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틱' 연출가 백재현, '남성 성추행' 혐의로 재판 회부

  • 남자 대학생의 성기를 만진 혐의(준강제추행)로 재판에 회부된 뮤지컬 연출가 백재현(45)이 굵은 눈물 방울을 떨어뜨리며 피해자에게 용서를 빌었다.

    25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서관 421호 법정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에 참석한 백재현은 "현재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 피해자가 원하는 수준의 보상을 하진 못하겠지만, 마음 같아선 최대한으로 보상해 드리고 싶다"며 "앞으로 평생 뉘우치며 살겠다"고 밝혔다.

    제가 형편이 좋지 못해 원하시는 수준으로는 드리지 못하겠지만, 솔직히 마음 같아서는 원하시는 것 이상으로 보상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보상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피해자 분에게 평생 반성하는 마음으로 뉘우치며 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러나 백재현의 통렬한 '자기 반성'과는 달리, 함께 법정에 출석한 법률대리인은 "피고인은 당시 후배들과 함께 사우나에 들어간 뒤 나중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을 못할 정도로 만취해 있었다"며 "절대로 고의적인 추행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백재현의 법률대리인은 "비록 고의성은 없었지만 피고인은 자신의 행위를 모두 시인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면서 "동종 전과가 없고, 피해자와 여러 차례 합의를 시도했던 점 등을 감안해 원심 판결을 유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과거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선고 받은 것외엔 동종 전과도 없습니다. 합의를 하려고 했지만 실패했고, 공탁을 하려고도 했으나 피해자 분께서 원하지 않는다고 하셔서 하지 못했습니다. 막대한 부채를 지고 있는 경제 사정 등을 감안해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 ◆"언론 노출로 인한 피해…겪어봐서 잘 안다"

    이날 백재현은 모히칸 헤어스타일과 체크 무늬 스웨터를 입은 캐주얼 차림으로 법정에 들어섰다.

    법정에 있는 취재진을 의식한 듯, 굳은 표정으로 피고인석에 앉은 백재현은 법률대리인이 자신의 처지를 변호할 때마다 고개를 떨구는 모습을 보였다.

    변호인의 '최후 변론' 이후 (현재의)심경을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자리에서 일어난 백재현은 떨리는 목소리로 "현재 피고인이 겪고 있을 심적 부담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며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는 사과의 말을 전했다.

    저는 어릴 적부터 언론에 노출되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따라서 피해자 분께서 이번 일 때문에 어떤 심적 고통을 받고 계실지 충분히 통감하고 있습니다.


    이는 앞서 피해자 이OO씨의 법률대리인이 "지난 공판 이후 쏟아진 기사들로 인해 원고가 크나큰 심적 고통을 받고 있다"고 밝힌 것을 두고 한 말.

    백재현은 "언론에 기삿거리로 오르내리는 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강조한 뒤, 자신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벌어진 모든 사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는 심경을 전했다.

    너무너무 죄송합니다. 평생 반성하는 마음으로 뉘우치며 살겠습니다.


  • ◆뮤지컬 적자 누적으로 신용불량자 전락

    변호인에 따르면 백재현이 2005년부터 운영해오던 모 사회적기업은 지난 2013년 11월 폐업신고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가 좋지 않은 가운데 뮤지컬 제작·공연을 강행한 백재현은 흥행 실적 저조로 막대한 채무를 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신용회복 절차(개인 워크아웃)를 밟고 있는 백재현은 밀린 채무를 갚기에 급급, 피해자 이OO씨에 대한 '피해보상'은 엄두도 못내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앞선 1차 공판에서 피해자 이OO씨는 법률대리인을 통해 1,500만원의 '배상명령'을 신청했다.

    이에 재판부는 백재현과 그의 법률대리인에게 "원고가 청구한 금액을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를 대신할 의향은 없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백재현의 법률대리인은 피고인의 경제적 상황을 거론하며 "그럴 형편이 못된다"고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원고 측에서 사실상 1,500만원을 주면 고소를 취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 백재현 측은 "그 정도의 돈도 없다"며 자금 사정이 '최악'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 ◆원고 측 '배상명령신청', 각하 가능성 높아


    이날 2차 공판에서도 "위자료 1,500만원을 청구한다"는 이OO씨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이OO씨는 지난 4일 열린 공판에서 재판부가 '위자료를 받기 위해선 원고가 직접 나와 당시 피해 상황을 진술해야한다'고 당부했음에도 불구, 이날 재판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이OO씨의 법률대리인은 "오늘 법정에 출석해 피해 진술을 하려고 했으나 신상이 공개될 것을 염려한 나머지 나오질 못했다"며 "'비공개 재판'을 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이마저도 어렵겠다는 판단이 들어 포기했다"고 밝혔다.

