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한 野 의원들‥ 황주홍 "심야 자택 방문은 비루한 코메디", 文 "항해 멈추지 않을 것"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진정성 없는 행태에 결정적 불신감을 갖게 된 안철수 의원이 13일 탈당함에 따라, 문재인 대표는 2·8 전당대회로 선출된지 10개월 만에 당을 쪼개놓는 희대의 기록을 세우게 됐다는 지적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진정성 없는 행태에 결정적 불신감을 갖게 된 안철수 의원이 13일 탈당함에 따라, 문재인 대표는 2·8 전당대회로 선출된지 10개월 만에 당을 쪼개놓는 희대의 기록을 세우게 됐다는 지적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어떻게 저런 사람을 우리가 대표로 뽑았는지 창피하다."(신학용 의원)
    "60년 야당 사상 최악의 대표, 역대 야당 지도자 중 최악."(황주홍 의원)

    선거마다 연전연패, 책임회피 후안무치… 온갖 비판을 받으면서도 당대표직에 연연한 채 하루하루 전대미문의 기록을 세워오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자신의 커리어에 종지부를 찍었다.

    2·8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지 10개월 만에 당을 분당시켜 반쪽으로 쪼개놨기 때문이다. 당을 파탄 지경으로 이끈 정치적 책임을 면할 길이 없는 상황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김한길 전 대표의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 세력의 통합으로 지난해 3월 탄생했다. 그러나 2·8 전당대회로 당권을 장악한 문재인 대표는, 통합의 한 축이던 안철수 의원을 완전히 무시하고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 등에서 독주했다.

    문재인 대표의 이러한 안철수 의원 '무시'에는 지난 2012년 대선 국면에서 후보를 거저 양보받았던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한마디로 안철수 의원을 '호구'로 보고, 끝없는 양보와 헌신만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안철수 의원이 최후통첩을 하고 지방으로 낙향한 지난 8일 관훈토론에서 비로소 그를 "새정치연합의 공동창업주"라며 달래주는 척 했지만, 그간 보여준 행보는 '공동창업주'에 대한 예우와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나 멀었다는 지적이다.

    사실 안철수 의원은 대선 후보 양보와 독자 창당 포기 이후로도 당을 위한 헌신과 양보를 계속해왔다. 이러한 흐름은 2·8 전당대회로 문재인 대표가 당권을 장악한 뒤로도 마찬가지였다.

    문재인 대표의 첫 번째 시험대였던 지난 4·29 재·보궐선거에서 안철수 의원은 누구보다 열심히 서울 관악을 등 접전 지역을 찾아 지원 유세를 했다. 서울 관악을은 문재인 대표의 최측근이자 비선(秘線)으로 손꼽히는 정태호 전 청와대 대변인이 출마한데다, 경선 과정에서 동교동계 출신의 김희철 전 의원이 여론조사 조작을 통해 석패했다는 의혹까지 번지면서 당내 다른 인사들은 지원 유세에 거리를 둬왔다.

    하지만 안철수 의원은 수 차례 관악을을 찾아 정태호 후보를 지원했다. 오히려 당내에서 안철수 의원이 이토록 열심히 문재인 대표의 최측근을 지원하는 모습에 의아함을 표하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

    지난 7월, 이른바 국정원 스마트폰 해킹 의혹 논란이 떠올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안철수 의원은 문재인 대표의 요청을 받아들여 국정원 해킹의혹 진상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떠맡았다.

  • ▲ 안철수 의원은 지난 4·29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문재인 대표의 최측근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후보를 성심성의껏 지원 유세했으나, 문재인 대표로부터 돌아온 것은 배신의 정치 뿐이었다는 지적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안철수 의원은 지난 4·29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문재인 대표의 최측근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후보를 성심성의껏 지원 유세했으나, 문재인 대표로부터 돌아온 것은 배신의 정치 뿐이었다는 지적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당의 내홍이 심화되던 10월, 안철수 의원은 10·28 재보선을 맞아 경남 고성군수와 경기 의정부 도의원 재선거 등의 지원 유세에 힘썼다. 오히려 선거를 책임지고 이끌어야 할 문재인 대표는 지원 유세를 게을리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참패를 자초했던 바로 그 선거였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표는 당의 공동창업주라는 안철수 의원의 요청을 무시와 일축으로 일관했다.

    4·29 재보선 영패 직후, 안철수 의원은 문재인 대표의 혁신위원장 제안을 거부했다. 선거 지원 유세 과정에서 접한 민심으로 볼 때, 대표가 직접 나서서 혁신을 이끄는 모습이 꼭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대표는 "안철수 의원이 혁신위원장을 맡기로 했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도 모자라, 안철수 의원이 직접 이를 거절했다고 밝히자 김상곤 혁신위원장을 앞세워 면피용 혁신을 자행했다.

