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호 "늦어도 모레 탈당"… 내년 2월 친노 제외 통합하고 安 봉대할듯
  • ▲ 안철수 의원이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을 선언한 뒤 국민과 당원에게 깊숙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안철수 의원이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을 선언한 뒤 국민과 당원에게 깊숙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대표가 결국 '마이웨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문재인 대표는 2·8 전당대회에서 선출된지 10개월 만에 당을 결딴내고 말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당장 안철수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문병호 의원이 늦어도 15일까지는 탈당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번 주중으로 5~10명의 현역 의원 탈당이 점쳐진다. 또, 궁극적으로는 김한길 전 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의 탈당도 배제할 수 없어,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은 완연한 분해·해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다.

    안철수 전 대표는 13일 오전 11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는 오늘 새정치민주연합을 떠난다"며 탈당을 공식 선언했다.

    이날 탈당 기자회견에서 안철수 전 대표는 문재인 대표를 정점으로 하는 당내 친노패권주의 세력에 대한 극도의 실망감과 불신감을 드러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지금의 야당은 국민에게 어떤 답도 드리지 못한다"며 "세상을 바꿀 수도, 정권교체의 희망을 만들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더 큰 혁신은 배척당하고 얼마되지 않는 기득권 지키기에 빠져 있으며 혁신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혁신을 두려워하고 있다"며 "이제 당 안에서 변화와 혁신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이대로가면 다 죽으니 비상한 각오와 담대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거듭거듭 간절히 호소했지만 답은 없었다"며 문재인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해 3월 3일, 당시 김한길 대표가 이끌던 민주당과 전격 통합을 단행한 뒤로부터 1년 9개월여 만에 갈라설 수밖에 없게 된 원인은 자신의 거듭된 양보와 헌신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표가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는 행태로부터 찾았다.

    안철수 전 대표는 "나는 이제까지 늘 야당의 통합과 정권교체를 위한 선택을 해왔다"며 "대통령 후보를 양보했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통합했음에도, 정권교체는 실패했고 정치혁신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회한을 토로했다.

    이어 "야당조차 기득권화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라며, 당대표직과 공천권이라는 기득권에 집착하는 문재인 대표를 겨냥했다.

    아울러 "안에서 도저히 안 된다면 밖에서라도 강한 충격으로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며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캄캄한 절벽 앞에서, 지금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어려운 길로 나아가려고 한다"라고 최후의 결단을 내린 배경을 밝혔다.

  • ▲ 안철수 의원이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을 선언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안철수 의원이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을 선언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으로 제1야당은 본격적인 토붕와해(土崩瓦解) 국면에 접어들었다. 당장 이틀 내로 동반 탈당 의사를 밝히고 나선 의원이 있는가 하면, 새정치연합의 대주주(大株主)인 김한길 전 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결국은 탈당을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13일 국회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연 안철수 의원은 직후 취재진과의 짧은 문답에서 향후 신당 창당 여부를 묻는 질문에 "다음 기회에 말씀드리겠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기자회견문에는 "이제 나침반도, 지도도 없이 허허벌판에 나서지만 목표는 분명하다"며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정치 세력을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어떤 형태로든 새정치연합을 대체할 새로운 정치 세력을 형성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새로운 정치 세력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세(勢)가 필요한데, 이 점에 있어서는 동반 탈당 가능성이 점쳐지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새정치연합 문병호 의원은 안철수 의원이 탈당 기자회견을 가진 13일 "아까 (안철수 의원과) 40분간 통화했다"며 "늦어도 내일(14일)이나 모레(15일)에는 탈당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문병호 의원은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연합의 공동대표를 하던 시절, 대표비서실장을 맡았다. 지근거리에서 안철수 의원을 보좌하면서 진정성을 읽었기에 '허허벌판'에 함께 나설 결심을 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문병호 의원은 지역구가 수도권(인천 부평갑)이라 탈당할 경우 3선 여부가 불투명해지는데도 불구하고, 큰 정치적 결단을 내린데에는 이러한 배경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외에도 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5~10명의 의원이 이번 주중 연쇄 탈당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문병호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제 본격적으로 탈당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라며 "수도권과 호남의 현역 의원 5~10명이 이번 주중 1차 탈당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연말까지 2차, 3차 탈당이 이뤄지면 교섭단체 구성에 필요한 20명을 규합하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최대 30명까지 내다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11일 3선 이상 중진의원 간담회에 찾아온 최재성 총무본부장이 합의문에 반대하는 것을 보고 "잘하는 게 아니다. 당이 깨질 명분을 최고로 주고 있다"고 혀를 찼던 김동철 의원도 탈당이 유력할 것으로 손꼽힌다.

