들'이 선대위원장 제안을 거절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며 "초선 당대표가 누구를 속여먹으려 하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정치 욕심은 있는데 정치를 잘 모르는 대학교수 등 외부 인사가 참신성 등의 명목으로 선대위원장으로 들어올 것이라 본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