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오랜 역사에 비하면 짧아..남북한 역사 복원 작업 함께 해야”
  • --인터뷰--<올해의 여성> 대상 받은 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장     

    "고품격 한류는 '전통 속살' 넣어야 진짜 세계명품..."

    첫 여성원장... "현대는 3 F 시대, 여성끼리만 뭉치지 말고 남녀노소 연대를"


  • 최근 구글은 유튜브(youtube) 조회수 시스템을 대폭 확장했다.
    가수 싸이의 뮤직비디오인 ‘강남스타일’의 조회수가 시스템 표시 한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구글 측은 “싸이와 마주하기 전 까진 어떤 비디오의 조회수가 21억건을 넘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한류를 뛰어넘는 시대의 아이콘이 됐다. 지난 2012년 처음 등장한 말춤은 전 세계를 뒤 흔들었고 동시에 우리 K-POP이 재조명되는 계기도 얻었다. 그러나 <대장금>, <주몽> 등 사극에서 출발해 <별에서 온 그대>까지 이어진 한류의 명맥은 현재 위태롭다.
    세계 등지에서 주목받던 동방신기, 소녀시대, 빅뱅 등 아이돌의 인기도 예전만 못하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고품격 한류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학계를 중심으로 쏟아지고 있다. 그 중심에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있다.

    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은 지난 2013년 9월 취임한 이래 한국학 대중화사업을 이끌고 있다. 지난 1978년 정신문학연구원으로 출범한 한국학중앙연구원은 한국 문화에 관한 인문‧사회과학 연구, 한국 고(古)자료 수집 연구 등을 총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 ▲ 여성 최초 한국학중앙연구원장에 오른 이배용 원장은 지난 7일에는 대한민국가족지킴이가 주최한 행사에서 올해의 여성대상을 수상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여성 최초 한국학중앙연구원장에 오른 이배용 원장은 지난 7일에는 대한민국가족지킴이가 주최한 행사에서 올해의 여성대상을 수상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여성 최초 한국학중앙연구원장에 오른 이배용 원장은 지난 7일에는 대한민국가족지킴이가
    주최한 행사에서 올해의 여성대상을 수상했다.

    이배용 원장은 이날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한류(韓流)와 국가브랜드의 원천은 우리 고유의 전통에 있다”고 했다. 이 원장은 “문화 상품의 한류는 유행을 탈 수밖에 없다”면서 “고품격 한류로 가기 위해는 전통에 단단하게 뿌리를 두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역사, 문학, 생활, 예술 전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여러 소재를 개발하고 이야기를 만들어내 대중화작업을 해내면 고품격 한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 원장이 말하는 고품격 한류란 우리 전통의 특수성과 차별성에 있다. “우리 고유의 전통은 미래를 제시하고 세계와 공감할 수 있는 감동의 콘텐츠를 많이 갖고 있다”고 했다. ‘대장금’ 같은 역사 드라마가 인기를 얻은 데는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권선징악(勸善懲惡)이라는 주제가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이어 조선왕실 국가의 행사를 그린 ‘의궤’를 예로 들었다. 이 원장은 “의궤에는 왕실 혼례, 장례, 임금행렬의 품위 있는 절차들이 세밀하게 그려져 있다”면서 “여기에 스토리를 넣으면 그 시대 삶의 모습들이 곧바로 우리 것으로 투영될 수 있다”고 밝혔다.

     

  • ▲ 이배용 한국학연구원장은
    ▲ 이배용 한국학연구원장은 "우리 전통에서 고품격 한류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 원장은 우리 전통문화, 한국학의 복원이 북한과 거리를 좁히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아리랑, 단오제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우리 민족 최대 명절인 설, 추석은 살아있는 효 문화이다. 북한도 설, 추석을 명절로 보낸다. 역사의 맥을 따라 이런 가치들을 찾아낸다면 남북 간 교류에도 물꼬가 트일 수 있을 것이다.”

    이어 “전통문화 복원으로 ‘아 우리가 그때 함께 했었지, 우리 조상이 다르지 않았지’라는 마음이 들 수 있다. 분단이라는 세월은 오랜 역사에 비하면 짧다. 특히 우리 동양 정신에서 한국이 아직도 갖고 있는 ‘효 문화’라든가 이런 것은 동질성을 회복할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는 가치”라고 했다.

    이 원장은 “한류도 마찬가지다. 싸이 말춤이 세계를 흔들었다. 북한 청년들이라고 말춤을 보면 신이 안 나겠느냐”면서 “문화 예술 행사들을 통해서 함께 말춤을 추는 남북한 청년들의 모습을 상상해 봐라”고 말했다.

     

  • ▲ 이배용 한국학연구원장은 7일 세계 여성의 날 기념 2015년 올해의 대상으로 선정됐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이배용 한국학연구원장은 7일 세계 여성의 날 기념 2015년 올해의 대상으로 선정됐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다음은 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올해의 여성대상'으로 선정되신 점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 오랫동안 진행돼온 상인데 올해 여성의 날(3월8일)을 맞아 여성대상이 신설됐다. 그동안 반기문 사무총장께서 평화 대상을 받기도 했다. 그동안 교육자로서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총장을 하면서 여성들의 지위향상, 차세대 여성을 키우는 데 앞장서는 일을 보람으로 살아왔다.  

    - 한국학중앙연구원장으로 3년차를 맞았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어떤 곳인지 소개해 달라.

    ▲ 1978년 박정희 대통령께서 물질 산업화가 발전될수록 부족할 수 있는 정신문화의 근간을 바로잡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기관이다. 한국학의 올바른 좌표를 형성하는 중심기관인데 제가 16대 최초로 여성 원장이 됐다.

