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시 통신원 "죽은 사람 대책 논의 없다" 전해
  • ▲ 북한 평양시 평천구역의 23층 아파트 붕괴사고와 관련해 17일(현지시간) 북한 관리들이 사고 현장을 방문, 유가족과 주민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북한 평양시 평천구역의 23층 아파트 붕괴사고와 관련해 17일(현지시간) 북한 관리들이 사고 현장을 방문, 유가족과 주민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조선중앙통신이 18일 "13일 평양시 평천구역 건설장에서 주민들이 쓰고 살게 될 살림집(주택) 시공을 되는 대로 하고 그에 대한 감독통제를 바로 하지 않은 일꾼들의 무책임한 처사로 엄중한 사고가 발생하여 인명피해가 났다"고 전했다.

    이러한 사고소식을 이례적으로 보도한 북한당국은, 생존자 구조와 부상자 치료를 위한 국가적 비상대책기구가 꾸려졌고, 최부일 인민보안부장, 선우형철 인민내무군 장령(장성)등 간부들이 17일 사고현장에서 유가족과 평천구역 주민을 만나 위로·사과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발표한 '사고아파트'는 어디?

    지난 13일 붕괴된 평양의 아파트는 평천구역 안산1동 목란관 맞은편에 위치한 고층 건물로 추정된다. 이 아파트 건물은 평양의 유명 한식당인 목란관에서 도로 건너편 2백여 미터 거리에 있다.

    평양시 평천구역 안산1동에는 살림집뿐 아니라 안산체육공원을 비롯한 복합시설물들이 들어있으며 '통일교'회와 '고려항공' 본사, '보통강려관'과 '대동신용은행' 등이 위치해있다.

    또 1km이내 인근 지역에 '평양창광원', '락원백화점', '청류관', '평양빙상관', '창광산호텔', '평양체육관' 등이 있다.

    평양의 중심지라는 '김일성광장'에서는 직선거리로 약 3km떨어져있으며 '국방위원회'청사에서는 2.5km, '평양역'에서는 2km정도 북동쪽으로 치우쳐 있는 곳이다.

    탈북제대군인들의 모임인 '북한인민해방전선' 정보실은 18일, "안산1동에는 인민무력무산하의 대표적 외화벌이기구인 '금강총국'이 있으며 여타 무력부 산하기관들이 위치해 있어 북한군 고위군관들과 평양(서평양)철도국 및 중앙기관 종사자들이 입주해 있었다"고 말했다.

     

    축소된 사망자 수(?)

    조선중앙통신은 사고의 구체적인 발생경위와 인명피해 규모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공사 중 평양의 23층 아파트가 무너졌다"고만 했다.

    한편 우리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에서는 건물 완공 전 입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아파트에도 92세대가 살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주장을 내 놓았다.

    탈북자들의 견해는 다르다.

    사고와 관련하여 비상채널을 가동했다는 '북한인민해방전선' 최정훈 사령관은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아파트 입주는 지난 4월 25일을 계기로 이미 끝나있었고' '건물은 92가구가 아니라 207가구'로 설계된 것이며 '사고는 새벽시간대'에 일어났다"고 말했다.

    23층×(1층 4가구)가 아니라 23층×(1층 9가구)인 셈이며 이것이 사실일 경우 피해자수는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입국한 탈북자들은 "평양시에 건설한 아파트에는 옷장과 이불장(북박이장)등이 갖추어져 있으며 내부 미장도 비교적 깔끔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국가가 해 주는 것은 여기까지고 방안 도배와 건물의 유리창 같은 것들은 모두 건물에 입주한 뒤, 입주자 기관이나 개인이 알아서 해야 한다"고 증언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을 빌미로 북한은 '건설 중 아파트 붕괴'를 말했을 확률이 높다.

    우리 통일부는 남한 식 아파트설계(1층 4가구)를 근거로 사고건물의 가구 수를 추정한 듯하지만, '북민전'의 주장대로 207가구의 입주자(1가족 평균 5명)들이 새벽시간대에 건물붕괴에 직면했다면 실지 피해 규모는 상상하기 어렵다.

     

    북한, 왜 이례적으로 보도 했나

    북한의 신문과 방송은 사건사고를 일체 다루지 않는다는 내부방침이 있다.

    자본주의에 비한 사회주의제도의 우월성을 강조하기 위해 '남한을 비롯한 자본주의사회의 사건 사고만 다루어야 한다'는 김일성의 교시에 따른 것이다.

    1990년대 중반 국제사회를 향해 '어린이 영양실조에 따른 긴급지원'을 요청했고 2000년대 들어 사진을 조작해가며 '홍수피해' 등을 역설했던 바 있으나 북한주민들에게는 그 모든 사실을 철저히 은폐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노동신문을 통해 아파트붕괴와 인명피해를 말했고 인민들 앞에 고개를 숙인 당국자의 모습을 사진으로 보도하기까지 했다.

