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의 '뿌리' 湖南이 '줄기' 親盧에 최후통첩… 사퇴냐 分黨이냐
  • ▲ 새정치민주연합 유성엽 전북도당위원장(사진 오른쪽)과 황주홍 전남도당위원장(왼쪽)이 9일 국회에서 문재인 대표에 대한 징계를 요청하는 성명서를 낭독한 직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유성엽 전북도당위원장(사진 오른쪽)과 황주홍 전남도당위원장(왼쪽)이 9일 국회에서 문재인 대표에 대한 징계를 요청하는 성명서를 낭독한 직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의 핵심 지지 기반인 호남 지역을 대표하는 유성엽 전북도당위원장과 황주홍 전남도당위원장이 문재인 대표에 대한 징계를 요청하고 나섰다.

    당의 '뿌리'에 해당하는 호남을 대표하는 전북·전남도당위원장이 '줄기'이며 '곁가지'인 친노 계파의 문재인 대표에게 징계 요청까지 하게 됐다는 점에서, 향후 문재인 대표의 대응에 따라 분당(分黨)으로 가는 여정의 중대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성엽·황주홍 위원장은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표가 △당을 자기 생각대로 좌지우지 전횡해 왔으며 △선거 때마다 당을 연전연패의 수렁으로 몰아넣고 △당의 전략적 요충지인 부산 지역구를 마음대로 포기했으며 △비판 세력들을 몰아세워 당의 민주성을 파괴했다는 점을 들어, 당대표 지위에서 퇴진시키는 엄중한 중징계에 처할 것을 요구했다.

    앞서 문재인 대표는 '총기난사' 김상곤 혁신위의 혁신안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당무감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유성엽·황주홍 위원장에 대한 징계를 지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새정치연합 당무감사원은 두 위원장에 대한 엄중징계를 윤리심판원에 요구했었다.

    이날 문재인 대표에 대한 징계 요청은 '누가 진정으로 당을 해친 사람인지 가려보자'는 '맞불'의 의미인 셈이다. 당권이 친노(親盧) 문재인 세력에게 장악당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징계 요청의 발의라기보다는 대표직 즉각 사퇴를 요구하는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다는 분석이다.

    성명서 낭독을 마친 유성엽·황주홍 위원장은 직후 취재진과의 문답에서 "문재인 대표는 틀림없이 퇴진의 길을 밟게 될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황주홍 위원장은 그 이유에 대해 "어제(8일) 관훈토론에서는 문재인 대표가 기존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고 반복했다"면서도 "그 언저리에 당내 의원들의 분위기가 급반전되고 있는 것은 여러분들 모두가 잘 알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립지대에 있던 여러 의원들이 '당대표의 사퇴 없이는 분당의 위기를 해결하기 어렵지 않느냐'고 하기 때문에, 문재인 대표의 도덕적·정치적·세력적인 기반과 토대가 급격히 와해되고 있다"며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것에 대한 반발과 회의적인 분위기, 부정적인 여론이 어제~오늘 사이에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성엽 위원장도 "불원간 사퇴하지 않겠는가"라며 "이런 정도의 상황에서도 책임을 지고 사퇴하지 않는다면 참으로 이상한 일"이라고 단언했다.

    다만 유성엽·황주홍 위원장은 문재인 대표가 사퇴하면서도 친노 지분을 확보하려 하거나, 혁신안의 고수를 고집하는 등의 행태를 보일 가능성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선을 그었다.

    앞서 '밤의 당대표'라 불리는 조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총기난사 김상곤 혁신위의) 혁신제도 실천을 전제로 비대위를 만들라"며 "비대위를 꾸리되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가 N분의 1로 합류해야 한다"고 주문했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유성엽 위원장은 "지금 우리 당은 이렇게 저렇게 머리를 굴려가며 이해관계를 확보하는 생각을 가질 여유가 없는, 대단히 큰 위기 상황"이라며 "책임이 있는 분들은 말끔하게 책임을 지고 당이 제대로 수습되고 살아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해줘야지, N분의 1은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이어 "지금 이 상황에서도 거기다 한 다리를 걸쳐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한 일"이라며 "당의 미래와 내일을 걱정해야 할 때에 자기 개인의 안위와 이해관계를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안이한 상황 인식"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황주홍 위원장도 "무슨 N분의 1 지분이 보장돼야 한다거나 기존의 엉터리 혁신안이 유지돼야 한다는 것은 당을 자꾸만 사지(死地)로 몰아넣는 길"이라며 "문재인 대표의 퇴진은 조건 없는 퇴진이어야 하며, 깨끗하게 대승적으로 조건없이 즉각 퇴진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