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호·황주홍 "연내 20~30명 탈당해 교섭단체 구성 가능" 호언
  • ▲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모색하고 있는 안철수 의원의 성패 기준이 원내교섭단체 달성 여부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모색하고 있는 안철수 의원의 성패 기준이 원내교섭단체 달성 여부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마이 웨이'에 나선 안철수 의원의 정치적 성공 가능성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연내에 원내교섭단체가 구성되는지 여부를 성패의 기준점으로 보고 있다.

    15일 안철수 의원에 뒤이어 탈당한 문병호 의원이나, 17일 탈당할 것으로 알려진 황주홍 의원은 모두 "일단 5~10명 정도로 1차 탈당이 이뤄진 뒤, 연내에 20~30명 정도가 탈당해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문재인 대표 측에서는 그 정도 규모의 탈당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적인 시각에서 반박하고 있다.

    원내교섭단체는 무엇이기에 이를 구성할 수 있을지를 놓고 새로운 정치 세력의 성패가 결정된다는 것일까.

    교섭단체는 국회법 제33조에 규정된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단체다. 국회의원 20명 이상이 소속된 정당은 그 자체로 하나의 교섭단체를 이루며, 정당이 없는 무소속 의원들은 20명 이상이 모이면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

    국회법상 교섭단체는 △상임위별로 간사를 두고 △매 회기마다 교섭단체의 대표자가 40분간 대표연설을 진행하며 △국회의장과 교섭단체 대표의원이 의사일정을 협의하고 △국회의원들의 상임위 선임과 개선을 결정하는 등 원내 활동의 '알파이자 오메가'의 단위로 기능한다.

    같은 정당법의 절차에 따라 설립된 정당이더라도 국회법에 따라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과 그렇지 못한 정당, 그리고 아예 의원이 없는 원외(院外) 정당의 정치적 비중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라는 말로도 설명하기 부족하다.

    하지만 이른바 '안철수 신당'의 성패가 원내교섭단체 구성 여부로 좌우된다는 것은 이러한 국회법 규정 때문만은 아니다. 어차피 19대 국회는 마지막 4년차 정기국회가 끝나, 딱히 더 이상 원내 활동을 할 여지가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실익은 정치자금법과 공직선거법 등 정치관계법 관련 조항에 숨어 있다는 지적이다. 안철수 신당이 교섭단체의 지위를 획득할 경우 받게 되는 국고보조금은 약 100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정치자금법 제27조는 국고보조금의 배분 방법을 규정하고 있는데,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은 전체 보조금의 50%를 우선 그들끼리 나눠가진다. 이후 5~19석을 보유한 정당에 5%, 1~4석 정당에 2%가 지급된다.

    그러고도 남는 잔여 국고보조금은 다시 국회의원 의석 수와 지난 총선에서의 득표율에 따라 배분되기 때문에,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한 정당은 일단 전체 보조금의 절반을 배분하는 테이블에서 빠지게 될 뿐만 아니라 추후 배분에서도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이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안철수 의원이) 교섭단체를 구성할 경우 내년 총선을 앞둔 경상보조금과 선거보조금을 합쳐 적어도 80~90억 원이 지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흔히 신당 성공의 세 가지 요소를 △인물 △자금 △조직이라고 한다. 이 중 인물은 새정치연합 박지원 전 원내대표의 표현을 빌리면 "국민이 바라볼 수 있는 대권 주자"를 뜻하는데, 이는 안철수 의원 본인의 존재로 충족됐다. 조직은 호남에 뿌리를 두고 전국으로 줄기와 가지를 뻗어가고 있는 박주선 의원의 통합신당 등 이른바 '야권 신당 추진 세력'이 제공할 수 있다.

    여기에 새정치연합 탈당 의원들이 합류해 20석 이상의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게 되면, 선관위로부터 80~90억 원의 국고보조금도 지급받을 수 있게 돼 이른바 '퍼즐 조각'이 끼워맞춰지게 되는 셈이다.

    안철수 의원은 13일 탈당을 선언하면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캄캄한 절벽 앞에 나는 지금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어려운 길로 나아가려고 한다"며 "이제 나침반도, 지도도 없이 허허벌판에 나선다"고 선언했다.

    정말 그말 그대로라면 냉엄한 현실정치 속에서는 하룻밤도 넘기기 힘들다. 그러나 인물·자금·조직은 곧 나침반이며 지도이고,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캄캄함 속에서 켤 수 있는 손전등이며, 허허벌판에서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천막이 될 수 있다.

    야권 관계자는 "박주선·천정배 의원이 신당을 추진할 때만 해도 전국 통일 기호 '3번'을 확보할 수 있는 의석을 차지하느냐가 관건이었다"면서도 "내일(15일) 문병호·유성엽 의원, 목요일(17일) 황주홍 의원이 탈당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조건은 이미 충족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직선거법상 전국 통일 기호가 부여되는 기준인) 5석은 넘기는 게 확실해졌으니 이제 관건은 (원내교섭단체 기준인) 20석"이라며 "탈당 의원이 10석대 후반부로 접근해가면 새정치연합 내의 원심력이 커질 것이기 때문에 자석이 못을 끌어당기듯 20석은 금방"이라고 낙관적으로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