    김동철 의원은 "이대로 새정치연합 문재인 체제로는 총선 승리를 할 수 없다고 보는 의원들은 대부분 당을 떠날 것"이라며 "하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40~50명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그간 문재인 대표의 사퇴 결단만이 분당(分黨)을 막을 수 있다고 촉구해 왔던 구당(求黨)모임 소속 의원들은 정치적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문재인 대표가 당대표직과 공천권이라는 기득권에 연연해 결단하지 못해서, 안철수 의원이 탈당했기 때문이다. 현재의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해 3월, 김한길 전 대표의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 세력이 결합해서 이뤄진 만큼, 창업주 중의 한 사람인 안철수 의원의 탈당은 '당이 깨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깨진 그릇에서 물이 흘러나오는 것은 자연의 이치이기 때문에, 탈당하더라도 이는 분당을 야기한 문재인 대표의 책임일 뿐 탈당파에게 정치적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구당모임에는 당직을 맡고 있는 김영록 수석대변인과 이윤석 조직본부장, 새정치연합의 핵심 지지 기반을 담당하는 강창일 제주도당위원장·유성엽 전북도당위원장·박혜자 광주시당위원장·황주홍 전남도당위원장과 함께 김영환·김동철·신학용·노웅래·문병호·장병완·정성호·최원식 의원 등이 몸을 담고 있다.

    만일 이들이 순차적으로 당을 빠져나갈 경우, 새정치연합은 호남이라는 지지 기반을 상실한 채 친노·486만 남은 비(非)제도권 운동권 정당이라는 빈껍데기만 남게 된다는 지적이다.

  • ▲ 안철수 의원이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을 선언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안철수 의원이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을 선언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김한길 전 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결국은 탈당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돈다.

    김한길 전 대표는 지난해 3월 민주당을 이끌던 시절, 안철수 의원과의 담판을 통해 그를 제1야당으로 끌어들이고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한 장본인이다. 이후 공동대표로서 함께 당을 이끌다 친노 계파의 극심한 '흔들기'에 당권을 넘겨줬었다.

    새정치연합 핵심 관계자는 "김한길 전 대표야말로 안철수 의원을 이 당으로 끌어들여 함께 새정치를 해보자고 한 당사자"라며 "안철수 의원이 탈당한 마당에 김한길 전 대표만 당에 남아 있는다는 것은 정치도의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짚었다.

    이와 관련, 김한길 전 대표는 지난 10월 발표한 '총선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한 제언'에서 김상곤 혁신위원회가 '뺄셈의 정치'를 하고 있다면서, 총선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진짜 혁신'과 '야권 통합'이 뒤따라야 함을 강조했었다.

    그런데 '진짜 혁신'을 제안했던 안철수 의원조차 '뺄셈의 정치'의 희생양이 돼서 당에서 튕겨져 나갔다. 이제 '야권 통합'을 위해서는 제3지대에서의 움직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간 천정배 의원 등 당 안팎의 신당 추진 세력들과도 두루 만나며 의견을 수렴해 온 것으로 알려진 김한길 전 대표의 움직임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의 탈당 가능성도 유력하다.

    박지원 전 대표는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열린 호남 의원단 오찬 회동에서 "우리가 지역에 갔을 때 들리는 것은 '이제 새정치연합은 안 된다, 문재인 대표 가지고는 안 된다, 어떤 결단을 내려보라'는 말"이라며 "이것이 민심이고, 이제 민심과 명분이 갖춰졌다"고 말했다.

