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설립한 뒤 매해 수백억 원씩 수수료 지급김영환 "규제 강화와 제도적 개선 필요"
  • 대기업 계열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들이 자회사를 만들어 일감을 100% 수준으로 '화끈하게' 밀어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은 자회사에 100% 일감을 몰아줬으며, LIG손보·현대해상·동부화재는 97~99%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정무위) 소속 김영환 의원(새정치민주연합·경기 안산상록을)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아 7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 대기업 보험사들은 불과 수억 원을 출자해 자회사인 손해사정업체를 만든 뒤 일감을 100% 가깝게 몰아주면서 매해 수백억 원에서 1,000억 원 이상의 수수료를 지급했다.

    손해사정업체는 보험사고 발생시 보험사와 계약자간의 손해액 및 보험금 산정을 다룬다. 양자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이라, 중립적인 지위에서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손해사정업무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보험사가 직접 출자해서 만든데다 모회사로부터 100% 일감을 받는 자회사 손해사정업체가 과연 일반 국민인 보험계약자와의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며 손해사정업무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올해 7월 현재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손해사정업체는 총 860개에 달하지만, 5개 대기업 보험사들의 손해사정업무는 9개에 불과한 이들의 자회사들이 거의 다 몰아받고 있는 상황이다.


  • ▲ 대기업 보험사-자회사의 손해사정업체 현황 ⓒ출처=금융감독원
    ▲ 대기업 보험사-자회사의 손해사정업체 현황 ⓒ출처=금융감독원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삼성생명은 2011년 이래 3년간 총 63만8,852건의 손해사정 일감을 완전 자회사인 삼성생명서비스손해사정주식회사에 몰아줬다. 위탁 수수료로는 3년간 1239억 원을 지급했다.

    교보생명도 같은 기간 10만1,986건의 손해사정 일감을 한 건도 빠짐없이 자회사인 KCA손해사정주식회사에 몰아주면서 462억 원을 수수료로 지급했다.

    LIG손보는 567만6,753건의 손해사정 일감 중 98%에 해당하는 553만6,063건을 자회사에 몰아줬다. 손해보험업의 특성상 생명보험업보다 손해사정 건수가 월등히 많았는데, 이에 따라 LIG손보는 자회사에 3년간 2,071억 원을 수수료로 지급했다.

    현대해상은 전체의 99%인 927만8,347건을 몰아줘 2,836억 원을, 동부화재는 97%인 899만3,338건을 몰아줘 2,366억 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대기업 계열 보험사들의 일감몰아주기 행태로 손해사정업계의 양극화가 초래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영세 손해사정업체들은 경영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영세 업체들은 대기업 보험사 자회사들이 일감 뿐만 아니라 우수 인력까지 빼가고 있어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김영환 의원은 "대기업에 '을(乙)'일 수밖에 없는 일반 손해사정업체의 등골이 휘는 동안 대기업 자회사들은 식은 죽 먹기 식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며 "대기업 보험사의 자회사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 강화와 제도적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 ▲ 대기업 보험사-자회사의 손해사정업체 위탁 및 수수료 지급 현황 ⓒ출처=금융감독원
    ▲ 대기업 보험사-자회사의 손해사정업체 위탁 및 수수료 지급 현황 ⓒ출처=금융감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