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걸 "첫 여행 종료, 생각 정리해야… 통합 위해 지혜로운 방법 택할 것"
  • ▲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한길 의원이 4일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출입기자 간담회를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한길 의원이 4일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출입기자 간담회를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한길 의원은 이미 탈당을 결심한 국회의원들의 숫자가 원내교섭단체(20석)를 구성할만한 수준을 넘어섰다며, 후속 탈당의 규모가 정치권과 언론에서 일반적으로 예측하는 수준을 크게 뛰어넘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지금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체제에서 '통합'을 이야기하는 것은 무망(無望)한 일이라며, 이종걸 원내대표처럼 "통합을 위한 여행"에 나선 인사들도 궁극적으로는 탈당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김한길 의원은 4일 출입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당을 떠날 수밖에 없다' 이렇게 결심한 의원들이 교섭단체를 구성할만한 수준을 이미 넘어 있다"며 "각자의 지역구에서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각 지역구마다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에 아마도 공식적으로 결심을 밝히는 것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이른바 '살라미'식 연쇄 탈당 행렬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을 점쳤다.

    이어 "당을 떠나야겠다고 결심한 의원 외에도 지금 심각하게 고민을 거듭하는 분들도 아주 많다"며 "(탈당의) 규모는 예측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수도권 의원들도 상당수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기 때문에 그 결과가 머잖아 밝혀지지 않겠느냐"며, '머지 않다'는 말의 의미에 대해 "'이달 중'을 뜻하는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슬몃 웃으며 "'이달 중'이라면 너무 길게 보는 것 아니냐, 오늘이 4일인데…"라고 수도권에서 조속한 후속 탈당이 뒤따를 것임을 예고했다.

    전날 있었던 김한길 의원까지 더민주 현역 국회의원 중 탈당한 의원은 10명이다. 지난해 9월 22일 선도 탈당한 박주선 의원을 시작으로, 안철수(12월 13일), 문병호·유성엽·황주홍(17일), 김동철(20일), 임내현(23일), 최재천·권은희(28일) 의원에 이어 김한길 의원까지 합산한 결과다.

    여기에 원외(院外) 신분으로 탈당한 뒤 지난해 4·29 재보선에서 국회의원으로 선출된 천정배 의원을 합하면 11명이다.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이른바 '김한길계'인 주승용·김관영·노웅래 의원과, 광주광역시가 지역구인 장병완·박혜자 의원, 그리고 '박지원계'인 박지원·이윤석·김영록 의원이 탈당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류해, 신당 세력이 최대 19석까지는 확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해왔다.

    그러나 이날 김한길 의원이 밝힌 청사진은 이와 같은 전망을 뛰어넘는 것으로, 그야말로 더민주의 붕괴에 가까운 '엑소더스'가 벌어진다는 분석이다. 특히 주로 예상됐던 탈당 의원 중 수도권이 지역구인 의원은 노웅래 의원 밖에 없기 때문에, 수도권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당내 중진 의원이 탈당 대열에 합류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마저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이미 탈당해 신당에 합류해 있는 문병호 의원도 이날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다음 주까지 5명이 나오지 않을까 예상해 1월말까지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인원 정도는 나올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김한길 의원은 자신이 지속적으로 '야권 통합을 통한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를 부르짖다 결국 당을 나올 수밖에 없었듯이, 현재 더민주 내에서 통합을 외치는 인사들도 결국 탈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관측하기도 했다.

    김한길 의원은 "지금 (더민주) 문재인 지도부에서 통합을 이야기하는 것은 상당히 무망한 일"이라며 "내가 (당을 나오지 않고 안에서) 계속해서 통합, 통합 하고 있었다면 그것은 얼마나 공허한 이야기였겠나"라고 반문했다.

    관련해서 "통합을 위한 여행"을 하고 있다고 자처하는 이종걸 원내대표가 결국 탈당 대열에 합류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7일부터 최고위원회의 출석을 거부한 채 천정배 의원, 정동영 전 의장과 회동하는 등 당의 경계를 넘어선 보폭을 넓히고 있다.

