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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정치민주연합의 3선 이상 중진의원들이 11일 오전 국회본청 이석현 국회부의장실에 모여 간담회를 갖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의 3선 이상 중진의원들이 마련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안이 문재인 대표를 수장으로 하는 친노(親盧) 계파에 의해 거절당함으로써,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과 제1야당 분당은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왔다.
3선 이상 중진의원들은 분당(分黨)을 피하기 위한 최후의 노력으로 긴급 간담회를 열고, 문재인 대표의 사퇴를 전제로 한 비대위를 구성해 전당대회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당을 수습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표는 물론 이 자리에 찾아온 최재성 총무본부장 등이 이에 거세게 반발함으로써, 결국 마지막 노력까지 친노에 의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최재성 총무본부장은 중진의원들을 향해 "용퇴하라"고 압박하고, 이에 중진의원들은 최재성 본부장에 대해 "헛소리" "(수습 노력에) 훼방을 놓고 있다"고 불쾌해하면서 당의 분열상이 이미 분당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만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이다.
새정치연합의 3선 이상 중진의원들은 11일 국회본청 이석현 국회부의장실에서 모여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석현 문희상 (이상 5선) 김성곤 김영환 원혜영 (이상 4선) 강창일 김동철 김춘진 설훈 양승조 오제세 유인태 조정식 주승용 최규성 (이상 3선) 의원 등 15명이 참석했다. 김성곤 의원은 "이외에도 전화로 이 내용에 동의하고 위임한다는 3선 의원이 8명 있었다"고 덧붙였다.
새정치연합의 3선 이상 의원은 총 38명이다. 하지만 이 중 정세균·김한길 전 대표 등 이른바 계파 수장과 당직을 맡고 있는 이종걸 원내대표, 전병헌·추미애 최고위원 등은 초청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구설수에 오른 신기남 노영민 의원 등도 내홍에 관한 수습안에 목소리를 낼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참석하기 어렵다고 보면 약 29명 정도가 남는다. 그 중 23명이 합의문에 동의한 것이다.
이날 중진의원들은 약 1시간에 걸쳐 간담회를 가진 뒤 3개 항의 합의문을 마련해 발표했다. 합의문의 내용은 △문재인~안철수 대표가 협력하는 가운데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한다 △전당대회 문제는 비대위와 협의해 결정하도록 한다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 혁신과 통합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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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정치민주연합 이석현 국회부의장과 김성곤 의원이 11일 오전 국회본청 이석현 국회부의장실에서의 중진의원 간담회가 끝난 직후, 합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1항의 비대위 구성은 문재인 대표의 사퇴를 전제로 한 것이다. 또, 3항의 문구는 애당초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 당의 혁신과 통합을 추진한다'였으나 마지막 순간에 '당의'라는 문구가 빠졌다.
이는 야권 통합의 걸림돌인 문재인 대표라는 존재가 제거되면, 박주선 의원의 통합신당·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박준영 전 전남도지사의 신민당은 물론 손학규 전 상임고문과 정동영 전 장관 등 당 외곽에 있는 모든 세력과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 성립되므로, 당의 범위를 넘어서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의도를 내포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2항에서 전당대회 소집 여부를 비대위에 위임한 것은 이들 외곽 세력과의 '원샷통합전대'가 가능하다면 전당대회를 소집하되, 그렇지 않고 총선 전 야권 통합이 여의치 않으면 비대위 체제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확실한 것은 문재인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모두의 의견이 일치됐다는 것이다.
