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위한 길 잘 판단해야" 7.30 재보궐 앞두고 불안요소 빨리 제거 판단인 듯
  • 드디어 여당 내에서도 반발이 터져나왔다.
    그것도 친박 중의 친박 서청원 의원의 입이 시발점이 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데다, 7.14 전당대회 유력 당권주자인 서 의원이 문창극 후보의 사퇴를 언급하면서 국무총리 임명동의 과정이 상당히 어려워질 것을 예고하고 있다.

    서청원 의원은 17일 여의도캠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문창극 총리 후보자에 사실상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지금은 문 후보자 스스로 언행에 대한 국민의 뜻을 헤아리고 심각한 자기 성찰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국민을 위한 길이 무엇인가를 잘 판단해야 된다."

    서 의원은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내가 말한 그대로만 보고 여러분이 알아서 판단해 달라"며 사실상 발언 의도를 인정했다.

  • ▲ 서청원 의원 ⓒ 정상윤 기자
    ▲ 서청원 의원 ⓒ 정상윤 기자


    하지만 문창극 후보 본인은 여전히 '끝까지 간다'는 입장이다.
    문 후보는 이날 아침 정부서울청사 창성동별관 출근길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민의 여러 오해도 있었고 또 의원님들도 오해가 많으시고 하니까 그동안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에 대해 제 심정을 솔직히 알려드리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특히 [의원님들도 오해가 많으시다]는 얘기는 여권 내부에서도 반발 기류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여당과 총리 후보자 본인의 입장이 정반대로 엇갈리면서 관심은 인사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으로 쏠린다. 청와대가 문창극 후보자를 얼마나 끌고 갈 수 있다고 판단하는지가 관건인 셈이다.


    눈길이 가는 부분은 여당 내 목소리를 낸 사람이 친박 중의 친박 서청원 의원이라는 점이다.

    서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과 오랜 인연을 맺은 만큼 청와대 내부와 교감없이 [사퇴 촉구]를 입밖에 낼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분석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5박6일간의 중앙아시아 순방길을 떠난 시점에서 청와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할 물리적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서청원 의원의 입을 통해 사실상 박 대통령의 의중을 표명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서청원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사퇴 요구를 발표하게 된 계기에 대해 "여러 곳에서 얘기를 들었고,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문창극 사퇴를 압박하는 야당 주장은 물론, 청와대와의 교감도 있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당권 도전을 서청원 의원에게는 코앞으로 다가온 7.30 재보궐 선거도 이런 입장을 표명한 중요한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김무성 전 원내대표와 자웅을 겨루는 상황이긴 하지만, 당권을 거머쥔 뒤 곧바로 닥치는 재보궐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치는 문창극 이슈는 빨리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클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더불어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창구 역할이라는 분석은 서청원 의원의 당권 레이스에 중요한 '어필 포인트'로 작용할 공산도 크다.

     

  • ▲ 서청원 의원 ⓒ 정상윤 기자

    이 같은 관측이 맞아떨어질 경우 문창극 후보의 행보는 더욱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여권 내부에서도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는 기류가 강하다.

    연이은 총리 후보자 낙마라는 데미지를 감수한다고 하더라도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 순방이라는 시점을 잘 활용한다면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판단도 엿보인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어떤 식이든 순방을 떠난 이번주에 (문창극 후보의 사퇴 여부)결론이 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의견은 나오는 것 같다"며 "개각도 이미 다 준비된데다 다가온 재보궐 선거도 있어 빠른 결론이 나는 것이 국정운영에 이로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