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고 먹는 국회, "70만개 일자리 만들어야" 청와대 호소에 돌아온 건 빈손 뿐
  • ▲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를 가로막은 새정치민주연합. ⓒ뉴시스
    ▲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를 가로막은 새정치민주연합. ⓒ뉴시스

     

    대한민국 경제에 잔뜩 먹구름이 꼈다.

    세계 경기 회복세 둔화와 수출 부진으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2%대에 머물 수 있다는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총체적 위기다.

    청와대는 경제 회복의 불씨를 살려보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다. 절박한 심경으로 지푸라기라도 잡아보려는 박근혜 대통령이다.

    하지만 당리당략(黨利黨略)에 눈이 멀어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여념 없는 국회의원들의 생각은 전혀 다른 듯 했다.

    '놀고 먹는 국회'

    - 일도 안하면서 억대 연봉을 주머니에 챙기는 국개(國犬)의원.

    - 민생을 외면하고 정치공세에만 몰두하고 있는 한심한 국해(國害)의원.

    - 북한의 지령에 따라 움직이는지 수차례에 걸쳐 경제활성화법 처리를 가로막은 국괴(國傀)의원.
      
    풍자를 넘어 분노까지 느껴지는 국민들의 조롱이 마냥 틀린 말은 아니었다.

    여야가 19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합의 처리키로 약속했던 경제활성화 법안의 국회 통과가 9일 끝내 무산됐다. 회기가 종료되는 마지막날,

    대한민국 국회가 우리 국민들에게 남긴 선물은 '정쟁(政爭)' 뿐이었다. 없느니만 못한 쓰레기 더미였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7일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를 만나 경제활성화 법안의 처리를 신신당부했다.

    약 50분가량 진행된 회동에서 박 대통령은 "그래서 하늘에서 돈이 떨어지는가? 내년에 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국민 앞에서 얼굴을 들 수 있겠느냐"라며 애타는 심경을 격하게 표현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에 계류 중인 서비스발전기본법을 언급하며 "이게 통과되면 약 70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고 청년들은 그 법이 통과될 때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그 법이 제출된 이후 오늘까지 1,437일을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다. (우리 청년들은) 맨날 일자리 걱정만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업활력제고법과 관련해서도 "어려운 기업들이 많이 생기고 있어 자발적으로 이제 기업들끼리 쉽고 빠르게 구조조정을 하고,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법을 선제적으로 (처리)해야 경제 체질이 튼튼해진다. 어디 돈만 갖다가 붓는다고 되는 게 아니고, 이런 체질을 우선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것도 너무 늦어지면 이 법이 소용이 없어진다"고도 했다.

     

  • ▲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를 가로막은 새정치민주연합. ⓒ뉴시스


     

    다음날인 8일에는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정치권이 단 하루만이라도 당리당략적인 것을 내려놓고 국민들의 삶을 위해서, 희망과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약속한 법안들을 조속히 처리해주실 것을 다시 한 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야당의 참여정부 집권시절 정책까지 거론해가며 경제활성화 법안의 처리를 간곡히 요청했다.

    하지만 소용 없었다.

    '물귀신'을 방불케 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은 움켜쥔 발목을 쉽게 놓아주질 않았다.

    여야는 정기국회 마지막날인 9일 본회의를 열었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의 강한 반대에 부딛혀 경제활성화법안 처리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임시국회에 실낱같은 희망을 다시 걸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처리와 관련, 새누리당은 '의료법, 국민건강보험법 등 보건-의료 관련법의 공공성 관련 조항이 서비스법에 우선 적용된다'는 타협안을 제시했으나 새정치민주연합 측은 끝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의료민영화 법안이라고 규정하고 처리를 가로막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 보면 의료선진화는 노무현 정부 시절 추진된 정책으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원격의료의 시초는 참여정부라 할 수 있다. '말 바꾸기의 달인'이 즐비하다. 노무현 정부에서 핵심 요직을 지낸 의원들조차 뒤를 돌아보지 않고 있다. '반대-반대' 구호만 줄기차게 외칠 뿐이다.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일명 원샷법)을 반대하는 논리도 비슷하다. 원샷법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이 선제적인 구조조정과 사업재편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기업의 건전성을 위한 구조조정과 사업재편 절차간소화 특례는 이미 다른 나라에서도 보편화돼 있다. 하지만 민노총과 손을 잡은 야당은 '대기업 특혜법'이라며 앞뒤 없는 반대에 몰두하는 상황이다.

    속이 타들어가는 박근혜 대통령이다.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다. 이제 남은 것은 대(對)국민 설득이다.

    청와대는 여야가 합의한 경제활성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가 불발될 경우 대통령 담화나 성명 등을 발표할 것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상황을 지켜보고 필요하다면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법안의 통과를 위해서는 박 대통령이 여론에 호소해 정치인들을 움직이는 방법 외에는 없다"고 말했다. 대국민 담화 발표 시점은 10일 임시국회가 시작되는 만큼 연내 처리를 요청한 노동개혁 5개 법안의 논의 상황 등과 맞물려 결정될 공산이 크다.

    꽉 막혀 있다. 배수의 진을 치고 정면돌파에 나설 수밖에 없는 답답한 형국이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정의화 의장실을 예방해 관련 법안 처리와 직권상정(국회의장의 안건 심사기간 지정)을 요청했지만 민생(民生)을 외면한 국회는 요지부동이었다.

    경제활성화 법안은 정기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은 1,441일째 장기 표류하게 됐다. 

    19대 정기국회 마지막날까지 국민들을 실망시킨 대한민국 국회였다.

    한 청와대 참모는 "이런 한심한 국회가 어디 있나? 19대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경제회생을 위해 꼭 필요한 법을 처리하자는 데 이를 무시한 것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