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예민해져… 이종걸과 심야 통화서 "원내대표로 인정 안해" 막말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9일 최고위원회의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정청래 최고위원을 제외한 나머지 최고위원들의 자리가 비어 있다. 새정치연합 최고위원회의는 주승용 수석최고위원과 오영식 최고위원 등의 사퇴로 사실상 정통성을 상실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9일 최고위원회의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정청래 최고위원을 제외한 나머지 최고위원들의 자리가 비어 있다. 새정치연합 최고위원회의는 주승용 수석최고위원과 오영식 최고위원 등의 사퇴로 사실상 정통성을 상실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의 최고당무집행기관인 최고위원회의가 주승용 수석최고위원의 사퇴로 급격히 무력화하고 있는 가운데, 장외에서 더 무게감이 큰 공방전과 공개발언들이 잇따르는 등 새정치연합의 공적인 당무 운영 체계가 와해되고 있다.

    평소 공조직을 통한 의사결정을 무시해왔던 문재인 대표가 막판에 몰려 값비싼 댓가를 치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내대표를 비롯한 주요 당직자들과 정치적 비중 있는 중진 의원들이 모두 등을 돌렸기 때문에, 이번 주내에 문재인 대표가 사퇴하지 않으면 당이 깨지게 된다는 관측이다.

    ◆최고위 정통성 상실… 문재인, 메아리 없는 모두발언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9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었으나 주승용·오영식 최고위원이 사퇴한데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최고위 참석을 거부해, 정치적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문재인 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탈당과 분당, 혁신의 무력화는 정답이 될 수 없다"며 "국민과 당원의 뜻은 더 혁신하고 더 단합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고 정부의 불통과 독선을 막아달라는 것"이라고 부르짖었지만, 들어줄 사람도, 메아리도 없이 산산히 허공 속으로 흩어졌다.

    그나마 유승희 최고위원이 "당의 분열이 풍전등화인 상황에서 최고위원으로써 정말 아무런 역할도 못하고 있어 우선 당원과 국민께 면목이 없다"고 고개를 숙여 문재인 대표보다 훨씬 의젓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문재인 대표를 겨냥해 "당의 분열을 눈앞에 두고 누구 탓을 해서는 안 된다"며 "분열의 국면에서 어느 한 편에 서서 자기 이해관계로 움직이기보다는 끝까지 통합을 위한 해법을 찾고 고민하겠다"고 꾸짖었다.

    ◆문병호 "안철수 중대결단시 30명 탈당"

    공방은 되레 장외에서 벌어졌다. 당내 비노(非盧)·호남·비주류 등 평소 문제를 제기했던 의원들 외에도 중간지대에 있던 의원들이 '분당이 임박한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문재인 대표를 끌어내리는 수밖에 없다'는 점에 공감대를 이루면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관한 논의가 구체화되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의 대표비서실장을 지낸 바 있는 문병호 의원은 이날 오전 광주에서 조찬 기자간담회를 열고 "문재인 대표가 이번 주중으로 사퇴 또는 혁신전당대회 수용을 하지 않으면 안철수 전 대표도 결심할 것"이라며 "연말까지는 교섭단체나 신당에 관한 그림이 나와야 하기 때문에 다음 주께 중대결단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울러 "(안철수 전 대표가) 탈당을 하면 1차로 7~10명, 2차까지 하면 20~30명 정도가 새정치연합을 떠날 것"이라며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분당이 실제 상황으로 우리 곁에 상당히 가까이 다가와 있음을 경고했다.

