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진당 지도이념 '진보적 민주주의'를 利敵으로 판결

    이석기 2심 판결 fact sheet:
    요컨대 재판부는 이석기 등이 세력 규합을 위한 선동(煽動) 단계이지
    내란을 준비(準備)하는 단계까지 가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선동(煽動) 단계에서 발각돼 내란 실행 단계까지 이르진 못했지만,
     내란 실행(實行)을 위한 조직(組織)과 능력(能力)을 갖췄고
    만일 그대로 뒀다면 내란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金成昱   /한국자유연합 대표, 리버티헤럴드 대표

    1.
      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 이석기(52)가 항소심에서 징역 9년, 자격정지 7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 9부(재판장 이민걸)는 11일 이석기에 대한 내란선동죄(內亂煽動罪) 등을 유죄(有罪)로 인정했다. 그러나 내란음모죄(內亂陰謀罪)는 무죄(無罪)로, 지하혁명조직 RO의 실체도 없다고 판단, 향후 통합진보당 해산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는 법무부 통진당 해산의 논거가 RO의 실체를 전제로 하는 탓이다. 법무부는 지난 해 11월 통진당 활동은 이석기 RO에 의해 장악돼 있다며 정당 해산을 청구했었다. 

      
  2.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李의원이 대한민국 체제 전복이라는 내란(內亂) 범죄를 실행시킬 목적으로 선동(煽動) 행위를 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작년 5월 12일 회합에서 이 의원이 한반도 전쟁 발발 시 대한민국 체제를 전복하고 통일 혁명 완수를 위해 주요 기간시설 파괴를 포함한 기술적·물질적 준비 방안을 마련하라는 취지로 발언하는 등 내란을 선동한 점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검찰이 내란음모를 위한 비밀 회합으로 규정했던 작년 5월 10일과 12일 모임에 대해서도 반전평화활동(反戰平和活動)이라는 이석기 측 주장과 달리 “북한 대남혁명론에 동조해 전시에 대한민국 체제를 전복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규정했다.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활동을 찬양·고무하고, 이적 표현물을 소지하는 등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1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를 선고했다.
   
  3.
  하지만 재판부는 “내란음모죄가 성립되려면 내란 실행을 위한 ‘합의(合意)’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입증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無罪)를 선고했다. 
  
  내란음모의 주체로 지목된 RO의 실체에 대해 “실제 존재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결성 시기, 폭동 준비, 활동 내역 등을 인정할 만한 구체적인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작년 5월 130여명이 모인 회합에 대해서도 “폭력혁명을 위한 결사 조직”이라는 1심 판단과 달리 “李의원을 정점으로 같은 정치적 성향을 가진 위계질서를 가진 조직”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특히 통진당의 핵심 정당 원리인 ‘진보적 민주주의’에 대해서도 이적(利敵) 표현으로 보고 유죄로 판단했다. 진보적 민주주의는 정부가 통진당에 대해 위헌 정당이라며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면서 내세운 통진당의 핵심 강령으로, 북한 김일성·김정일 연설에 나오는 진보적 민주주의를 본뜬 것이다.
  
  요컨대 재판부는 이석기 등이 세력 규합을 위한 선동(煽動) 단계이지 내란을 준비(準備)하는
단계까지 가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선동(煽動) 단계에서 발각돼 내란 실행 단계까지 이르진 못했지만, 내란 실행(實行)을 위한 조직(組織)과 능력(能力)을 갖췄고 만일 그대로 뒀다면 내란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재판부는 李의원 양형(量刑) 이유에 대해 “국가 이익을 우선해 직무를 수행해야 할 현직 국회의원이 국가 지원을 받는 공적 정당 모임에서 내란선동죄를 저지른 것은 대한민국 존립·안전에 중대한 해악을 끼치는 것으로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李의원 등은 객관적 증거로 내란 선동 행위가 명백한데도 반성은커녕 이 사건이 국정원 조작이라고 주장하는 등 사회 분열과 혼란을 조장해온 점도 형량을 정하는 데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4.
  검찰은 이날 선고에 대해 “법원이 작년 5월 12일 회합에서 유류저장소, 통신시설 파괴와
무기탈취(武器奪取)나 무기제작(武器製作) 등 무장(武裝) 방안까지 거론된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내란 실행을 위한 합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내란음모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실제 이석기 일당이 모의한 혜화전화국, 평택 유류기지, 철도 관제시설, 미군 유류라인,
송전 철탑, 가스시설, 레이더기지 등 타격은 소수(少數)의 인원만으로 실행 가능한 테러 수준의 폭동이다. 
  
  2003년 2월18일 대구지하철 참사 당시 1명의 방화범에 의해 사망 193명, 실종 21명, 부상 151명이 발생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각오를 한 단 1명의 방화범으로 인해 200명 이상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한 대구지하철 참사를 상기해 보면, 사상적 일체성과 목숨까지 바칠 수 있다는 고도의 실행 의지를 가진 조직화된 130여명이 기간시설파괴 등의 폭동을 실현하는데 부족하다는 주장은 우리의 경험과 상식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밝혔었다. 검찰 공소장 일부의 내용은 이렇다. 
  
