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오신환, 관악의 묵은 때 깨끗하게 빨아내라"

  • "이불 빨아본 게 얼마만이야. 와이프가 도와달라고 해도 안했는데…"

    "그러게요. 진작 집에서 이렇게 했으면 사랑받았을텐데…"

    경로당 앞마당이 시끌벅적하다. 요즘 정치인 셋만 모이면 으레 나오는 '성완종'이란 단어도 없다.

    오랜만에 이불을 밟아보는지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힌다. 그래도 즐거운 듯 "하하호호" 웃음꽃이 핀다.

    4·29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와 '오 브라더스'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뭉쳤다.

    이들은 15일 오후 신림동 율곡경로당 노인들의 이불 빨래를 하며 '오신환 이름 알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오신환 후보는 "'성완종 리스트'로 중앙 정계가 소란스러운데 심정이 어떤가"는 질문에 "비바람이 불어도 4·29 재보선의 의미는 달라지지 않는다"며 "외부 변수를 의식하지 않고 지금껏 그래왔듯이 진정성 있는 자세로 주민들을 만나겠다"고 했다. 그는 "이번 선거는 27년간 지역을 낙후시킨 야당에 회초리를 드는 선거"라고도 했다.


  • ▲ 4·29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가운데)가 오세훈 전 서울시장(왼쪽)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오른쪽)와 함께 이불 빨래 봉사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4·29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가운데)가 오세훈 전 서울시장(왼쪽)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오른쪽)와 함께 이불 빨래 봉사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김문수 전 지사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을 '악재 중의 악재'라면서도, 그럴수록 오신환 후보의 청렴성이 빛을 발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전 지사는 "(오신환 후보는) 의원 경험이 없는 만큼 (부정부패와 관련해서) 깨끗한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운동복에 슬리퍼 차림으로 신림동 밤골언덕 주차장에 도착한 오신환·오세훈·김문수 일행은 운동복 바지 밑단을 걷어올리고 빨래통 속으로 들어갔다. 이들은 경로당 어르신들이 건넨 이불을 발로 밟으며 겨우내 묵은 때를 수 차례 헹궈냈다.

    김문수 전 지사는 취재진의 "이불을 밟아 빠는 게 얼마만이냐"는 질문에 "와이프가 도와달라고 해 몇 번 한 적이 있다"며 "우리 집 빨래도 이렇게 깨끗하게 안 하는데…"라고 넉살을 부렸다. 오세훈 전 시장은 "어릴 때 어머니 옆에서 해보고 몇십 년 만에 한다"며 "집에서 이러면 사랑받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해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들이 빨래 봉사를 하는 사이 빨래터(?) 옆을 지나가던 지지자들의 응원의 목소리도 들렸으며, 개중에는 빨래통 속으로 들어와 함께 이불을 밟는 주민도 있었다.

    경로당 어르신들은 이불 빨래를 하고 있는 이들에게 음료를 따라주기도 했다. 김공순 율곡경로당 회장은 "노인들 대신 이렇게 빨래를 해주니 고마운 일"이라며 "세탁기로 하는 것보다 더 깨끗하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 ▲ 4·29 관악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가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함께 빨래한 이불을 비틀어 짜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4·29 관악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가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함께 빨래한 이불을 비틀어 짜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3선 의원에 민선 4~5기 도지사를 지내며 경기도의 도약을 이끈 김문수 전 지사는 이날 모여든 주민과 어르신들 앞에서 오신환 후보에게 아낌없는 조언을 건네는 모습도 보였다.

    김문수 전 지사는 오신환 후보가 빨래를 짜며 엄살을 부리자 "관악 국회의원 아무나 하는 줄 아느냐, 못하는 것 없어야 된다"며 주민들 앞에서 타박을 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어 오 후보에게 "선거송이 있으면 한 번 불러보라"며 무료한 시간에 흥을 돋우기도 했다.

    이불 빨래 봉사를 마무리한 뒤 김문수 전 지사는 "오신환 후보는 젊고 참신한 국회의원이 돼서 관악에 새로운 발전을 불러올 것"이라고 추어올렸다. 그는 오 후보에게 "(빨래처럼) 관악의 묵은 때를 깨끗하게 빨아내고, 새로운 관악으로 만들길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관악의 묵은 때를 씻어내야 한다'는 김문수 전 지사의 발언은 이 지역에서 내리 5선을 한 새정치연합 이해찬 의원 등 27년간 관악을에서 군림해 온 야당 의원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관계자는 김 전 지사의 발언에 대해 "오신환 후보가 당선된다면 관악을에 쌓인 지역 현안을 해결하라는 의미로 당부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빨래봉사 일정에 대해 "노후된 곳에서 어렵게 사는 노인들을 위해 일정을 마련했다"고 설명한 오신환 후보는 "1인 세대가 살면서 고독감이 들지 않도록 빨래방과 함께 부재 중에 택배를 대신 받아줄 수 있는 커뮤니티 센터를 만들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