    김상곤 혁신위의 혁신안이 당 내부에 대고 총질을 해대는 등 '총기난사'로 번지자, 보다못한 안철수 의원은 지난 9월부터 △부패 정치 척결 △낡은 진보 청산 △새로운 인재 영입으로 '본질적인 혁신'을 정리하고, 문재인 대표의 수용을 요청했다.

    당시 문재인 대표에게 혁신에 대한 진정성과 의지가 있었다면, 안철수 의원을 돌려세우고 분당을 막을 기회는 충분히 있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표는 안철수 의원의 '낡은 진보 청산' 요구를 '새누리당 프레임'이라고 폄하했다. 지난 10월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낡은 진보라는 건 형용모순"이라며 "새누리당 쪽에서 우리 당을 규정짓는 프레임"이라고 매도했다. 동시에 문재인 대표 측근 그룹으로부터 "안철수 전 대표는 본래 우리 당보다는 새누리당 쪽에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말들이 흘러나왔다.

    안철수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한명숙 전 대표를 '부패 척결' 차원에서 제명할 것을 요청한 것과 관련해서도 "(한명숙 전 총리를 감싼 것을) 온정주의라고 말하는 것은 당치 않다"며 "비록 유죄 확정 판결을 받기는 했지만, 정치적으로 억울한 사건이라는 것은 당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안철수 의원은 이 때 결정적으로 문재인 대표를 불신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밤 새정치연합 박병석·원혜영·노웅래 의원이 탈당을 만류하기 위한 의원단 대표로 찾아온 자리에서도 안철수 의원은 "내 제안에 대해 생각이 다르다고 어떻게 새누리당이라고 그러느냐"고 분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안철수 의원이 탈당으로 마음을 굳힌 뒤에야 문재인 대표는 진정성 없는 몇 가지 제스처를 취하며 달래려 했다.

    문재인 대표는 10일 옥중에 있는 한명숙 전 대표에게 측근을 보내 "결백을 믿지만 정치적 거취를 결단해달라"고 부탁했고, 이에 한명숙 전 대표는 자진해서 탈당계를 제출하기로 했다.

  • ▲ 안철수 의원은 대법원에서 정치자금법 위반의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한명숙 전 대표를 부패 정치 척결 차원에서 제명할 것을 요구했지만, 문재인 대표는 이에 대해 모욕적인 언사로 일축했다는 지적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안철수 의원은 대법원에서 정치자금법 위반의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한명숙 전 대표를 부패 정치 척결 차원에서 제명할 것을 요구했지만, 문재인 대표는 이에 대해 모욕적인 언사로 일축했다는 지적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황주홍 의원은 "한마디로 비루한 코메디"라고 일침을 가했다.

    황주홍 의원은 "13명 대법관이 전원일치로 유죄 판결을 내린 한명숙 뇌물 재판을 '정치 탄압'이라며 긴급 의원소집령을 내려 영웅으로 치켜세우고 상식 밖의 모금 운동을 펼치자더니, 이제 다급해지자 엊그제는 그 영웅 한명숙을 내치자고 표변했다"며 "씁쓸하고 어이 없다"고 평했다.

    안철수 의원이 탈당 기자회견을 예고한 당일인 13일 새벽에야 상계동 자택을 찾은 것도 이미 13년 전에나 유행했었던 진정성 없는 '철지난 정치쇼'라는 지적이다.

    정말로 진정성을 갖고 만나려면 기회는 여러 번 있었다. 안철수 의원이 지난 6일 혁신전대 소집을 최후통첩한 뒤 낙향하자, 주승용 의원은 그 이튿날 문재인 대표와 독대한 자리에서 "지금 최급선무는 안철수 전 대표의 복귀이니, 직접 만나라"고 권유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표는 "내가 간들 만나주겠느냐"며 오히려 "주 최고가 설득해서 모셔와달라"고 부탁했다. 주승용 의원은 이 때 "'나가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술회했다.