  • ▲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한길 의원이 4일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출입기자 간담회를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한길 의원이 4일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출입기자 간담회를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이종걸 원내대표는 지난 2007년 열우당이 분당되면서 중도개혁통합신당추진모임이라는 원내교섭단체가 결성될 때도 김한길 의원과 탈당 대열에 함께 했었다. 현직 원내대표로서 수도권 4선 의원인 이종걸 원내대표가 탈당한다고 하면 그 정치적 파급력은 어마어마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평화방송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해 "(수도권에서도)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 있는 의원들이 많이 있을 것"이라며 "탈당의 힘은 아직까지 크게 남아있다"고 마치 남의 이야기 하듯이 말문을 열었다.

    그러더니 "이 시기에 '통합 여행'이라는 것을 했는데 사실상 첫 여행을 종료하는 시점에서 나도 어떤 생각을 정리해야 된다"며 "결단이 곧 탈당은 아니지만, 야권 통합을 위해 지혜로운 방법을 택하는 결정의 연속이 돼야겠다"고 알듯 모를듯한 뉘앙스로 발언을 마쳤다.

    문병호 의원의 발언도 눈여겨 볼만하다. 문병호 의원은 "지지율 상승에 따라서는 신당이 (4·13 총선에서) 기호 2번이 될 수 있다"며 "현재 지지도가 더불어민주당과 신당이 팽팽한 상태인데, 만약에 신당이 5~10%만 더 올라가면 수도권·중부권 (의원) 70%가 (당을) 나올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기호 2번도 가능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것은 원내교섭단체(20석) 구성 여부를 따지고 있는 세간의 논의를 뛰어넘는 것이다. 신당이 기호 2번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더불어민주당의 의원 숫자를 뛰어넘어야 하기 때문에 60명 이상이 더민주를 탈당해 신당에 합류해야 한다.

    야권 관계자는 "지난 5월 의총에서 이종걸 원내대표를 지지했던 당내 비노(非盧)가 전부 뛰어나온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라며 "물론 이렇게 되려면 이종걸 원내대표도 탈당 대열의 선두에 서야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지난해 5월 더민주(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총에서는 비노와 친노가 세(勢) 대결을 벌인 끝에, 비노의 지지를 받은 이종걸 원내대표가 66표로 친노의 지지를 받은 최재성 총무본부장(61표)을 누르고 원내대표로 선출됐었다.

    한편 김한길 의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친노 문재인 체제의 더민주를 제외한 야권 신당 추진 세력의 통합에 낙관적인 시각을 내비치면서도, 더민주와의 통합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자세를 견지했다.

    특히 올해 4·13 총선에서 '제3당의 후보'가 각 지역구에 출마하는 것만으로도 큰 정치적 의미가 있고, 국민의 요구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더민주와의 후보단일화 등 선거 연대에도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되는데, 이는 안철수 의원이나 문병호 의원 등 신당파와도 입장을 함께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한길 의원은 야권 통합 신당이 잘 진척되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그분들(박주선·천정배 의원 등)도 같이 하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고, 안철수 대표도 '문이 열려 있다'고 말하고 있지 않느냐"며 "그 분들 중에 누구도 '나는 독자적으로 가겠다'고 말하는 분이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어 "안철수 대표가 그분들에 대해서 특별히 나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그분들과 자주 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 있다"고 부연했다.

    반면 '야권 통합' 대상에 더민주 문재인 체제도 포함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문재인 대표가 버티고 있는 한 현실적으로 통합이라는 게 가능하겠는가"라며 "내가 통합을 이야기하기에는 너무나 상황이 막혀 있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아울러 "이번 선거(총선)에서 국민들에게 제시되는 투표용지에 '보수의 탈을 쓴 수구 세력의 공천을 받은 후보 하나'와 '혁신의 탈을 쓴 패권 세력을 대표하는 후보 하나'가 선택지로 제시된다면 그게 과연 우리 정치 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라며 "그 선택지에 또다른 세력 한 개가 제시되는 것이 상당한 의미를 가질 수 있고, 그것이 국민의 요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