비대위 구성 단계에서 문재인·안철수 대표에게 이른바 'N분의 1' 형태로 문호가 개방돼 있는지('조국 구상'), 문재인·안철수 대표의 공동비대위원장 체제인지('수도권 의원단 중재안'), 또는 둘 다 2선 후퇴해 백의종군하는지('구당모임 요구안')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려, 해당 부분은 가능성을 백지 상태로 열어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중진의원들은 문재인 대표의 사퇴만은 당연한 전제라는 점에 한결같은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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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정치민주연합 이석현 국회부의장과 김성곤 의원이 11일 오전 국회본청 이석현 국회부의장실에서의 중진의원 간담회가 끝난 직후, 합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취재진 : 문재인·안철수 대표가 협력하는 가운데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다면, 그것은 문재인 대표의 사퇴를 전제로 한 것인가.
강창일 : 당연하다.
이석현 : 비대위를 구성하려면 (문재인 대표가) 사퇴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취재진 : 협력하는 가운데 비대위를 구성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강창일 : (문재인 대표의 사퇴는) 당연하다. 사퇴하지 않고 어떻게 현 대표(가 있는) 체제에서 (비대위를) 할 수가 있겠는가.
김성곤 : 하지만 (문재인·안철수) 그 분들이 들어올 수도 있고, 공동대표를 할 수도 있고, 안 들어올 수도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은 비워놓은 것이다.
이석현 : (그래서) 그 부분은 명시하지 않은 것이다.
최규성 : 그리고 비대위가 구성된다는 것은 최고위원들도 다 사퇴하는 것이다. (주위 돌아보며) 원내대표는 (사퇴 대상이) 아니지?
강창일 : 원내대표는 아니다.취재진 : 당헌·당규상으로는 대표가 사퇴하게 되면 2개월 이내에 전당대회를 열도록 돼 있는데.
강창일 : 그 부분은 (비대위에서) 나중에 (결정할 것이다).
이석현 : 그런 부분은 의견이 나뉠 수 있는 부분인데, 지금은 비대위를 구성해서 '비대위가 전당대회 문제는 앞으로 논의하라' 이렇게 하는 단계까지만 합의한 것이다. 나중에 비대위 구성원들이 고민을 해봐야 할 것이다.이날 중진의원들이 문재인 대표 사퇴에 이처럼 전격적인 의견 일치를 보게 된 것은, 문재인 대표가 사퇴하지 않으면 도저히 분당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몰렸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전 대표가 13일 오전 11시에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하기로 예고했기 때문에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와 관련, 이석현 부의장은 "중진들이 이렇게 모인 것은 옳고 그른 것을 떠나서 당내 현실을 어떻게 수습하면 좋을지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금은 (분당) 위기이기 때문에 옳고 그름을 초월해서 (수습) 방안을 모색하자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런데 초청 대상이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던 최재성 총무본부장이 합의문 재낭독이 끝난 직후 간담회 자리에 나타나 문제 제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에 문재인 대표의 측근과 중진의원들 사이에서는 공개적으로 가시돋힌 설전이 오갔다.
최재성 본부장과 중진의원들 사이의 설전은 양측의 인식 차이를 그대로 드러냈다는 평이다. 중진의원들조차 이날 문재인 대표의 사퇴를 수습 방안의 기본 전제로 합의한 것에 대해, 문재인 대표 측의 실망과 예민함, 초조함이 그대로 나타났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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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성 총무본부장이 11일 오전 국회본청 이석현 국회부의장실에서 열린 3선 이상 중진의원 간담회장에 나타나 합의문에 항의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최재성 : 한말씀 드려도 되겠는가. 논의를 끝낸 것 같은데, 전당대회 문제를 비대위가 협의해 결정토록 한다는 것은 당헌·당규에 위배되는 것이다. 당헌·당규에 위배되는 사항을 중진의원들이 이렇게 결정하는 것은 당헌을 거스르는 일이다.
김성곤 : 아니, 그것은 비대위에서 협의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앞으로) 협의해서 당무위나 중앙위에 부의할 수가 있으니 당헌·당규에 위배된다고 할 수는 없지 않나.최재성 : 아니다, 위배된다.
