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노래방서 상사에게 흉기 휘두른 이모씨, 경찰 조사 받고 목 매 숨져
  • 국가기간방송사인 KBS에서 부하 직원이 상사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경찰 조사 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포항남부경찰서는 지난 19일 새벽 40대 남성 이OO씨가 자택 인근 소나무 숲에서 목을 매 숨진 사실을 확인하고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씨의 차량 안에서 "먼저 가서 미안하고, 경찰 조사가 끝났으면 좋겠다"는 메모가 발견된 것으로 보아, 앞서 '폭력 사건'으로 입건된 이씨가 경찰 조사 등에 대한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측에 따르면 숨진 이씨는 KBS 포항방송국 기술부에서 근무하던 이OO씨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지난 15일 오후 10시 30분경 경북 포항의 한 노래방에서 자신의 상사인 기술부장 전OO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흉기를 수차례 휘두르는 등 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가 휘두른 흉기에 왼쪽 무릎 위와 배를 찔린 전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돼 응급 치료를 받았다. 의료진에 따르면 다행히 급소를 피해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를 공격한 이씨는 현장에서 체포돼 남부경찰서 구치소에 수감됐다가 이튿날 오전 풀려난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 소식을 접한 KBS 포항방송국은 16일 두 사람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그런데 자택에서 근신 중이던 이씨가 며칠 뒤 인근 소나무 숲에서 목을 매 자살하는 최악의 선택을 하고 만 것.

    발견 당시 이씨는 이미 숨이 끊어진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인 경찰은 이씨의 사망 사건을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한편, 이씨와 전씨는 평소에도 복수노조와 관련해 자주 의견 다툼을 벌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노총 계열인 제2노조에 속한 이씨는 이날도 제1노조 조합원인 전씨와 '근무 평가 결과'를 놓고 말싸움을 벌이다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에 대해 한 방송 관계자는 "가해자는 2노조, 피해자는 1노조 소속이라는 점에서 '노노갈등'에 '하극상'까지 결합된 대단히 수치스러운 사건이 아닐 수 없다"며 "조직기강이 이렇게 해이해 진 것은 KBS 창사 이래 처음인 것 같다"는 쓴소리를 남겼다.  

    황우섭 KBS공영노조위원장은 21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우선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한데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고 밝힌 뒤, "KBS 직원은 공영방송에 종사하는 공인으로서 공적인 마음을 갖고 일을 해야하는데, 다른 정파나 소속의 이익을 내세우는 일이 잦아진다는 건 공사 조직운영상 심각한 병폐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2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일선 기자와 피디들이 주축으로 이뤄진 노조로 KBS 내에서 가장 강성이자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집단이다.

    KBS 교섭대표 노동조합인 1노조(KBS노동조합)와 간부(보직이 없는 1급)들이 주로 포함된 3노조(KBS공영노조)는, 부장급 이상 관리직 직원들이 포진돼 있다는 점에서 2노조와는 다른 노선을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