    다급해진 주승용 의원은 문재인 대표에게 "(안철수 의원과 공동대표를 지냈던) 김한길 전 대표에게라도 전화해서 해결해달라고 부탁하라"고 권했으나, 문재인 대표는 "알겠다"고 답했을 뿐 실제로 김한길 전 대표에게 전화를 걸거나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시간이 많을 때에는 탈당을 막기 위한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다가, 상황을 더 이상 되돌릴 수 없게 된 막판의 막판까지 와서 상대방의 혁신전대 제안을 전혀 받아들일 생각도 없이 자택을 찾은 것은 '철지난 정치쇼'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황주홍 의원은 "불과 며칠 전 '나갈테면 나가라, 나는 결단코 받아들일 수 없다'던 문재인 대표와 어젯밤 허리를 낮춘 문재인 대표는 과연 같은 사람이 맞는가"라며 "어젯밤 문재인 대표가 자정이 넘은 심야에 안철수 의원 댁으로까지 찾아가 잔류를 호소했다는 소식에 쓴웃음을 금치 못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새정치연합 일각에서는 안철수 의원이 탈당 기자회견을 예고한 이날 오전 11시 이전에라도 문재인 대표가 기습적으로 기자회견을 먼저 열어 "모든 것을 내려놓고 혁신전당대회 소집에 동의한다"고 발표해 분당을 막을지도 모른다는 희망 섞인 관측이 나돌았다. 그러나 이 역시 기대감이 낳은 헛소문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문재인 대표는 지난 9월 9일 당 안팎의 사퇴 요구가 점증하던 시점, 그간 자신의 우군이었던 정세균 전 대표가 자신의 사퇴 가능성까지 열어놓는 수습안을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선수를 쳐 그 30분 전에 '새치기'로 기자회견을 열고 "재신임을 묻겠다"는 뜻을 전격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정세균 전 대표의 기자회견은 취소되고, 안철수 의원은 중앙위 연기 및 재신임 철회 요청을 하고 나서는 등 국면이 전환됐었다.

    자신의 대표직이 걸린 국면에서는 이처럼 기민한 행보를 보여주던 문재인 대표가 안철수 의원의 탈당과 분당을 앞두고서는 굼뜨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그의 내심이 어디에 있었는지는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진정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철지난 정치쇼로 일관하다가 결국 안철수 의원의 탈당을 야기하자, 문재인 대표의 정치적 책임을 묻는 당내의 목소리가 비등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진정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철지난 정치쇼로 일관하다가 결국 안철수 의원의 탈당을 야기하자, 문재인 대표의 정치적 책임을 묻는 당내의 목소리가 비등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결국 마지막까지 친노패권주의 세력의 전매특허인 '심야의 자택 방문'이라는 '철지난 정치쇼'를 통해 분당의 책임을 상대에게 떠넘겨보려는 시도를 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안철수 의원이 이날 탈당 기자회견 직후 취재진과의 짧은 문답에서 "(문재인 대표가) 어제 집까지 찾아왔는데, 어떠한 새로운 제안도 갖고 오지 않았다"며 "이야기가 짧게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고 한 것은, 분열적 행태를 감추려는 문재인 대표의 위선에 대한 일침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전적으로 문재인 대표의 책임으로 당이 깨지게 되자, 당내에서는 기득권을 내려놓는 결단을 통해 분당의 위기로부터 당을 구해내지 못한 문재인 대표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김한길 전 대표는 이날 "야권 통합을 위해 어렵사리 모셔온 안철수 의원을 막무가내 패권정치가 기어코 내몰고 말았다"며 "패배의 쓴잔이 아른거리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주승용 의원은 "벗을 잃은 비통한 심정"이라며 "동지들의 뜻을 모아, 호남의 민심과 지역구민의 뜻에 따라 제1야당이 어디로 나아가야 할 것인지 깊이 숙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새벽까지 잠 못 자고 좋은 소식을 기다렸지만 까치는 오지 않았다"며 "흐린 날씨에 또 비가 내리려는지 우리 당의 오늘 같다"고 무거운 심경을 내비쳤다.

    유성엽 의원은 "기어이 파국"이라며 "문재인 대표의 결단으로 야권의 대변화·대통합의 길이 열리길 간절히 고대했지만, 그 길은 끝내 외면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황주홍 의원은 "이미 문재인 대표는 그 그릇과 역량과 포용력과 진정성과 실적과 성과에 있어서 충분히 당에 상처와 절망을 줄만큼 줬다"며 "지금이라도 무조건 즉각 퇴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문재인 대표는 "호랑이 등에서 내릴 수 없다"며 "아무리 파도가 높고 바람이 강하게 불어도 총선 승리에 이르는 새정치민주연합의 항해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에 귀닫고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안철수 의원의 탈당 기자회견 직후 문재인 대표의 구기동 자택을 찾아 대책회의에 임한 최재성 총무본부장과 진성준 전략기획위원장도 "문재인 대표 체제로 뚜벅뚜벅 가야 한다"고 상신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