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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폭력보다 무서운 출신성분 '계급'

입력 2015-03-02 10:58 | 수정 2015-03-02 11:49
폭력보다 무서운 출신성분

신준식 /뉴포커스

북한가족법 제 21조는 '배우자가 부부의 사랑과 믿음을 혹심하게 배반하였거나
그 밖의 사유로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경우에 이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혼을 쉽게 용인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 탓에 배우자의 성병, 폭행에 사유가 국한되어 있다.

북한가족법은 '부부관계를 계속할만한 정치, 도덕적 기초를 상실한 경우
이혼이 사회와 혁명에 이로울 때에는 용인하고 해로울 때는 부인한다'고 해석한다.
이혼 판결시 정치적 측면이 고려되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배우자의 폭력보다 출신성분이 거짓으로 판명됐을 때
이혼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크다는 점이다.
 북한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남편이 폭력을 쓸 때 이혼하는 비율이 전체 이혼률 중 10%를 차지하는 반면, 출신성분이 나쁜 것으로 판명됐을 때는 약 30%에 달했다.

신념과 가치관의 불일치를 경험할 때는 21%로 상당히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는 성관계에 대한 불만족(11%), 남편이 바람을 피울 때(19%)보다 높은 수치다.

한편, '사상'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수치가 30%(출신성분)와 21%(신념)로 전체의 51%나 된다. 하지만 단순한 수치로만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2014년 탈북한 최지원 씨의 말을 들어보자.

최 씨는 "과거에는 출신성분이 거짓이면 분명 이혼할 만한 사유가 됐다. 물론 현재도 그렇다.
그런데 여기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과거에는 말 그대로 출신성분이 출세의 보증수표나 다름없었다. 이 때문에 거짓이라는 것이 밝혀지면, 말 그대로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시장이 활성화되기 시작하면서 출신성분보다 장사에 대한 노하우를 얻는 것이 더 큰 성공의 열쇠가 됐다. 따라서 최근 출신성분이 거짓이라 이혼하는 것은 '배신감' 때문이지 예전처럼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 씨는 "가치관도 마찬가지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가치관은 '당에 대한 충성심'을 나타내는 척도였다. 부부끼리도 김 씨 일가에 대해 모욕하면 신고하는 분위기였으니 이혼 사유가 당연했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놓고 '정은이'라고 말하고 있는 판국이다. 예전에 가치관 차이가 충성심의 차이였다면, 지금은 그냥 말 그대로 남녀 사이에서 가치관이 서로 맞지 않는 것이다. 남한도 만나다가 헤어지고 그러지 않는가. 그거랑 똑같다"라고 덧붙였다.

같은 해 탈북한 김미영 씨는 여성의 입장을 대변했다.
김 씨는 "남한에서는 여성이 남편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하면 아주 큰 사건이고 이슈가 되지만,
북한은 딱히 그렇지 않다. 그냥 어느 정도는 참고 사는 경우가 많다. 분명 점차 폭력때문에 이혼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고, 사상과 관련된 이유때문에 이혼하는 사례는 줄어드는 것은 확실하다. 북한이 변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출신성분은 북한에서 아주 중요한 출세 수단인 것은 분명하다. 과거보다 그 정도가 약해졌다는 의미지 필요없다는 뜻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북한은 지금까지도 물리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것에 더 큰 비중을 둔다.
남편이 바람을 피운 것보다 신념이 맞지 않을 때 더 이혼 비율이 높지 않나. 사실이다.
폭력을 행사하는 것보다 출신성분이 거짓일 때가 더 무서운 것도 이해가 간다.
남한 사람의 시각으로 봤을 때는 조금 의아해할 수도 있겠지만,
북한은 계급이 중요한 사회다.
폭력보다 계급이 더 무서운 사회다.
그래서 그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가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아직까지도 북한 내 출신성분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기회가 닫혀있는 사회라는 의미다.
기혼자들은 폭력보다 무서운 것이 출신성분이라고 말한다.
시장이 발전하기 시작하면서, 출신성분에 대한 태도가 달라지고 있기는 하지만
지금까지도 북한은 철저히 닫혀진 계급사회인 것이다.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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