    아울러 "분열해서 패배의 길로 가지 말고, 통합·단결해서 정권교체의 길로 가자고 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당에 남아 있는 것"이라면서도 "정권교체의 길이 무엇인가 진지하게 다시 생각할 때가 됐고, 나 스스로도 고민하고 있다"고 탈당 가능성을 시사했었다.

    이렇듯 연일 탈당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박지원 전 대표가 아직까지 결단의 심정을 굳히지 못한 것은 총선을 앞둔 신당의 성공 가능성 때문이었다. 박지원 전 대표는 일찍이 "신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바라볼 수 있는 대권 주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었다.

    그런데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마지막 퍼즐 조각이 맞춰졌다. 이제는 박지원 전 대표가 빠르든 늦든 간에 어느 시점에 중대결단을 내릴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다.

    한편 새정치연합에서 연쇄 탈당이 뒤따르고, 다른 한편으로 박주선 의원의 통합신당이나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는 창당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안철수 의원은 특별히 어떤 흐름에 당장 몸을 맡기기보다는 당분간 제3지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박주선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통합신당은 12월 중 통합발기인대회를 예고하고 있다.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는 공교롭게도 안철수 의원이 탈당한 13일 창당발기인대회를 열고, 내년 1월말 중앙당 창당을 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병호 의원을 필두로 새정치연합에서 연쇄 탈당을 한 의원들은 일단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친노·486만 남은 새정치연합 문재인 체제를 제외한 여타 야권 신당 세력의 대통합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정치연합이 문재인 대표의 졸렬한 리더십 아래에서 앞으로도 전망이 없다고 보면, 내년 1~2월 무렵에는 새정치연합을 대체할 통합 신당의 출범을 바라는 야권 지지층의 요구가 대단히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 때, 통합신당·국민회의·신민당·민주당은 물론 새정치연합에서 이탈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있던 세력들까지 하나로 모이는 '원샷' 형태의 대통합이 이뤄질 개연성이 매우 높다.

    야권 핵심 관계자는 "늦어도 내년 2월까지는 '원샷' 형태로 흩어져 있는 야권 신당 세력들이 모두 하나로 합쳐지게 될 것"이라며 "대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은 이 과정에서 국민의 요구를 따르는 형식으로, 신당 세력에 의해 자연스레 봉대(奉戴)되면서 당의 얼굴로서 총선을 이끌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 안철수 의원이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을 선언한 뒤, 취재진과 짧은 문답을 마치고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안철수 의원이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을 선언한 뒤, 취재진과 짧은 문답을 마치고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한편 제1야당이 분당 국면에 접어듬에 따라 문재인 대표는 정치적 책임을 면할 길이 없게 됐다.

    "이기는 정당을 만들겠다"며 2·8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지 10개월 만에 당을 파탄 지경으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야당 사상 최악의 대표"라는 비판이 무색하지 않은 상황이다.

    문재인 대표는 2·8 전당대회 직후 안철수 전 대표를 완전히 무시한 채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 등에서 독주를 일삼았다.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이 임박한 시기에야 "새정치연합의 공동창업주"라며 달래는 척 했지만, 그간 보여준 행보는 '공동창업주'에 대한 예우와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나 멀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4·29 재·보궐선거 영패 직후에는 "문재인 대표가 책임지고 당의 혁신을 직접 이끌라"는 안철수 전 대표의 조언을 무시하고, 김상곤 혁신위원장을 앞세워 면피용 혁신을 진행했다.

    결국 안철수 전 대표는 지난 9월부터 부패 정치 척결과 낡은 진보 청산, 새로운 인재 영입 등을 지속적으로 외치며 문재인 대표와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당시에도 문재인 대표에게 의지가 있었다면 안철수 전 대표를 돌려세울 가능성은 충분했다는 평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표는 안철수 전 대표의 '낡은 진보 청산' 요구를 '새누리당 프레임'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문재인 대표는 지난 10월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낡은 진보라는 건 형용모순"이라며 "새누리당 쪽에서 우리 당을 규정짓는 프레임"이라고 주장했다. 동시에 문재인 대표 측근그룹으로부터 "안철수 전 대표는 본래 우리 당보다는 새누리당 쪽에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말들이 흘러나왔다.

