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 정치에 갇혀 … 결집 국면서 '갈라치기'한동훈, 北 '수령론' 주장하며 호응 유도당 안팎 "韓, 정치적 외연 넓혀야 할 시점"
  • ▲ 당원게시판 사태와 관련해 국민의힘에서 제명된 한동훈 전 대표가 14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긴급기자회견 직후 소통관을 나서고 있다. 소통관 입구에는 한동훈 지지자들이 대거 몰려 이름을 연호하며 응원했다. ⓒ정상윤 기자
    ▲ 당원게시판 사태와 관련해 국민의힘에서 제명된 한동훈 전 대표가 14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긴급기자회견 직후 소통관을 나서고 있다. 소통관 입구에는 한동훈 지지자들이 대거 몰려 이름을 연호하며 응원했다. ⓒ정상윤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단식으로 보수·우파 진영 결집 흐름이 형성된 가운데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여전히 지지자 중심의 '팬클럽 정치'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치적 외연을 넓히기보다 내부 갈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6·3지방선거를 약 4개월 앞둔 상황에서 한 전 대표가 '가짜 보수'와 '진짜 보수' 구도를 꺼내들며 보수·우파진영 결집 흐름을 내부 갈등 국면으로 되돌려 놓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전 대표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윤리위 결정문을 읽어 보니 민주주의가 아니라 북한 수령론, 나치즘 같은 전체주의, 사이비 민주주의"라고 적었다. 

    '친한(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에 대해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윤리 규칙상 품위 유지 위반, 성실 직무 수행 등 위반을 사유로 '탈당 권유'를 결정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당대표는 당원 개개인의 '자유 의지의 총합'이기 때문에 당원이 당대표를 비판하면 당에서 내쫓아야 한다는 반민주, 반지성적인 말을 놀랍게도 윤리위 결정문에서 대놓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상이 아니다. 바로 잡아야 한다"며 "우리 국민의힘은 자유민주주의 정당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전 대표는 이 글을 자신의 지지자 커뮤니티 '한컷'에도 '수령론'이라는 제목으로 공유했다. 

    '수령'은 북한에서 최고 지도자를 지칭하는 호칭이다. 수령론은 김일성의 유일지배체제를 확립하고자 북한에서 형성된 이론으로, 김일성을 중심으로 한 권력의 집중과 절대적 지도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방법론을 의미한다.

    헤딩 게시글에는 "장동혁 지도부 내려와야 합니다" "완전 장틀러(장동혁+히틀러), 장정은(장동혁+김정은)이네요" "수령에 빠져야 될 놈입니다" 등 장 대표를 비난하는 댓글이 달렸다. 

    같은 날 '한컷'에는 '근조(謹弔). 국짐 사망'이라는 제목의 게시글도 올라왔다. 이 글에는 '국짐 死亡(사망)의 날'이라고 적혔다. 이는 오는 31일 장외 집회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글에는 "응징합시다. 31일 다 모여요"라는 댓글도 달렸다. 

    한 전 대표 지지자들은 지난 24일에 이어 오는 31일 국회 앞에서 '2차 불법 제명 반대' 장외 집회를 개최한다. 31알 집회 포스터에는 '진짜 보수 다 모여'라는 문구도 적혔다. 

    한 전 대표도 이에 동조하는 모양새다. 그는 최근 '한컷'에 '집회 날 (추우니) 내복을 입어도 괜찮겠냐'는 게시글에 "꼭!"이라는 답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한 전 대표는 정작 국회 앞 장외 집회 현장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정치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언어를 온라인에서 사용하면서 그에 따른 정치적 책임과 부담은 현장에서 지지자들에게 맡긴 셈이다. 
  • ▲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지지자들이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열린 한 전 대표 징계 철회 촉구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지지자들이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열린 한 전 대표 징계 철회 촉구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이와 관련 한 전 대표의 측근은 뉴데일리에 "지지자 집회에 한 전 대표가 등장하는 것도 그림이 이상하지 않냐"면서 "댓글을 달았다고 해서 꼭 집회에 나오라는 법도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당 안팎에선 한 전 대표의 정치가 '팬덤 중심 정치'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우려섞인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지지자 커뮤니티의 감정과 언어가 곧바로 한 전 대표의 정치 메시지로 전환되고 그 과정에서 당 전체나 보수·우파 진영 전체를 고려한 조정 기능은 실종됐다는 것이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뉴데일리에 "한 전 대표를 지키겠다고 집회하는 지지자들이나 그거를 방구석 사령관질 하는 한 전 대표나 모두 문제"라며 "'대한민국의 팬덤 정치의 현실이구나 싶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장 대표의 단식이 만들어낸 보수·우파 진영 결집의 흐름 위에서 한 전 대표의 정치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지난 15일부터 22일까지 장 대표의 8일 단식은 보수·우파 진영이 전선을 정리하는 계기가 됐다. 장 대표의 단식장에는 당내 인사는 물론 보수·우파 진영 주요 인사들이 잇따라 찾으며 결집 장면이 연출됐다.

    반면 한 전 대표의 정치는 현장보다는 온라인, 조직보다는 커뮤니티, 책임보다는 감정에 기대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특히 24일 집회 종료 후 한 전 대표의 대응은 논란을 키웠다. 

    그는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 국민의힘에서 불법 계엄이 진행 중"이라며 "윤 어게인 사이비 보수로부터 진짜 보수를 지켜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전 대표는 같은 날 '한컷'에도 지지자들이 연 집회를 두고 "이것이 진짜 보수 결집"이라며 자신의 지지자와 기존 국민의힘 당원을 구분지었다.

    오는 31일 국회 앞에서 예정된 '2차 불법 제명 반대' 장외 집회 포스터에도 '진짜 보수 다 모여'라는 문구가 적혔다. 문제는 이러한 메시지가 여권이 아니라 같은 보수·우파 진영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 안팎에서는 한 전 대표가 내부 갈등을 완화하거나 톤을 조절하기는커녕 진영 갈라치기를 정치 전면으로 끌어올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뉴데일리에 "보수 결집의 시간이었던 장 대표의 단식 8일 당시에는 반응하지 않다가 지금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격려하고 독려하는 장외 정치를 하는 것은 한 전 대표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안 될 것"이라며 "팬덤 정치는 국민의힘을 바라보는 중도층이나 부당층에게는 피로감을 느끼게 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팬덤 정치는 단기적으로 내부 에너지를 키울 수 있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끌어오는 데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평가다. 당을 향해 '사망'을 언급하고 동료를 '사이비'로 규정하는 언어는 외연 확장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방선거를 약 4개월 앞둔 상황에서 제1야당이 집중해야 할 과제는 여권을 상대로 한 대여 공세다. 그러나 한 전 대표의 메시지는 여전히 내부를 향해 있다. 확장보다는 선 긋기, 연대보다는 응징에 가까운 정치가 반복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은 뉴데일리에 "자기 편 아니면 모두를 가짜 보수라고 칭하는 것 자체가 너무나 편협하고 유아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다 보니 지금 친한계가 점점 더 쪼그라들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나만 옳고 나머지는 다 가짜라는 인식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한 전 대표의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해 "개인으로 가면 선택지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 진단했다. 

    다만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을 정말 사랑하고 당을 지키고 이 안에서 정치를 하고 싶은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며 "본인이 억울한 부분이 있거나 아니면 오류가 있는 부분은 한 번 (법적) 판단을 받아보고 그도 안되면 장기적으로 (행보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