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친노 제외 '원샷' 대통합… 안철수 봉대해 당의 얼굴 삼을 것"
  • ▲ 안철수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김동철 의원이 지난 10월 12일 새정치민주연합,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 참석해 발제를 듣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안철수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김동철 의원이 지난 10월 12일 새정치민주연합,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 참석해 발제를 듣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으로 제1야당은 본격적인 토붕와해(土崩瓦解) 국면에 접어들었다. 당장 이틀 내로 동반 탈당 의사를 밝히고 나선 의원이 있는가 하면, 새정치연합의 대주주(大株主)인 김한길 전 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결국은 탈당을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13일 국회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연 안철수 의원은 직후 취재진과의 짧은 문답에서 향후 신당 창당 여부를 묻는 질문에 "다음 기회에 말씀드리겠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기자회견문에는 "이제 나침반도, 지도도 없이 허허벌판에 나서지만 목표는 분명하다"며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정치 세력을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어떤 형태로든 새정치연합을 대체할 새로운 정치 세력을 형성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새로운 정치 세력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세(勢)가 필요한데, 이 점에 있어서는 동반 탈당 가능성이 점쳐지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새정치연합 문병호 의원은 안철수 의원이 탈당 기자회견을 가진 13일 "아까 (안철수 의원과) 40분간 통화했다"며 "늦어도 내일(14일)이나 모레(15일)에는 탈당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문병호 의원은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연합의 공동대표를 하던 시절, 대표비서실장을 맡았다. 지근거리에서 안철수 의원을 보좌하면서 진정성을 읽었기에 '허허벌판'에 함께 나설 결심을 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문병호 의원은 지역구가 수도권(인천 부평갑)이라 탈당할 경우 3선 여부가 불투명해지는데도 불구하고, 큰 정치적 결단을 내린데에는 이러한 배경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외에도 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5~10명의 의원이 이번 주중 연쇄 탈당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문병호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제 본격적으로 탈당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라며 "수도권과 호남의 현역 의원 5~10명이 이번 주중 1차 탈당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연말까지 2차, 3차 탈당이 이뤄지면 교섭단체 구성에 필요한 20명을 규합하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최대 30명까지 내다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11일 3선 이상 중진의원 간담회에 찾아온 최재성 총무본부장이 합의문에 반대하는 것을 보고 "잘하는 게 아니다. 당이 깨질 명분을 최고로 주고 있다"고 혀를 찼던 김동철 의원도 탈당이 유력할 것으로 손꼽힌다.

    김동철 의원은 "이대로 새정치연합 문재인 체제로는 총선 승리를 할 수 없다고 보는 의원들은 대부분 당을 떠날 것"이라며 "하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40~50명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그간 문재인 대표의 사퇴 결단만이 분당(分黨)을 막을 수 있다고 촉구해 왔던 구당(求黨)모임 소속 의원들은 정치적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 ▲ 안철수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전 대표가 지난 10월 12일 새정치민주연합,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 참석해 발제를 듣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안철수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전 대표가 지난 10월 12일 새정치민주연합,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 참석해 발제를 듣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결국 문재인 대표가 당대표직과 공천권이라는 기득권에 연연해 결단하지 못해서, 안철수 의원이 탈당했기 때문이다. 현재의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해 3월, 김한길 전 대표의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 세력이 결합해서 이뤄진 만큼, 창업주 중의 한 사람인 안철수 의원의 탈당은 '당이 깨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깨진 그릇에서 물이 흘러나오는 것은 자연의 이치이기 때문에, 탈당하더라도 이는 분당을 야기한 문재인 대표의 책임일 뿐 탈당파에게 정치적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구당모임에는 당직을 맡고 있는 김영록 수석대변인과 이윤석 조직본부장, 새정치연합의 핵심 지지 기반을 담당하는 강창일 제주도당위원장·유성엽 전북도당위원장·박혜자 광주시당위원장·황주홍 전남도당위원장과 함께 김영환·김동철·신학용·노웅래·문병호·장병완·정성호·최원식 의원 등이 몸을 담고 있다.

    만일 이들이 순차적으로 당을 빠져나갈 경우, 새정치연합은 호남이라는 지지 기반을 상실한 채 친노·486만 남은 비(非)제도권 운동권 정당이라는 빈껍데기만 남게 된다는 지적이다.

