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 포기·공개 검증 불응 … 절차 멈출 명분 없어져장동혁 단식도 기회였지만 출구 외면한 한동훈보수 결집서 빠져 … "스스로 정치적 고립 굳혀"
  • ▲ 당원게시판 사태와 관련해 국민의힘에서 제명된 한동훈 전 대표가 14일 오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당원게시판 사태와 관련해 국민의힘에서 제명된 한동훈 전 대표가 14일 오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제명 문제는 장동혁 대표의 결단 이전에 이미 수순으로 굳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른바 '당원 게시판(당게) 논란' 초기 대응부터 윤리위원회 심의, 단식 정국에 이르기까지 이어진 일련의 국면에서 한 전 대표가 여러 차례 주어진 출구를 스스로 걷어차면서 제명은 선택지가 아닌 결과에 가까워졌다는 분석이다.

    26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당 지도부를 향해 한동훈 전 대표의 '당게 논란'을 더 이상 끌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단식 이후에도 당의 시선이 다시 내부 논란으로 쏠리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안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당게 문제가 마무리되지 않는다면 우리 당은 다시 단식 이전의 여론 지형으로 퇴행할 수밖에 없다"며 "당게 논란은 미뤄서는 안 되며 최고위에서 어떠한 결론이 도출되든 조속히 결정하고 일단락 지어야만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장 대표는 통일교·공천 헌금 의혹과 관련한 이른바 '쌍특검' 도입을 촉구하며 지난 15일부터 국회 로텐더홀에서 단식 농성을 이어오다 22일 병원으로 이송되며 단식을 중단했다. 

    장 대표는 서울 관악구 양지병원에서 오는 26일 심장 검사를 받은 뒤 당무 복귀 시점을 검토 중이다. 지도부는 오는 29일 최고위원회의 참석 여부를 중심으로 복귀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장 대표의 복귀를 앞두고 당 지도부가 가장 먼저 처리해야 할 내부 현안은 한 전 대표 제명안이다. 앞서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한 전 대표 관련 '당게 논란' 조사 결과 문제 계정들이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동일했다며 조사 결과를 중앙윤리위원회에 송부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 14일 '당게 논란'을 이유로 한 전 대표에 대한 제명을 의결했다. 윤리위는 해당 사안을 당의 질서와 기강을 훼손한 중대한 사안으로 판단했다. 윤리위 결정 이후 현재 남아 있는 절차는 최고위원회의 최종 의결뿐이고 최고위가 이를 의결하면 제명은 확정된다.

    윤리위 제명 결정 직후 친한(친한동훈)계를 중심으로 당내 반발이 일자 장 대표는 당헌·당규에 따라 징계 절차를 열흘간 보류했다. 재심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이로 인해 제명안은 즉각 최고위에 상정되지 않았고 지도부는 한 전 대표의 재심 신청 여부를 지켜보는 국면에 들어갔다. 

    그러나 한 전 대표는 재심을 신청하지 않았다. 재심 청구 기한은 지난 23일 만료됐다. 재심이 제기되지 않으면서 절차적으로는 최고위 의결만을 남긴 상태가 됐다.

    신동욱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 공개 검증'을 제안하기도 했다. 신 최고위원은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당게 논란이 햇수로 벌써 3년째에 접어들어 너무 길어지고 있다"며 "마지막 해법으로 선출직 최고위원 전원이 참가하는 공개 검증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한 전 대표의 대응은 제명 국면을 되돌리는 데 실질적인 전환점을 만들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책임 소재를 분명히 정리하기보다는 정치적 문제 제기를 병행하면서 논란을 정리하지 못했다는 취지에서다. 
  • ▲ 통일교·민주당 공천 뇌물 특검을 요구하며 8일째 단식을 이어가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오후 국회에서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통일교·민주당 공천 뇌물 특검을 요구하며 8일째 단식을 이어가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오후 국회에서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이종현 기자
    한 전 대표는 지난 18일 당게 논란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과 당원들께 걱정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당을 이끌었던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송구하다"고 했다. 2024년 11월초 사태가 불거진 이후 첫 사과다. 

