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같은 의지와 결심, 우리 앞날 위해 반드시 해내야 하는 일이라면 처리될 것"
  • ▲ 박근혜 대통령이 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2016년 제1회 국무회의에 앞서 국무위원들과 환담하고 있다. ⓒ뉴시스
    ▲ 박근혜 대통령이 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2016년 제1회 국무회의에 앞서 국무위원들과 환담하고 있다. ⓒ뉴시스

     

    #. 1월 5일, 오전 9시 51분 청와대. 국무회의 시작 전 티타임 中

    새해 처음으로 열리는 국무회의를 앞두고 총리와 장관들, 청와대 참모진이 삼삼오오 모여 차를 마시고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내자 담소를 나누던 국무위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집중됐다.

    테이블 한켠에 자리잡은 박 대통령은 환한 표정으로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국정과제 말고 개인적으로 새해 결심하신 것들 있으신지요?"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은 밝은 표정으로 "(대통령께서) 오시기 전에 고용노동부 장관, 고용복지수석과 '파이팅' 했습니다. 무엇에 대한 파이팅이냐면 '노동개혁 파이팅'이었습니다"라고 답했다.

    4월 총선 출마를 위해 곧 자리에서 물러나는 국회의원 출신 장관의 여유였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은 "노동개혁이 안 되면 우리나라의 미래가 없어요"라고 말을 받았다. 그러면서 세계 경제불황 속에서 우리나라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언급했다.

    "수출을 많이 하는 한국으로서는 세계 전체가 경기가 침체되고 중국도 성장이 어렵고, 이런 상황에서 (우리 경제도) 어려울 수밖에 없죠. 그렇다고 계속 한숨만 쉬고 어려우니까 어쩌니 하는 것은 쓸데없는 짓이에요. 우리가 더 힘을 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한다, '지성이면 감천'이란 얘기도 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도 안 하면서 만날 어렵다, 경제가 이러면 어떻게 하느냐 그러면 안 되거든요. 그러니까 이 법도 빨리빨리 되고 정부가 더 노력을 배가해서 해야지, 한숨 쉬고 경제가 어렵다고 한탄하는 게 뭐 자랑이냐 이거죠."

    김희정 장관 뿐만이 아니었다. 국회로 돌아가는 정치인 출신 장관 모두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국회 입법마비 사태로 인해 민생(民生) 경제와 직결된 법안들의 처리가 장기 표류되고 있는 데 대한 아쉬움이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당위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우리가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역사도 결국은 최고의 목적은 우리 역사에 대해서 긍지와 자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에요. 자기 역사를 갖다가 갈기갈기 만신창이를 만들어 놓으면, 자기 역사라는 게 역사 따로 개인 따로가 아니라 자기의 일부거든요. 자기의 혼을 형성하는 기본이 되는데 그렇게 되면 긍지도 자신감도 없고, 그렇게 되는 나라는 미래가 없어요. 만날 자신감이 없고 나는 못난이라고 하는 나라에 무슨 미래가 있겠어요."

    또한 박 대통령은 "새해 결심이 흔히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고, 한번 마음먹어도 삼일 정도 밖에 못한다, 그런데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은 삼일마다 결심을 하는 겁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황교안 국무총리는 "작심삼일이라는 말도 있지만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라는 말도 있잖습니까. 그러니까 작심우작심..."이라며 농담을 던졌다. 박근혜 대통령과 참석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 ▲ 박근혜 대통령이 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2016년 제1회 국무회의에 앞서 국무위원들과 환담하고 있다. ⓒ뉴시스
    ▲ 박근혜 대통령이 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2016년 제1회 국무회의에 앞서 국무위원들과 환담하고 있다. ⓒ뉴시스

     

    박 대통령은 "우리 마음이 이게 간단한 게 아니에요. 노력을 해야 되는데, 나쁜 길도 노력하면 그 사람은 나쁜 쪽으로 돼 가지고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올바르게 노력을 해나가면 하루하루가 달라지죠"라고 말을 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말이 끝나자, 황교안 총리는 다시 "작심우작심..."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거들고 나섰다.

    "작년 이맘 때 (제가) 담배를 끊겠다고 말씀을 드렸을 때 그때 (대통령께서는) '작심삼일이 안 되게 하라'고 하셨습니다. 지금도 지키고 있습니다. 지금도 (담배를) 피고 싶습니다만."
     
    박근혜 대통령은 최경환 부총리에 "대단하십니다"라고 치켜세웠다.

    김현숙 고용복지수석은 "고용부 장관께서 힘드신데 지침도 잘 마련하시고... 작심삼일이 아니라 작심백일, 작심천일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왔다"고 이기권 장관을 추어올렸다.
     
    이기권 장관은 "결과가 잘 마무리돼야 모든 게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라고 겸손해 했다.
     
    박근혜 대통령 "아니, 될 거에요. 이게 안 되면 우리나라는 미래가 없기 때문에 어떻게든지 해낸다는 불같은 의지와 결심, 그게 또 우리나라의 앞날을 위해 반드시 해내야 하는 일이라 하면 그것은 되게 돼 있어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통령은 "어떻게든지 해야 되겠다는 이 열정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나가게 하는 힘이 되거든요. 어머니가 자녀를 키우는데, 옛날에는 열 자녀도 데리고 키우는데 '아유 나 힘들어 못 키우겠다'고 그런 어머니가 어디 있었어요. 오로지 그 생각과 열정과 사랑이 있기 때문에 힘들어도 해내거든요"라고 덧붙였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장인정신을 언급하며 "이태리에 피자 장인이 피자에 4개 요소가 있는데 밀가루, 물, 소금 그리고 열정이라고 했습니다. 열정이 없으면..."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단호한 어조로 "안 되죠"라고 답했다. 그리고는 "(회의 시작) 시간이 늦었어요"라고 국무위원들을 다독였다. 

    티타임이 끝난 시각은 오전 10시 1분.

    약 9분 간 진행된 환담 속에는 경제활성화법, 노동개혁 5개 법안 처리를 향한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와 국무위원들의 농담 코드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