    김한길 전 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결국은 탈당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돈다.

    김한길 전 대표는 지난해 3월 민주당을 이끌던 시절, 안철수 의원과의 담판을 통해 그를 제1야당으로 끌어들이고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한 장본인이다. 이후 공동대표로서 함께 당을 이끌다 친노 계파의 극심한 '흔들기'에 당권을 넘겨줬었다.

    새정치연합 핵심 관계자는 "김한길 전 대표야말로 안철수 의원을 이 당으로 끌어들여 함께 새정치를 해보자고 한 당사자"라며 "안철수 의원이 탈당한 마당에 김한길 전 대표만 당에 남아 있는다는 것은 정치도의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짚었다.

    이와 관련, 김한길 전 대표는 지난 10월 발표한 '총선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한 제언'에서 김상곤 혁신위원회가 '뺄셈의 정치'를 하고 있다면서, 총선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진짜 혁신'과 '야권 통합'이 뒤따라야 함을 강조했었다.

    그런데 '진짜 혁신'을 제안했던 안철수 의원조차 '뺄셈의 정치'의 희생양이 돼서 당에서 튕겨져 나갔다. 이제 '야권 통합'을 위해서는 제3지대에서의 움직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간 천정배 의원 등 당 안팎의 신당 추진 세력들과도 두루 만나며 의견을 수렴해 온 것으로 알려진 김한길 전 대표의 움직임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의 탈당 가능성도 유력하다.

  • ▲ 안철수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안철수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박지원 전 대표는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열린 호남 의원단 오찬 회동에서 "우리가 지역에 갔을 때 들리는 것은 '이제 새정치연합은 안 된다, 문재인 대표 가지고는 안 된다, 어떤 결단을 내려보라'는 말"이라며 "이것이 민심이고, 이제 민심과 명분이 갖춰졌다"고 말했다.

    아울러 "분열해서 패배의 길로 가지 말고, 통합·단결해서 정권교체의 길로 가자고 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당에 남아 있는 것"이라면서도 "정권교체의 길이 무엇인가 진지하게 다시 생각할 때가 됐고, 나 스스로도 고민하고 있다"고 탈당 가능성을 시사했었다.

    이렇듯 연일 탈당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박지원 전 대표가 아직까지 결단의 심정을 굳히지 못한 것은 총선을 앞둔 신당의 성공 가능성 때문이었다. 박지원 전 대표는 일찍이 "신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바라볼 수 있는 대권 주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었다.

    그런데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마지막 퍼즐 조각이 맞춰졌다. 이제는 박지원 전 대표가 빠르든 늦든 간에 어느 시점에 중대결단을 내릴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다.

    한편 새정치연합에서 연쇄 탈당이 뒤따르고, 다른 한편으로 박주선 의원의 통합신당이나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는 창당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안철수 의원은 특별히 어떤 흐름에 당장 몸을 맡기기보다는 당분간 제3지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박주선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통합신당은 12월 중 통합발기인대회를 예고하고 있다.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는 공교롭게도 안철수 의원이 탈당한 13일 창당발기인대회를 열고, 내년 1월말 중앙당 창당을 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병호 의원을 필두로 새정치연합에서 연쇄 탈당을 한 의원들은 일단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친노·486만 남은 새정치연합 문재인 체제를 제외한 여타 야권 신당 세력의 대통합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정치연합이 문재인 대표의 졸렬한 리더십 아래에서 앞으로도 전망이 없다고 보면, 내년 1~2월 무렵에는 새정치연합을 대체할 통합 신당의 출범을 바라는 야권 지지층의 요구가 대단히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 때, 통합신당·국민회의·신민당·민주당은 물론 새정치연합에서 이탈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있던 세력들까지 하나로 모이는 '원샷' 형태의 대통합이 이뤄질 개연성이 매우 높다.

    야권 핵심 관계자는 "늦어도 내년 2월까지는 '원샷' 형태로 흩어져 있는 야권 신당 세력들이 모두 하나로 합쳐지게 될 것"이라며 "대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은 이 과정에서 국민의 요구를 따르는 형식으로, 신당 세력에 의해 자연스레 봉대(奉戴)되면서 당의 얼굴로서 총선을 이끌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