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정책홍보, 국민 소통 강점, 행정 경험 없어 '우려도'
  • 박근혜 대통령이 2기 내각 마지막 퍼즐로 남았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로 김종덕(57) 홍익대 시각디자인과 교수를 지난 3일 내정했다.

  • 정성근 전 후보자가 낙마한지 17일만이다.

    문화부 장관은 부처 이름에 드러난 본연의 업무 외에도 종교와의 소통, 정부 정책을 알리는 국정홍보처의 역할도 한다. 박 대통령이 평소 강조하는 정책홍보의 중심 부처다.

    2기 내각 제1과제를 '경제 활성화'로 내세운 박 대통령에게는 어떤 의미에서 가장 중요한 인사라고 볼 수 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경제활성화는 눈으로 보이는 수치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이 실제로 느끼는 체감"이라고 했다. "국민이 경기 부양을 체감하기 위한 정책 홍보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도 지난달 24일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정책 입안 단계에서 국민이 정책을 쉽게 이해하고 체감할 수 있도록 정책홍보에도 각별히 신경써 줄 것을 당부한다"고 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도 "김 내정자는 리더십과 현장 감각이 뛰어나 '문화 융성'의 국정기조를 실현하는 데 적임이라고 기대된다"고 했다.

     

  •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뉴데일리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뉴데일리

     

    프로페셔널 광고쟁이, 조동원 효과 노린다

    문화부 장관에 김종덕 후보자를 인선한 박 대통령의 인사 전략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정치인이나 대중 예술인이 기용되던 전례에 비춰보면 김 후보자는 전문 광고인에 가깝다.

    그동안 정부의 정책 홍보 능력이 부족하다는 박 대통령의 판단이 인선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서는 김 후보자의 발탁이 2012년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박 대통령이 기용한 조동원 홍보본부장을 연상시킨다는 말이 나온다.

    당시 조동원 홍보본부장은 위기에 빠진 한나라당을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꾸고 엠블럼 색깔도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바꾸는 혁신으로 총선과 대선을 연이어 승리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김종덕 장관 후보자 내정도 박 대통령이 2기 내각 출범과 함께 내세운 경제 활성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박근혜 정부'의 이미지도 혁신하기 위해 전문 광고쟁이를 발탁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대체 누구냐" 기대 반 우려 반

    청와대 안팎에 알려지기로는 김 후보자와 박 대통령의 인연은 특별한 게 없다.

    최소한 그동안 비판받았던 '수첩 인사'는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때문에 김종덕 후보자가 어떤 경로로 박 대통령에게 천거가 됐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박 대통령이 비대위원장 당시 함께 했던 조동원 홍보본부장이나 변추석 대선 홍보본부장을 기억하며, 국정홍보를 혁신할 수 있는 장관급 인물을 찾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종덕 후보자가 김무성 대표가 선출된 이후 급부상했다는 점을 들어 김 대표와의 연관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김 대표 측은 "전혀 연관된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이번 인사가 7.30 재보선에서 김무성 대표가 조동원 홍보본부장을 재기용해 성공적인 효과를 이끌어낸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것은 청와대나 여권 내부의 일치된 시각이다.

    박근혜 정부 2기 내각 최대 과제인 경기부양이라는 정책 홍보와 함께 그 이면의 양극화 문제라는 부정적 평가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서 전문 광고인의 카피라이터가 박 대통령에게 절실했다는 시각이다.

     

  • ▲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오른쪽)가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조동원 홍보본부장과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오른쪽)가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조동원 홍보본부장과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화 체육 관광, 산업으로만 봤다가는...

    일각에선 교수 출신 광고 전문가인 김종덕 후보자가 정무적 역할을 해야 하는 문화부 장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냐는 우려를 제기한다.

    문화부는 이달 프란체스카 교황 방한과 내달 인천 아시안게임을 전담하는 주무 부처다.
    또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준비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도 맡고 있다.

    최근 이석기 재판 탄원서 제출로 갈등이 깊어지는 종교계와의 소통도 담당해야 하며, 좌우 갈등이 심한 문화예술계의 복잡한 현안을 조정하는 행정력도 필요하다.

    문화부 장관을 국정홍보에만 편중된 전문가를 내세웠다가 자칫 불통 논란이 더욱 불거질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경제 활성화에만 치우쳐 문화 체육을 산업의 연장선으로 보는 일방적 시각의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은혜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김종덕 후보자에 대해 "홍보와 광고라는 특정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교수이기는 하나 문체부라는 다양한 분야를 아우를 수 있을지 우려가 있다"며 "김희범 문화부 1차관도 홍보 업무가 전문가인데 장관 마저 홍보 전문가로 채운 것은 매우 편중된 인사"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