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12.28 합의, DJ정권 당시 '고이즈미 서한'보다 진일보
  • ▲ 더불어민주당이 2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전날 한·일간 위안부 문제 해결에 합의한 것을 두고 혹평을 쏟아냈다. 사진은 이종걸 원내대표 (왼쪽)와 이목희 정책위의장 (가운데).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2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전날 한·일간 위안부 문제 해결에 합의한 것을 두고 혹평을 쏟아냈다. 사진은 이종걸 원내대표 (왼쪽)와 이목희 정책위의장 (가운데).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구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 28일 한국과 일본 정부 간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합의안을 발표한 것에 대해 일제히 혹평을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는 29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전날 한일 간 합의는 50년 전 박정희 대통령이 청구권 자금 3억 원에 도장을 찍은 1차 한일 굴욕 협정에 이어 2차 한일 굴욕 협정"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법적인 책임을 회피할 명분을 제공해줬다"고 주장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합의금만 차이가 날 뿐, 국민적 동의 등 그 어느 것도 얻지 못한 3무 합의"라면서 "박 대통령은 아직도 어두운 식민지의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분이다. 그 근원에 아버지가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부녀가 대를 이어 일본 국가에 두 차례나 식민 지배와 반인도적 가해행위에 면죄 행위를 주었다"면서 "회담 성과를 부풀리는 데 급급하면서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강변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목희 정책위의장은 "일본 총리의 사죄와 반성은 간접적"이라며 "금액의 과다와 상관없이 배상이 아닌 보상이라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정책위의장은 "위안부 할머니가 관련 시민단체와 긴밀한 소통을 한 부분이 없다"면서 "공작하듯이 일을 처리해왔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심재권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간사는 한 발 더 나아가 "위안부 문제 협상은 굴욕적·매국적 협상"이라며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 대한 '즉각 파면'을 요구했다.

    심 간사는 "강제 동원 문제에서는 사죄가 핵심"이라며 "책임 인정과 사과가 선행된 후에 부차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이처럼 더불어민주당은 법적 책임과 배상을 받아내지 못했다는 점을 근거로 '굴욕적 협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한·일 위안부 문제 협상이 그간 역대 정권에서 이뤄진 협상 중 가장 큰 성과를 이룬 협상이라는 평가에는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야당의 공격이 의도적 흠집 내기라는 지적이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TBS 라디오 〈열린 아침 김만흠입니다〉에 출연해 "일본 정부가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고, 아베 총리가 총리로서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했고, 일본 정부 예산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지원 재단을 설립하기로 한 것은 성과"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국회 위안부 대책 소위 위원장도 "전반적으로 핵심적인 사안을 놓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처음으로 총리대신 자격으로 일본 정부의 공식 책임을 이야기했다는 측면, 일본 정부가 자신의 정부 예산의 100%를 내서 이 피해보상을 하겠다는 측면에서 진일보한 측면이 없는 건 아니다"라고 인정했다.

    더군다나 이전 정권을 돌아본다면 현재 야당의 비판은 더욱 설득력을 잃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일 관계에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며 '화해'의 제스쳐를 꾸준히 보낸 김대중 정권은 지난 2001년 고이즈미 당시 총리가 위안부 피해자에게 서한을 보낸 것이 유일한 성과였다.

    하지만 이는 일본 정부의 태도가 아닌 개인 차원의 서한이었고, "'도의적인 책임'을 통감한다"는 표현을 사용해 "일본 정부의 책임을 통감한다"고 명기한 이번 합의안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물론 위안부 할머니들을 설득해야 하는 등 남은 과제가 있다지만, 역대 정권에서 처음으로 일본 정부 앞으로 사과를 받아내는 등 양국이 최선을 다한 결과로 본다"면서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을 고려한다면 외교적으로는 상당히 의미 있는 한일간의 합의가 아닌가 한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