김성곤 : 아니, 그런데 그걸 여기서 무슨 당헌을… 아니, 저기….최재성 : 중진의원들은 당헌의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하지 않나. 우선 문재인 대표가 사퇴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협의한다면 그것은 논의를 해볼 수가 있겠는데, 사퇴하는 것을 전제로 비대위가 꾸려진다면 그것은 비대위의 권한이 아니고 의무적으로 2개월 안에 전당대회를 해야 하는 것이다. 2번 항목을 발표한 것에 대해서는 책임이 뒤따를 것이다.
이처럼 최재성 본부장이 '정치적 책임'까지 운운하자,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중진의원들은 극도의 불쾌감을 내비쳤다.
최재성 본부장과 김성곤 의원이 공방을 주고받는 사이 뒷쪽으로 자리를 옮긴 몇몇 중진의원들은 최재성 본부장을 안철수 전 대표가 지난 3일 트위터를 통해 말한 "문재인 대표 주변에 눈과 귀를 막고 호가호위하는 사람"으로 지칭하며, 이들 때문에 위기를 수습하기 위한 마지막 노력이 무산되고 결국 분당으로 갈 것을 우려하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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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정치민주연합 3선 이상 중진의원 간담회가 11일 오전 이석현 국회부의장실에서 열린 가운데, 먼저 도착한 중진의원들이 한담을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강창일 : 헛소리하고 있다, 최재성이 와서… 당헌·당규에 위배된다는데, 최재성이가…
김동철 : 나는 저게, 최재성이가 저렇게 나오는 게 정말 좋지 않은 것 같다. (문재인 대표가) 당이 깨질 명분을 최고로 주고 있는 것이다.
강창일 : (수습 노력을) 훼방을 놓고 있는데? 당헌·당규…
김동철 : 잘하는 게 아니다, 저게…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최재성 본부장은 격렬한 반박을 계속하다가 퇴장했다. 최재성 본부장은 반박 도중에 "중진의원들도 무거운 책임이 있는데, (문재인 대표 사퇴 주장을 하려면) 용퇴를 한다면 진정성을 이해하겠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주장을 펼친 최재성 본부장 본인 또한 3선 의원이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에 김성곤 의원은 헛웃음을 짓고, 김영환 의원은 최재성 본부장의 선수(選數)가 순간 헛갈렸는지 고개를 갸웃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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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일 오전 이석현 국회부의장실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3선 이상 중진의원 간담회가 끝난 직후, 설전을 벌였던 김성곤 의원이 최재성 총무본부장에게 다가가 어깨를 다독이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최재성 : 혁신보다는 봉합이라는 측면에서 중진의원들이 이렇게 당을 걱정하신 것으로는 알겠는데, 3번 항목은 중진의원들도 무거운 책임이 있는 항목인데, 국민들이 혁신을 외면하거나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봉합을 선택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가질 수 있지 않겠나. 정치적으로도 책임을 져야 한다. 만약에 용퇴를 하거나 한다면 진정성은 이해를 하겠는데…
김성곤 : (헛웃음) (최재성 본부장도) 3선인데…최재성 : 가장 책임이 많은 중진들이 비대위 이야기를 하는 것은 봉합 아니냐. 당헌에도 없는 전당대회 이야기를 거론하고 혁신을 추진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기 때문에 당헌상의 책임과 정치적인 책임이 뒤따르는 문제다.
김성곤 : 아니, 나도 당헌·당규는 다 보고 왔는데, 최재성 의원이 조금…최규성 : 뭐라고 하는 거야, 당헌·당규에 없다고?
강창일 : 아, 나 참… 저러니까 자꾸…
김영환 : 최재성 의원이 재선인가, 3선인가?
강창일 : 3선인데, 아니…
최규성 : 뭐라고 그런 거야, 당헌·당규가 어쩐다고?
강창일 : (당헌·당규에) 어긋난다고… 무슨 (대표가) 사퇴하는 게 당헌·당규에… 문재인 대표가 물러나는 게 안 된다, 그런 투다.