    ◆주승용 "민심 따라 분당 규모 결정될 것"

    전날 최고위원을 사퇴한 주승용 의원도 광주평화방송 〈함께 하는 세상〉에 출연해 "누군가 결단하지 않으면 문재인 대표의 독주가 지속될 것"이라며 "혁신전대를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안철수 전 대표는 탈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나아가 자신이 안철수 전 대표와 함께 신당에 합류할 가능성에 관해서는 "정치는 생물"이라며 "민심에 따라 탈당 규모가 정해질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 ▲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전 대표가 9일 국회본청 3층 의원식당에서 정세균 전 대표와 회동하고 있다. 김한길 전 대표는 이르면 10일께 문재인 대표 사퇴를 포함한 당 수습 방안을 담은 메시지를 발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뉴데일리 DB
    ▲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전 대표가 9일 국회본청 3층 의원식당에서 정세균 전 대표와 회동하고 있다. 김한길 전 대표는 이르면 10일께 문재인 대표 사퇴를 포함한 당 수습 방안을 담은 메시지를 발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뉴데일리 DB

    ◆김한길, 정세균과 회동… 10일께 문재인 사퇴 촉구 메시지

    당내 중진 의원들의 움직임도 긴박해지고 있다.

    김한길 전 대표는 당내 주류와 비주류 의원들의 의견을 두루 수렴한 뒤 10~11일 중에 당의 통합과 단결을 위한 새로운 지도 체제 구상을 담은 메시지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한길 전 대표가 발표할 새로운 지도 체제 구상에는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 등이 전부 백의종군하는 가운데 당을 총선 체제로 이끌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방안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김한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김한길 대표가 최근 당내 주류와 비주류의 생각을 두루 수렴했으며, 현재 당내 상황을 어떻게 규정해야 하고 전체 야권의 통합을 위해 앞으로 어떻게 가야하는지 방향을 제시하는 메시지를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관련해, 김한길 전 대표가 이날 국회본청 3층 의원식당에서 정세균 전 대표와 만나 의견을 수렴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이날 아침 이종걸 원내대표 및 원혜영·전병헌·박영선 전 원내대표와 조찬 회동을 갖고, 당내 여러 의원들과 연쇄적으로 접촉을 하면서 중대결단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박지원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결론은 딱 한 가지인데 모두 아는 사실을 왜 그 분만 모르느냐"며 "떠나가는 뱃고동 소리가 들린다"고 여운을 남겼다.

    ◆문재인, 홍위병 앞세워 정면돌파 시도

    이렇듯 문재인 대표의 사퇴 없이 분당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표 측은 극소수 홍위병(紅衛兵) 세력을 앞세워 분열적 행태를 계속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강기정 전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지금 우리가) 욕을 먹고 있는 이유는 당대표 문제 외에도 습관적인 당무 거부 때문"이라며 "문재인 대표에게 더 이상 사퇴를 강요해서는 안 되고 시간을 좀 더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기정 전 의장은 이전에도 문재인 대표의 지난달 18일 조선대 강연 발언의 사과를 촉구하는 호남 의원단 성명에도 이름을 올리지 않는 등 호남에서 친노패권주의에 부화뇌동하는 대표적인 정치인으로 활동하고 있어, 지역 민심을 거스르고 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기반 붕괴에 따른 초조감… 이종걸과 통화서 막말

    그간 친노패권주의 하에서 당무를 전횡하던 문재인 대표의 초조감도 곳곳에서 엿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전날 이종걸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최고위 불참 의사를 강도 높게 비난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표는 이 과정에서 "당무를 거부하게 되면 원내대표로서 위치를 인정하지 않겠다"며 "원내대표로 생각하지 않겠다"는 막말까지도 서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종걸 원내대표는 "당무 거부가 아니라 최고위 거부"라며 "최고위원 두 명이 사퇴한 최고위는 흠결이 있는 것이 아니냐"고 차분히 설명했지만, 문재인 대표는 감정이 북받친 나머지 이성적인 대응을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종걸 원내대표는 최고위원 두 명이 사퇴해 정통성이 상실돼버린 최고위원회의에만 불참하고 있을 뿐, 12월 임시국회에 관한 입장을 발표하는 등 원내대표로서 당직은 정상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문재인 대표의 이런 과민 반응은 대표로서의 목숨이 경각에 달리게 된 상황 때문에 예민해진 탓으로 해석하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새정치연합의 전남도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황주홍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직후 취재진과 문답 과정에서 "중립 지대에 있던 여러 의원들도 당대표의 사퇴 없이는 이걸 (분당 상황) 해결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문재인 대표의 도덕적·정치적·세력적인 기반과 토대가 급격하게 와해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