  “피고인들은 폭동의 실현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주요시설 근무자 포섭 등의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고 있고, 이석기 피고인은 ‘무궁무진한 창조적 발상’을 거론하며, 소수 인원으로 폭동을 실행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전술을 조직원들에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과 RO 조직원들은 총기를 구할 수 있는 방법, 폭탄제조법을 배우는 곳, 무장의 필요성 등에 대해 거리낌 없이 이야기를 하며 폭동을 다짐하였던 것입니다.”
   
  “마리스타 토론에서 이상호 피고인은 ‘우리가 조사를 해놨습니다. 우리가 조사해 본 바에 의하면, 우리가 검토한 바에 의하면, 검토 받은 바에 의하면’ 등의 표현을 통해 토론 내용을 사전에 준비했음을 내비치고 있고, 이상호 피고인이 언급한 총기 개조, 인터넷의 폭탄제조법, 혜화전화국․평택 유조창 등 주요시설 현황, 무기고․화학공장 주소 등은 실제로 군사적 목적을 가지고 사전(事前)에 정보(情報)를 수집(收集)․분석(分析)하기 전에는 일반인이 알기 어려운 내용들입니다” 
   
  “이석기 피고인의 강연에는 2013. 3~4. 국군 수도방위사령부의 상황, 국가비상대책 행정지침, 국가 사이버심리전 상황, 인터넷 사제폭탄 사이트, 철탑 파괴 사례 등 일반인이 알기 어려운 내용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이석기 피고인이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강연에 필요한 정보(情報)를 사전(事前)에 수집(收集)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5.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은 1심보다 형량은 줄었지만, 항소심에서 징역 9년에 자격정지 7년의 중형(重刑)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에서 금고(禁錮) 이상 형(刑)이 확정될 경우 의원직이 박탈된다. 2심 형이 확정되면 작년 9월 구속된 이 의원은 9년 형기를 마치고 출소해도 이후 7년간 선거권·피선거권이 제한된다. 올해 52세인 이 의원은 67세까지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이석기에 대한 ‘정치적 사망선고’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2018년 정권이 바뀌면 사면`복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과거 민혁당 사건으로 구속됐던 이석기는 2003년 대통령 특별사면을 받았고 2005년 특별복권됐다. 
  
  가석방은 통상 형기 80%를 마친 정도에 이뤄지며 형기 50%를 마치지 않은 사람에 대한 잔형(殘刑) 집행 면제 사면은 전례가 없다. 그러나 이석기는 2005년 8·15사면 당시 47.6%의 형을 살았을 뿐이었다. 이석기는 가석방 대상자 15만 명 중 유일한 공안사범(公安事犯)이기도 했었다.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지난 해 10월17일 보도자료를 통해 “당시 민정수석실이 법무부의 강력반대를 무릅쓰고 이석기 석방을 요구했고 결국 석방됐다”며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의원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6.
  11일 “국가정보원과 박근혜 정부의 진보당에 대한 색깔론, 말살론은 공중분해 됐음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이석기 측 김칠준 변호사는 선고 직후 “내란음모는 무죄, 내란 선동은 유죄가 선고됐는데 법리적으로 인정할 수가 없다”며 상고 의사를 밝혔다. 金변호사는 “재판부는 ①RO라는 지하혁명조직 ②사전 준비회의 ③혁명의 결정적 시기라는 것 ④내란음모 합의 등 내란음모·선동 혐의를 받치고 있었던 4개의 기둥을 모두 다 부정해 놓고서도 내란 선동을 유죄라 했다”며 “(재판부의) 정치적 중압감의 표현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정희 대표는 이날 오후 법원삼거리 진입로에서 “이 사건의 핵심인 이른바 'RO(혁명조직)'의 존재와 내란음모가 모두 무죄로 확인됐다”며 “대법원에서 반드시 이 모든 혐의들이 완전한 무죄임을 인정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규 대변인도 “국정원과 검찰의 핵심적인 주장이었던 ‘RO에 의한 내란음모’가 모두 기각됐다. 사실상 무죄임을 인정한 것”이라며 “내란음모가 무죄라면 내란선동 역시 무죄다. 총책은커녕 RO는 존재하지도 않는데, 어떻게 내란선동죄가 성립할 수 있겠나. 대법원에서는 ‘내란선동’ 혐의 역시 무죄로 판명날 것임을 확신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의당 이정미 대변인은 논평에서 “내란음모죄로 과도하게 수사를 몰아간 국정원과 검찰수사에 대해 법리상의 무리함이 있었음을 사법부가 인정한 꼴이 됐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국정원과 검찰은 철저히 개혁되고 거듭나야 할 것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말했다. 
  
  written by (사)한국자유연합 대표 김성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