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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합신당 창당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무소속 박주선 의원이 15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추진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야권 신당 창당 과정에서 신참자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냉정한 조언을 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친노(親盧)를 제외한 모든 세력을 감싸안는 야권 대통합 신당을 만들자고 연일 압박하고 있는 무소속 박주선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안철수 의원에게 냉정한 조언을 했다.
박주선 의원은 15일 의원회관에서 통합신당 추진위원회의를 열고 "현실은 냉정하다는 것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며 "신당 추진은 과거의 정치 '바람'과 같은 신참자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는 안철수 의원이 이른바 '안철수 새정치 바람'이 강하게 불었던 지난해 초와 동일한 방식으로 신당 창당을 추진할 경우, 다시금 좌초할 수밖에 없다는 냉정한 조언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초, 안철수 의원은 '새정치 바람'을 타고 신당 창당을 추진했으나 당면한 6·4 지방선거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 구축 및 인재 수혈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그 해 3월, 독자 신당 창당을 포기하고 김한길 당시 민주당 대표와 손잡아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했었다.
안철수 의원의 대권주자로서의 대중적 지지도는 당시보다 많이 떨어졌고 참신성도 퇴색해, 이미 기성 정치인의 일원이 된 상황이다. 당시에도 독자 신당 창당이 어려웠는데, 지금 같은 작업을 하기에는 추동력이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신참자 효과'를 기대하지 말 것을 충고한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의원에 앞서 야당 내에서 친노에 의해 핍박·견제당해 본 경험이 있는 박주선 의원은, 자신이 경험으로부터 터득한 '친노 본색'에 관한 조언을 중대한 고비마다 여러 차례 안철수 의원에게 건넨 바 있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는 안철수 의원이 문재인 대표에게 이른바 혁신전당대회 소집 요구를 한 직후인 2일, 의원회관에서 안철수 의원과 만나 "문재인 대표는 절대로 혁신전대 소집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었다. 당시 안철수 의원은 "여론조사도 혁신전대 소집이 높게 나왔는데, 문재인 대표가 응하지 않겠느냐"는 희망적인 기대와 미련을 갖고 있었다. 박주선 의원은 이에 대해 '부질없는 기대'라고 냉정한 조언을 했던 것이다.
박주선 의원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지금 야권 재편을 위한 창조적 파괴가 여러 갈래로 진행되고 있는 형국"이라며 "향후 10년의 한국 정치 지형을 확 바꾸는 좋은 계기"라고, 한국 정치사를 얼룩지게 한 친노·486 '운동권 정치' 척결의 최고 호기가 다가왔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야권의 대혼돈을 종식하고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을 대체하는 대안 정당으로 발돋움해서 정권교체를 완성하는 길과, 국민들은 외면하는데 명망가들 위주로 포말 정당을 만들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길, 두 가지의 길이 놓여 있다"며 안철수 의원의 탈당과 함께 예상되는 새정치연합 의원들의 후속 탈당과 분당 만으로 자연스레 성공 조건이 갖춰진 것이 아니라고 경고했다.
박주선 의원은 13일 새정치연합을 탈당하고 "허허벌판으로 나선다"는 안철수 의원을 염두에 둔 듯 "오직 실력과 겸손함으로 모든 욕심과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의 지지를 확대하는 것에 몰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권 욕심 때문에 당을 쪼개놓았다는 문재인 대표를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 혹여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대권욕과 선민적 기득권 의식을 내려놓고, '뺄셈의 정치'가 아닌 '덧셈의 정치'를 통해 정치적 중원을 장악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박주선 의원은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인해 붕괴 상태에 빠진 새정치연합에 남아 좌고우면하며 어쩔 줄 모르는 의원들을 향해서도 강도 높은 메시지를 던졌다.
박주선 의원은 "불만과 반대 만으로는 기성 정당의 벽을 뛰어넘을 수 없다"며 "지난날 우리를 고통스럽게 했던 기득권과 패권주의에 대해 무질서한 후퇴의 방식으로는 현실의 문턱을 넘을 수 없다"고 압박했다.
문재인 대표의 사퇴를 전제로 한 혁신전당대회 소집을 요구하던 안철수 의원조차 탈당으로 내몰렸는데, 당에 남아 계속해서 문재인 체제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반대를 제기한들 공고한 친노패권주의를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을 깨우친 것으로 보인다.
아직 새정치연합에 남아 있는 세력을 향해 '조속히 탈당할 것'을 촉구한 박주선 의원은, 이미 탈당해 신당을 준비 중인 세력을 향해서는 모든 정치 일정을 연기하고 탈당파 전원을 담아낼 수 있는 '큰 그릇'을 만들자고 호소했다.
박주선 의원은 "신당 추진 세력 중에는 먼저 탈당해서 준비하는 세력과 향후 탈당을 준비하는 세력 등 여러 갈래가 얽혀 있다"며 "출발과 조건이 다르더라도 신당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신당 추진 세력이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연말연초에 탈당할 분들을 모두 포괄해서 제3지대에서 '원샷' 통합신당 창당이 이뤄지도록 인내와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모든 신당 추진 세력은 신당 추진 일정을 일단 중단하고, 제3지대에서 모여 하나로 통합된 신당을 창당할 수 있도록 공동협의기구를 조속히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