    저는 특별한 것은 없다. 한국학을 전공한 점뿐이다. 그런 면에서 아는 콘텐츠가 굉장히 많이 있다. 우리는 장서각이라는 왕실 도서관, 12만건의 왕실 문헌이 있다. 또 문중에서 기중된 고문헌만 5만권이다. 그야말로 기록문화의 보고이다. 그 보물을 이제 세상에 내놔야 한다. 우리 한국학, 전통에는 고품격 한류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낼 자원이 많다.

    -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올해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 한국학 대중화사업이다. 그동안 전문성을 너무 강조해 학자들끼리 공유한 것을 이제는 국민들에게 소통하고 세계에도 알려서 우리 브랜드로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고문헌을 번역만 해 놓으면 알아듣기 어렵다. 쉽게 현대어로 바꾸고, 의미를 캐고, 재미있게 스토리로 엮어서 확산시키는 작업들을 할 계획이다. 전시회를 열어 시각적으로 쉽고 편하게 공감할 수 있게 만들 것이다.

    - 한국학대중화 사업은 ‘한류’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 한국학은 학문적인 것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한국의 모든 것이 한국학이다. 우리 전통에서 세계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만들어내고 대중화 작업을 해 나가는 게 ‘고품격 한류’이다. 전통문화에서 미래를 찾는 것은 과거로의 함몰이 아니라, 오래된 미래이다. 

    전통에는 세계와 공감할 감동의 콘텐츠가 많이 있다. 현재 서원의 유네스코 등재작업을 진행 중인데, 서원은 하나의 학교 건물이 아닌 그 시대의 올바른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인성교육을 실시하는 공간이었다. 우리가 어떻게 상호 존중하며 배려하고 살아야 하는지, 서로 간의 믿음, 신뢰를 배웠다. 서원문화를 통해 진정한 교육 강국의 길을 만드는 일이 우리 문화가 지닌 차별성일 수도 있고 우리가 지닌 최고의 가치가 될 수도 있다.

    - 한류 콘텐츠로 재생산 해내기 위해서는 시각화가 중요할 것 같다.

    ▲ 여러 가지 행사기록을 그림으로 그린 의궤도 있다. 의궤에는 왕실 혼례, 장례, 임금행렬의 품위 있는 절차들이 세밀하게 그려져 있다. 각 장면 장면이 전통 절차에 따라 품위 있게 전개돼 의궤 속에 정리돼 있다. 여기에 스토리를 넣으면 그 시대 삶의 모습들이 곧바로 우리 것으로 투영될 수 있다. 요즘에는 시각을 중요시 한다. 색감의 아름다움은 지금 들춰봐도 뚝뚝 물감이 떨어지는 생동감이 살아 숨 쉰다. 그 시대의 열정, 창의력이 다 녹아 있다.

    - 광복 70주년 사업도 기획하고 있다고 들었다.

    ▲ 올해는 특히 광복 70주년이 되기 때문에 광복 70년 정리사업도 준비 중에 있다. 정치, 교육, 경제, 문화, 경제, 문화, 외교, 산림녹화까지 각 분야별의 사진 도록을 만들 계획이다. 총 6권을 시대별로 정리해 만들 계획이다. 지금까지 우리 역사 기록은 모두 흩어져 있다. 3.1운동, 8.15해방에 대한 (자료가) 집약돼 있는 게 아직 없다. 이를 전체적으로 수집하고 없는 것은 추적해 방대한 아카이브를 구축해 시대적 의미를 담을 것이다. 도록은 올해 하반기에 나올 예정이다.

    - 광복은 70주년이지만 분단의 역사는 계속되고 있다. 남북한 역사 이질화가 계속되고 있는데..

    ▲ 전통은 함께 가꾸고 수놓는 것인데 그것을 파손하는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 예를 들어 유네스코 문화유산도 함께 올릴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다른 나라들도 함께 하는데 우리는 문화의 공통체였고 민족의 공동체였는데 소재가 무공무진하다. 아리랑, 단오제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올라있다. 우리 최고의 명절인 추석, 설을 북한은 안 지내겠는가. 이런 미풍양속의 효 문화, 공통의 가치를 찾아야 한다. 먼저 역사로부터 맥을 따라 움직이면 물꼬가 트일 수 있다.

    분단이라는 세월은 오랜 역사에 비하면 짧은 역사이다. 우리가 먼저 IT 기술 등을 북한에 전수해줘야 한다. 우리가 IT 시대로 강국이 됐는데 북한과 함께 나눌 때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한류도 마찬가지이다. 싸이 말춤이 세계를 흔들었다. 북한 청년들이라고 말춤을 보면 신이 안나겠느냐, IT나 문화 행사들을 통해서 만난 남북 청년들이 함께 말춤 추는 모습을 상상해 봐야한다.

    - 최초의 여성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이다. 여성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현대는 ‘3F의 시대’이다. 감성(Feeling), 상상(Fiction), 여성(Female)이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감성적인 터치가 중요하다. 여성들이 잘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먼저 여성들이 연대해서 여성끼리 뭉치자가 아니라 남녀노소가 함께 가는 길을 챙겨야 한다.

    그 속에서 ‘주전자’ 정신이 필요하다. 주인의식을 가져야 지도자의 위치에 갈 수 있다. 전문성도 필요하다. 자기 분야에서 프로가 돼야 한다. 자긍심을 갖자. 자신의 분야에 스스로 별로 자신감이 없으면 자긍심도 없다.

    하나 더해서 애국심이다. 105년 전에 뺏겼던 나라에 대한 애국심. 남이 더 아프게 한 35년의 역사가 있다. 이 나라를 책임지고 지켜야 하는 애국심도 자긍심에서 나온다. 지금 우리는 주전자의 물로 목마른 이웃에게 나누는 살리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다 함께 사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후배 여성들이 만들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