    그는 페이스북에 영상을 올려 "상황이 여기까지 오게 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과 당원들께 걱정 끼쳐드린 점에 대해 당을 이끌었던 책임있는 정치인으로서 송구한 마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윤리위가 자신을 제명하기로 의결한 것에 대해서는 "명백한 조작이자 정치 보복"이라고 날을 세웠다.

    단식 정국에서의 행보도 제명 국면에 영향을 미쳤다. 장 대표의 단식 기간 동안 국회 로텐더홀에는 장 대표와 갈등을 빚었거나 노선이 달랐던 인사들까지 잇따라 모이며 보수·우파 결집 장면이 연출됐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를 비롯해 유승민 전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이철우 경북지사 등 보수 진영 인사들이 단식장을 찾았다. 당 지도부과 노선을 달리했던 초·재선 의원 모임 '대안과 미래'도 장 대표를 방문해 위로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단식 국면에서 이러한 결집 흐름에 합류하지 않았다. 단식 현장 방문을 비롯해 단식 정국과 맞물린 당내 갈등 정리 국면에서도 뚜렷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당내에서는 한 전 대표가 논란 초기부터 윤리위 결정 이후 단식 정국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 주어진 국면 전환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여러가지 기회가 있었는데 그걸 다 놓쳤다"며 "본인이 스스로 정치적인 스탠스를 놓친 거고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절차적으로도 선택지는 빠르게 소진됐다. 윤리위 제명 결정 이후 재심이라는 공식 통로가 열려 있었지만 한 전 대표는 이를 활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심을 통해 절차를 되돌리거나 시간을 벌 수 있었음에도해당 선택지를 스스로 내려놓으면서 제명 절차는 최고위 의결이라는 종착점만을 남기게 됐다. 이로 인해 지도부가 제명안을 처리하지 않을 명분도 함께 약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 대표의 단식은 대여 투쟁의 명분을 전면에 세우는 계기였지만 동시에 내부 문제를 정리할 시간적 여유를 제공한 측면도 있다. 장 대표가 윤리위 결정 직후 즉각 제명안을 상정하지 않고 재심 기한을 보장한 것도 한 전 대표에게는 마지막 출구로 작용할 수 있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21일 YTN 라디오 '더인터뷰'에서 "장 대표가 사경을 헤맬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서 단식을 하고 있지 않느냐"라면서 "그러면 한 전 대표가 장 대표를 찾아오는 걸 넘어서 '동조 단식'을 하든지 아니면 '장 대표는 그동안 몸이 안 좋아졌으니 병원으로 가시라 내가 이어서 하겠다'는 결기를 보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고 했다.

    현재로서는 장 대표가 당무에 복귀하는 시점에 한 전 대표 제명안이 오는 29일 최고위 안건으로 상정될 가능성이 크다. 재심 기한 만료, 윤리위 의결 존속이라는 절차적 요건이 모두 충족된 상황에서 제명안을 미루거나 뒤집을 제도적 근거는 제한적이다. 

    결국 이번 제명 국면은 한 전 대표가 스스로 선택지를 소진해 온 과정의 결과에 가깝다는 것이 정치권의 반응이다. 논란 초기 대응에서부터 윤리위 심의, 단식 정국과 재심 기한 만료에 이르기까지 이어진 일련의 흐름 속에서 한 전 대표는 제명 절차를 멈출 명분을 쌓지 못했고 한 전 대표 제명은 불가피한 수순으로 굳어졌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박민영 국민의힘 미디어 대변인은 뉴데일리에 "독립 기구인 윤리위의 결정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지도부가 의결을 하는 건데 윤리위 결정을 뒤집으려면 명분이 있어야 될 것 아닌가"라며 "재심 신청 기회만 준 것이 아니라 신동욱 최고위원은 공개 검증을 하자고 했다. 그런데 한 전 대표는 사과도 똑바로 안 하고 공개 검증도 거부하고 재심 신청도 안 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