    안철수 전 대표는 이 때 결정적으로 문재인 대표에 대한 불신감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밤 새정치연합 박병석·원혜영·노웅래 의원이 의원단 대표로 찾아온 자리에서도 안철수 전 대표는 "내 제안에 대해 생각이 다르다고 어떻게 나를 새누리당이라고 그러느냐"며 이 점을 가장 섭섭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표는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을 만류하고 분당을 피할 수 있었던 수 차례의 기회를 자기 발로 걷어차버렸다. 분열적 행태를 거듭한 끝에 분당의 최대 책임자가 된 것이다.

    안철수 전 대표가 지난 9월, 부패 정치 척결의 방편으로 정치자금법 위반 유죄 확정 판결로 수감된 한명숙 전 대표의 제명을 요구했으나 문재인 대표는 "(한명숙 전 총리를 감싼 것을) 온정주의라고 말하는 것은 당치 않다"며 "비록 유죄 확정 판결을 받기는 했지만, 정치적으로 억울한 사건이라는 것은 당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 ▲ 안철수 의원이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을 선언한 뒤 국회본청을 나서고 있는 가운데, 취재진이 이를 뒤따르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안철수 의원이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을 선언한 뒤 국회본청을 나서고 있는 가운데, 취재진이 이를 뒤따르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이후 안철수 전 대표가 탈당을 결심하자, 그제서야 부랴부랴 한명숙 전 대표에게 권유해 탈당계를 받기로 했으나 이미 때가 늦었다는 것이다. 받을 수 있는 제안이었다면 진작 받았으면 될 것을, 핀치에 몰린 뒤에 한 것은 이미 진정성과 속내를 의심받게 됐다는 지적이다.

    13일 새벽에야 안철수 전 대표의 상계동 자택을 찾은 것도 진정성이 없는 행태라는 지적이다.

    안철수 전 대표가 지난 6일 혁신전대 소집을 최후통첩한 뒤 낙향한 직후, 주위에서는 문재인 대표에게 여러 차례 안철수 전 대표를 직접 만나라는 권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승용 전 최고위원은 7일 문재인 대표와 독대한 자리에서 "안철수 전 대표를 만나라"고 권유했으나 문재인 대표는 오히려 "내가 간들 만나주겠느냐"며 "주 최고가 설득해서 모셔와달라"고 부탁했다.

    주승용 전 최고위원은 이 때 "'나갈테면 나가라'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술회했다. 상황을 더 이상 되돌릴 수 없게 된 막판의 막판까지 와서 상대방의 혁신전대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도 전혀 없는 채 자택을 찾은 것은 철지난 정치쇼에 지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분당의 책임을 떠넘기려는 술책"이라고 잘라 말했다.

    일각에서는 안철수 전 대표가 탈당 기자회견을 예고한 이날 오전 11시 이전에라도 문재인 대표가 기자회견을 먼저 열어 "모든 것을 내려놓고 혁신전당대회 소집에 동의한다"는 내용을 발표해 분당을 막을지도 모른다는 희망 섞인 관측이 있었다. 그러나 이 역시 기대감이 낳은 헛소문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문재인 대표는 지난 9월 9일 당 안팎의 사퇴 요구가 점증하던 시점, 그간 자신의 우군이었던 정세균 전 대표가 자신의 사퇴 가능성까지 열어놓는 수습안을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선수를 쳐 그 30분 전에 '새치기'로 기자회견을 열고 "재신임을 묻겠다"는 뜻을 전격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정세균 전 대표의 기자회견은 취소되고, 정국은 급격하게 재신임 국면으로 전환된 바 있다.

    자신의 대표직이 걸린 국면에서는 이처럼 기민한 행보를 보여주던 문재인 대표가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과 분당을 앞두고서는 굼뜨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그의 내심이 어디에 있었는지는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이날 안철수 전 대표가 기자회견 직후 취재진과의 문답에서, 문재인 대표와 마지막 통화를 한 사실을 밝히며 "지금은 문재인 대표나 나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당을 위해 헌신할 때이니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당을 살려달라고 부탁드렸지만, 결국은 설득에 실패했다"고 전한 것은, 그간 문재인 대표의 누적된 분열적 행태의 결정판인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