    민사 소송을 통해 피해보상을 받으려해도 신원이 노출되는 것을 꺼려해 하질 못했습니다. 그래서 형사 재판을 통해 위자료(배상)를 청구하게 된 겁니다. 오늘도 법정에 나와 피해 진술을 하려고 했으나 신상이 공개될 것을 염려한 나머지 나오질 못했습니다.


    이처럼 사건의 피해자인 이OO씨가 '증인 출석'을 거부함에 따라 법률대리인이 항소심 재판부에 낸 배상명령신청은 각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OO씨는 '공탁을 하겠다'는 백재현 측의 제안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 백재현은
    지난 5월 17일 오전 3시경 종로구 명륜동 소재 OO사우나에서 잠들어 있는 대학생 이OO씨의 성기를 손으로 만진 혐의(준강제추행)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 조사에서 백재현은 이씨를 추행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깨어날 당시 자신이 어떤 일을 벌였는지 모를 정도로 만취한 상태였다며 고의성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결국 준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백재현은 지난 7월 10일 1심(형사13단독) 선고 공판에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성폭력치료프로그램 교육 40시간 이수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징역 6개월'을 구형한 검찰은 "백재현의 형량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를 제기한 상황.


    1993년 KBS 특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백재현은 <개그콘서트>, <폭소클럽>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다 2001년부터 뮤지컬 감독으로 전향, 메디컬 뮤지컬 <루나틱> 등을 연출한 바 있다.

    지난 2002년 자신의 오랜 팬과 결혼했던 백재현은 2년 후인 2004년 11월 이혼했다.


    다음은 25일 열린 '백재현 성추행 사건' 항소심 2차 공판 전문

    ◆재판부 = 피고인, 피해자와 합의는 시도해 봤습니까?

    ◆백재현 측 법률대리인 = 피해자분께서 원하시는 금액과 저희 입장간의 차이가 커서 합의를 하지는 못했습니다.

    공탁을 하려고도 했으나 피해자 분께서 원치 않는다고 하셔서 하지 못했습니다.

    ◆재판부 = 피해자가 원하는 건 정확히 뭡니까? 위자료 1,500만원을 지급해 달라는 요청을 하셨죠?

    ◆원고 측 법률대리인 = 원고는 지난 공판 이후로 각종 인터넷 기사들이 온라인에 올라오면서 큰 부담을 느껴왔습니다.

    안보려고 해도 자꾸만 올라오는 기사 때문에 과거 있었던 사건들이 지속적으로 공개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민사 소송을 통해 피해보상을 받으려해도 신원이 노출되는 것을 꺼려해 하질 못했습니다.

    그래서 형사 재판을 통해 위자료(배상)를 청구하게 된 겁니다.

    원래 오늘도 법정에 나와 피해 진술을 하려고 했으나 신상이 공개될 것을 염려한 나머지 나오질 못했습니다. 비공개 재판을 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이마저도 어렵겠다는 판단이 들어 포기했습니다.

    ◆백재현 측 법률대리인 = 후배들과 술자리를 가진 뒤 함께 모 사우나에 들어왔는데 백재현만 남겨 두고 후배들은 돌아간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피고인은 깨어나보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술에 만취한 상태였습니다.

    피고인은 비록 고의성은 없었지만 자신의 행위를 모두 시인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과거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선고 받은 것외엔 동종 전과도 없습니다.

    합의를 하려고 했지만 실패했고, 공탁을 하려고도 했으나 피해자 분께서 원하지 않는다고 하셔서 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10년간 문화 사업을 하며 18개 작품을 무대에 올렸습니다. 그러나 적자 누적으로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지난 2013년 12월 본인이 운영하던 사회적 기업을 폐업 처분했습니다.

    현재는 신용불량자로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채무 조정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부채는 계속해서 갚아 나가고 있습니다.

    이에 피고인의 상황을 고려, 검찰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유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피고 백재현(최후 변론)
    = 저는 어릴 적부터 언론에 노출되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따라서 피해자 분께서 이번 일 때문에 어떤 심적 고통을 받고 계실지 충분히 통감하고 있습니다.

    정말 너무너무 죄송합니다.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가 형편이 좋지 못해 원하시는 수준으로는 드리지 못하겠지만, 마음 같아서는 원하시는 것 이상으로 보상해드리고 싶습니다.

    최선을 다해 보상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피해자 분에게 평생 반성하는 마음으로 뉘우치며 살겠습니다.  

    ◆재판부 = 다음 (선고)공판은 10월 23일 오후 2시에 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