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설특검 거부-별도 특검 요구 "수사기간 연장해 내년 총선 활용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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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이 이른바새정치민주연합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12일 의원총회에서 "성완종 리스트 수사와 관련해 여당에게 별도 특별법 수용을 촉구하고 있다"며 "새누리당은 상설특검은 언제든지 수용하지만 우리 당이 요구하는 별도 특검에 대해선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 가지고 있어 추가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수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별도 특검'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친박게이트대책위원회'는 전날 검찰의 '성완종 리스트' 사건 수사가 매우 미흡하다며 특별검사 도입을 촉구하기도 했다.
대책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병헌 의원은 "검찰에는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불법대선자금 핵심에 대해서는 깃털 하나 건드리지 못하고 서둘러 수사를 끝내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전해철 의원도 "이번 수사에 명운 걸겠다는 검찰의 말에 일말의 기대를 갖고 지켜봤지만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검찰은 관련자들이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벌어주고 증거 조작행위에도 구속 수사를 하지 않는 등 철저한 수사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정치권 핵심 인사들이 연루된 이번 사건에서 혹여 성역없는 수사와 그에 따른 응당한 처벌이 내려지지 않는다면 특검 논란이 뒤늦게 불거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야당이 짜여진 각본 대로 움직이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면 문제는 다르다. 일반 검찰에 수사를 맞긴 뒤 수사 결과에 상관없이 특검을 요구하려는 것이 당초의 야당 속내가 아니였느냐는 것이다.
당초 성완종 파문이 일어났을 당시 정치권에선 처음부터 특별검사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하지만 야당은 상설특검은 믿을 수가 없다며 특검 도입에 애매한 입장을 보여왔다.그동안 각종 사회적 대형 이슈가 터질 때마다 '특별검사제 도입'을 외쳐댔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행태였다. '상설특검제는 수사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좋은 제도인데, 왜 야당이 이 특검을 적극적으로 주장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은 지난 4월 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야당을 향해 "일반 검찰의 수사결과를 내놓는다면 믿을 것인가. 검찰이 수사를 한다면, 기획수사-표적수사-편파수사 등의 논란이 또다시 번질 것"이라면서 "그런 시비 자체를 없애기 위해 상설특검제를 만들었는데, 이 제도를 이용하지 않으려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비판한 바 있다.
예상 대로 역시 야당은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사법부를 맹비난하며 별도 특검을 주장하고 있다. 이제와서 특검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것 자체가 뒷북행태가 아닐 수 없다는 지적이다.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수사기간을 최대한 연장해 성완종 이슈를 연말까지 끌고간 뒤 내년 총선 승리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게 당초 야당의 속셈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새정치민주연합이 주장하는 특검 방식도 이런 분석에 힘을 보탠다. 야당은 지난 4월 28일 '성완종 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특검 규모와 수사기간을 대폭 늘린 특검법을 발의한 바 있다.
별도 특검 법안에 따르면 파견 검사를 현행 상설특검법의 3배 수준인 15명으로 정하고 수사 기간도 최장 150일로 현행보다 60일 더 늘리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야당이 요구하는 '별도 특검'이란 야당에 특검 추천권을 넘기고 수사 기간을 늘리는 것이 핵심인 셈이다.반면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상설 특검법'은 지난해 야당 주도로 만들어진 법안(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으로, 특검 대상 및 절차가 규정돼 특검이 필요할 때마다 곧바로 적용해 수사하면 된다. 결국 야당은 자신들이 주도해 만든 상설특검법을 "진실회피 특검"이라고 비난하며 자기부정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의 '그때그때 달라요'식 특검 도입 행태로 인해 '제2의 최병모 특검'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른바 상설특검제 도입의 시초가 된 '옷로비 최병모 특검'을 기억해야 한다는 경고인 셈이다.1999년 외화밀반출 혐의를 받고 있던 신동아그룹 최순영 회장의 부인 이형자씨가 남편의 구명을 위해 고위층 인사의 부인들에게 고가의 옷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정가에 거센 후폭풍이 몰아쳤다.당시 옷로비 사건은 사직동팀의 내사를 시작으로 정치공방으로 비화됐고, '검찰 수사 - 국회 청문회 - 특검 -검찰 재수사'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온 나라가 들썩거렸다. 정치권에선 증거훼손에 대한 우려가 있기 때문에 공정한 수사를 위해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최병모 변호사가 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한 특별검사로 임명됐다. 사상 최초로 특별검사제도가 도입된 것이다.
법관 출신의 한 여당 의원은 "사법부에 대한 야당의 신뢰가 바닥인 상황에서 특검은커녕 그 누가 그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아도 불신할 것 아니냐"면서 "성완종 파문보다는 이 사건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야당의 모습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