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보좌진 갑질했는지 우리가 어찌 아나"갑질 강선우·차명 재산 오광수 이어 또 부실 검증靑, 지명 철회로 뒤늦게 수습 … "눈높이 고려"野 "늦었지만 당연 … 검증 책임 대통령이 사과해야"
-
- ▲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지난 23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있다. ⓒ뉴시스
청와대가 부정 청약·자녀 입시 특혜· 갑질 등 갖은 의혹에 휩싸인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했다. 지난달 28일 후보자로 지명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강선우·오광수·이진숙 등에 이어 낙마 사례가 잇따르면서 청와대 고위 공직자 인사검증 시스템의 구멍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이재명 대통령은 25일 이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했다.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 인사라는 이유였다.이 대통령은 불과 나흘 전까지만 해도 이 후보자와 관련해 "문제가 있어 보이긴 한다. 저로서도 아쉽다"면서도 갑질 논란에 대해서는 "보좌관에게 갑질을 했는지 우리가 어떻게 아느냐. 어디 써놓은 게 있느냐. 기사가 났느냐"고 말해 인사권자로서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그러나 이 대통령은 결국 여론 악화 속에 나흘 만에 입장을 바꿨다. 이 대통령은 그간 이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잇따랐음에도 '통합 인사'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지명 철회 가능성에 거리를 뒀다.이 대통령은 "본인의 얘기를 들어볼 기회를 갖고 결정하고 싶다"며 인사청문회 개최를 촉구하기도 했다.이에 지난 23일 우여곡절 끝에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개최됐지만 이 후보자는 속시원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특히 서울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 부정청약 의혹과 관련한 이 후보자의 해명은 오히려 여론을 더 악화시켰다.원펜타스는 당첨만 되면 수십억 원의 시세 차익이 보장돼 '로또 청약'이라고도 불렸는데 이 후보자의 배우자는 이미 결혼한 장남을 미혼 부양가족으로 등재해 '꼼수 가점'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였다.이 후보자 배우자는 부양가족수에서 이 후보자를 제외한 아들 3명을 부양가족으로 인정받아 35점을 채워 턱걸이로 원펜타스에 당첨됐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 전까지만 해도 "장남이 혼인 신고를 안 한 지 몰랐다", "혼인신고는 본인의 자유"라는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청문회 당일 이 후보자는 장남 부부의 파경을 언급하며 한 집에 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다고 항변했다. 이 후보자는 "2023년 12월 장남은 부부로 된 걸로 알고 신혼집을 마련했지만 혼례를 올리고 곧바로 문제가 생겼다. 두 사람의 관계가 깨어진 상황으로 최악으로 치달았다"고 했다.이 후보자의 황당 해명에 여야 모두 질타를 쏟아내자 이 후보자는 "규정과 절차를 따랐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청약 당시 공고를 따른 것이다. 수사기관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답했다.청문회에서는 입시 특혜 의혹도 불거졌다. 이 후보자의 장남이 '사회기여자 전형'으로 연세대에 입학하는 과정에서 배우자가 당시 연세대 주요 보직을 맡고 있었고, 시아버지인 4선 국회의원 출신 김태호 전 내무장관의 훈장을 내세웠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이 후보자는 "제가 규정을 만든 게 아니지 않나"라며 사회기여자 전형 내 국위선양자에 해당 돼 정당하게 합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여야 의원들은 "우리 손주도 연세대 보낼 수 있겠다", "누군가의 기회를 빼앗은 것"이라며 비판을 쏟아냈다.이 후보자는 보좌진 갑질 및 폭언 논란에 대해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성숙하지 못한 언행으로 인해 상처받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지만 사과 여부를 놓고 해명이 엇갈리면서 진정성 시비가 불거지기도 했다.이 외에도 인사청문회에서는 이 후보자 배우자와 자녀들의 대부업체 회사채 투자 논란, 병역 특혜 의혹, 영종도 토지 매입 논란 등이 거론됐다. -
- ▲ 홍익표 정무수석이 2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 관련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인사청문회를 지켜본 이 대통령은 이 후보자의 해명이 충분하지 못하다고 판단, 결국 지명 철회를 선택했다. 당초 이 대통령은 26일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여부까지 지켜볼 계획이었지만 여론 악화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이 후보자는 보수 정당에서 3차례나 국회의원을 지냈지만 안타깝게도 국민주권정부의 기획예산처 장관으로서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자진 사퇴가 아닌 지명철회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보수 진영에 있는 분을 모셔온 만큼 지명철회까지도 인사권자로서 책임을 다하신 것"이라고 부연했다.이 대통령은 통합 인사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낙마를 계기로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에 대한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이재명 정부의 인사 실패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공직자 검증 책임자로 발탁됐던 오광수 민정수석은 차명 재산으로 논란을 빚어 사퇴했고 이진숙 전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논문 표절, 자녀 불법 조기유학으로 낙마했다.이 대통령은 또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으나 보좌진 갑질 논란으로 낙마했다. 강 의원이 보좌진에게 자신의 집 쓰레기 분리 수거와 비데 수리 등을 지시했다는 증언이 쏟아졌다. 이 과정에서 강 의원의 거짓 해명 논란까지 더해져 "성찰하며 살겠다"며 자진 사퇴했다.검증의 기본인 부동산 문제를 제대로 살펴보지 않은 데다 주변 사람을 상대로 평판 조회 마저 꼼꼼하게 하지 않은 결과였다.이러한 인사 실패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비슷한 사유로 낙마가 반복되면서 청와대 인사검증 체계 전반의 구조적 허점이 드러났다는 평가다.청와대는 지난해 9월 이 대통령 취임 100일을 앞두고 인사 검증 논란 불식을 위해 인사수석비서관을 신설하기도 했다. 이재명 정부는 별도 인사수석 없이 인사비서관만 두는 시스템으로 운영됐지만 그간 불거진 부실 인사검증 논란을 타개하기 위해 인사수석을 신설한 것이다.그러나 이 후보자 낙마를 계기로 검증 강화 약속이 무색해졌다는 지적이다.이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촉구하던 야권은 "상식적 결과"라고 평가하며 이 대통령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압박했다.최은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명 철회는 너무나 당연하고 상식적인 결과"라고 했다.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야당 간사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통령은 민정수석실, 경찰, 국정원, 국세청, 국토부 등을 총동원하고도 갑질 세평은커녕 증여세 탈루, 아들 입시 특혜, 부정 청약, 부동산 투기 등을 하나도 걸러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그러면서 "이혜훈은 이 대통령이 콕 찍어서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픽'한 이재명 사람이다. 검증 책임은 이 대통령에게 있다"라면서 "당장 국민께 사과하라. '꼼수 정치'에 골몰하느라 검증은 하나도 안 했고 국민 분노만 키웠다고 석고대죄하라"고 했다.주진우 국민의힘 의원도 "정당의 공천은 강제성이 없고 선거를 통해 걸러지지만 정부의 고위직 검증은 달라야 한다"라며 "온갖 서류들을 다 사전에 점검할 수 있는데 왜 이혜훈 케이스는 못 걸러내나"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지명 철회에 이은 후속 조치도 즉시 나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