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 대처 주문, “규제, 눈 딱 감고 화끈하게 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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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이요?”

    박근혜 대통령이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했다.
    한참 답변을 하던 윤성규 환경부 장관의 표정은 더 곤혹스럽다.

    한 귀농 여성이 영세 공장에 대한 규제가 지나치다는 점을 호소하자
    윤 장관이 “이달 중순 관계 법령을 개정해 내년 중 허용되도록 하겠다”고 밝힌 것에
    박 대통령이 말을 끊고 나섰다.

    박 대통령은 쉬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듯 말을 이어갔다.
    “법 개정해서 하려면 내년이면 되겠습니까.
    오염이 경미하면 허용하는 규정도 있다면서요.
    어떻게 해서든 이것이 되게 하려면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3일 오후 청와대에서 진행된 제 2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속도감 있는 규제개혁의 추진을 주문했다.

    규제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장관들을 향해서는 질타가 이어져 일부 장관들은 진땀을 빼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참석자들이 토론이 진행되는 와중에 수시로 마이크를 잡고 강도 높은 주문과 질문을 내놨다.

     

  • ▲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오후 청와대에서 제2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뉴데일리(청와대 제공)
    ▲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오후 청와대에서 제2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뉴데일리(청와대 제공)

     

    박 대통령은 먼저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이 1차 회의 때 논의된 개혁과제 추진상황 점검 보고 및 규제정보포털 시연을 하자 “한 말씀 드릴게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박 대통령은 “기존 규제 감축은 단순히 건수만 몇 개, 몇 퍼센트 줄였다고 할 게 아니라 실제로 국민과 기업이 체감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질적인 감축에 방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특히 “바로 내일부터 집중적으로 해결을 위해서 노력해서 최단시간 내에 건의들이 결과를 볼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했다. “그러려면 과제별 추진시기, 부처간 협업도 점검하고,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이라든가 국회와의 협조, 규제개선 필요성에 대한 홍보에도 적극 나섰으면 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국토교통부 소관의 규제 관련 건의가 나오자 서승환 장관에게 “눈 딱 감고 풀라”며 과감한 규제 개혁을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워낙 실타래처럼 엉켜 있어서 웬만큼 풀어서는 표가 안난다”면서 “아주 이게 잘못됐다고 하면 눈 딱 감고 화끈하게, 특히 국토부는 풀어야 간에 기별이라도 간다. 그렇지 않으면 풀었는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또 “1차 회의 때 취합된 현장건의 52건, 손톱 밑 가시 92건에 대해서도 각 부처가 신속하게 하려는 의지만 가졌으면 완료 시기를 앞당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더딘 규제개혁 추진을 거듭 질타했다.

    박 대통령은 규제와 관련해 부처 간 해석이 다른 점에 대해서도 답답함을 표시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솔직히 감사원 감사가 무서워서 못하는 경우가 공무원들 대부분이다”라고 말하자 박 대통령은 “앞으로 감사원 규정도 바뀐다. 할 수 있는 걸 안 하면 책임을 지게 되고 적극적으로 어떻게든지 되게 해주는 사람은 칭찬 받는다”고 밝혔다.

    이에 정홍원 국무총리가 “국무조정실에서 이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를 하겠다. 각 부처 간에 이견이 뭔지 해결책이 뭔지, 신속하게 하는 방안이 뭔지 하는 걸 강구하도록 하고, 제가 직접 보고를 받고 챙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각 부처를 향해 적극성을 주문하면서 “어머니가 혼자 10명의 아이를 키우듯 달려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2004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천막당사를 이끌던 당시 “어머니는 아버지가 없어도 혼자 10명의 아이를 키워 시집, 장가를 다 보낸다. 어떻게든 이 아이를 굶기면 안된다는 생각 때문”이라며 간절한 어머니 리더십의 각오를 밝힌 바 있다.

    이날도 박 대통령은 간절함을 들었다. “안된다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다른 대안이 없을까, 어떻게 하면 취지를 살릴 수 있을까 생각하며 달려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는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참석자들의 열띤 토론과 박 대통령의 중간 발언이 이어지면서 예정보다 1시간 12분 초과한 오후 6시12분에 종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