최규성 : 아니, 사퇴하지 않으면 어떻게 비대위를 구성을 하느냐고. 사퇴해야 비대위를 구성할 것이 아니냐.
김동철 : 아니, 당직 맡은 3선이 왜 왔어, 여기?
강창일 : 사적으로 가서 이야기하라.
이석현 : 이걸로 (간담회를) 마치겠다. 수고들 하셨다.
강창일 : 자자자, 마치고…
최재성 : 용퇴를 한다는 이런 헌신이 있으면 진정성은 이해가 갈 것이다.
이석현 : 알겠다. 이해한다. 이걸로 마치겠다.
김성곤 : 당헌·당규는…
최재성 : 뭘 좀 충분히 검토를 하시고 하셔야지.
강창일 : 아니, 그러니까 사적으로 가서, 이걸 가지고 이야기하라고 그래. 아니, 왜 싸우는 모습을 보여, 여기에서?설전을 보다못한 이석현 부의장이 "간담회 종료"를 선언하면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중진의원들은 뿔뿔이 흩어져, 간만의 당 위기 수습 노력은 무산을 예상케 했다. 최재성 본부장은 자리를 나가면서까지 "황금지역구에서 다 편하게 (3선 이상을) 다 하신 분들이 그러는 게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이에 최재성 본부장과는 대척점에 위치한 김동철 의원도 간담회장을 나서면서 취재진과 만나 "나도 못 받고 최재성 (본부장)도 못 받는 안인데, 나는 그래도 3선 이상 중진들의 합의니까 일단은 수용하겠다고 했다"며 "그런데 최재성 (본부장)은 와서 저렇게 안 된다고 해버렸으니까, 이게 우리 당의 현 주소"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중진의원 합의문이) 문재인 대표의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사퇴와 비대위 구성을 담았어야, 국민들에게 좀 시원하게 비쳐졌을 것"이라며 "리더십의 실패를 인정하려면 확실하게 인정해야지, 반만 인정한다면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간담회장에서 불만을 피력한 최재성 본부장은 같은 날 오후 별도의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진의원 합의문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문재인 대표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중진의원 합의문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안철수 전 대표가 13일 오전 11시에 탈당을 예고해, 문재인 대표의 사퇴 데드라인을 설정한 가운데 문재인 대표는 이처럼 대표직에 연연하는 모습을 고집하고 있다. 따라서 13일 오전 11시에 결국 분당이라는 시한폭탄은 터지고야 말게 됐다. 분열의 책임은 문재인 대표와 최재성 본부장 등이 질 수밖에 없게 된 상황이다.
최재성 본부장은 "기존의 (비대위) 봉합 질서로 회귀해야 할 상황이라면 문재인 대표 체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체제"라며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 두 분이 봉합의 방식으로 임시방편 수습하고자 한다면 역사의 패배자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표도 이날 취재진과 만나 "지난 재신임 때 중진들의 중재 의견을 받아들여 재신임을 수용한 바 있다"며 "그때 중진의원들은 '그 의견을 수용하면 앞으로는 당대표를 하며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돌아서자마자 다시 흔들기가 계속돼 결국 오늘에 이르게 됐다"고 강변했다.
아울러 "중진의원들이 이런 상황들에 대해 좀 더 책임있는 자세로 상황을 수습하는 노력을 해줬으면 좋겠다"며 "어제(10일) 수도권 의원들의 제안에 심사숙고하겠다는 말씀을 드렸으니, 그밖의 또 다른 의견들에 대해 일일이 따로 의견을 밝힐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불쾌감과 거부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성곤 의원은 "우리가 '당대표를 다시는 흔들지 않겠다'고 한 적은 없다"며 "그 때는 중앙위가 개최됐기 때문에' 중앙위에서 혁신안이 통과된 것으로 사실상 재신임을 묻는 것이 갈음된 것이 아니냐, 그러니 재신임을 묻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씀드린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