    왜일까.

    우선 탈북자들은 이러한 대형 사고를 숨길 수 없는 최근 환경과 연계시킨다. 위성사진을 통해 핵실험징후와 군용비행장의 군용기 수자까지 공개되는 마당에 평양시 중심부의 아파트 붕괴현장이 외부에 공개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이야기다.

    또 공개처형 장면이 동영상으로 찍혀 외부에 알려지고, 화폐개혁에 관한 소식이 실 시간으로 전달되는가 하면 평양시 주민등록자료며 최근 3년간의 김정은 지시사항이 통째로 유출되는 마당에 과거처럼 무엇을 숨기거나 감출 수 없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최근 대한민국의 세월호 사건을 두고 '남조선 당국'의 이른바 '늦장 대응'과 '책임'을 따져온 마당에 위와 같은 사건을 은폐했다간 역풍을 맞아도 단단히 맞으리란 불안심리가 작용했을 수 있다.

    발 빠른 이해타산도 엿보인다. 비록 6일 이나 지나서 발표한 꼴이지만 고위간부가 직접 나서서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는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나(김정은)는 다르다'와 '인민적이다'는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양상이다.

    그럼에도 2009년부터 기획된 평양시 건설(10만 가구)사업은 김정은의 치적사업으로 진행되어온 일이고 지금도 그 연장선에서 평양시 아파트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 등을 미루어 결코 김정은이 사고의 책임에서 물러날 곳 없음이 강조되고 있다.

     

    희생양은 누구?

    조선중앙통신이 이번 사고와 관련하여 '책임자'들의 사과 발언을 구체적으로 전한 것은 주민들의 불만과 불안에 대한 책임을 몇몇 사람에게 떠넘기는 반면 최고통수권자로서 김정은의 인민적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통신에 따르면 구조전투가 진행됐다는 17일, 북한이 최부일 인민보안부장, 선우형철 조선인민내무군 장령, 차희림 평양시인민위원회 위원장, 리영식 평천구역당위원회 책임비서 등이 피해지역을 찾았고, 피해자유가족들과 평천구역 주민들을 만나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으로 최부일은 "이번 사고의 책임은 조선노동당의 인민사랑의 정치를 잘 받들지 못한 자신에게 있다"면서 "인민의 생명재산에 위험을 줄 수 있는 요소를 제때 찾아내고 철저한 대책을 세우지 못해 상상도 할 수 없는 사고를 발생시킨 데 반성한다"고 말했다.

    또 선우형철(인민내무군 장령)은 "사고의 장본인은 건설을 담당한 자기 자신"이라고 하면서 잘못을 사과하고 나섰다. 사고와 직접적인 연계는 없지만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는 최부일과 건설을 담당했던 내무군 장령이 직접 나서서 '죽기를 자청한 셈'이다.

    반면 차희림(평양시인민위원회 위원장)은 "자신이 수도시민들의 생활을 책임진 호주로서 살림집건설에 대한 장악통제를 바로하지 못하여 이번에 엄중한 사고가 발생했다"면서 직접적인 책임에서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지금...피해자가족들의 생활을 안착시키고 새 보금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한 당과 국가의 강력한 긴급조치들이 취해지고있다"며 정부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입장에 섰다.

    리영식(평천구역당위원회 책임비서)은 오히려 피해자의 입장에 성큼 다가섰다. "사고현장에서 피해자들을 직접 목격하면서 가슴이 통채로 무너져내리는 것만 같았다"며 "인민들의 귀중한 생명을 지켜주지 못한 자책감으로 하여 머리를 들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노동신문은 김수길 평양시당 위원회 책임비서의 입을 빌어 "원수님(김정은)께서 이번 사고에 대하여 보고받으시고 너무도 가슴이 아프시여 밤을 지새우셨다"며 '김정은이 고위간부들을 현장에 보내 구조작업을 지휘하도록 지시했다'고 김정은을 치켜세웠다.

     

    평양시 주민들의 반응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당(김정은)에서는 건축물의 질을 높일데 대하여 그처럼 강조하고 있는데 인민에 대한 복무관점이 바로 서있지 않은 데로부터 공사를 날림식으로 하여 오늘과 같은 엄중한 사고를 빚어냈다"는 판박이 선동을 빼지 않았다.

    하지만 자유북한방송 평양시 통신원은 "지금 정부가 생존자 구조와 부상자 치료를 위한 국가적 비상대책기구를 만들어 현장에 투입시켰다고 하지만

    실은 외신기자들과 우리 같은 사람(내부 통신원)이 접근해 사진을 찍고 관련자료를 수집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보위부와 보안원들을 한 벌 깔아놓은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또 다른 통신원은 "김정은이 책임을 면하기 위해 관련자라는 사람들을 내 세워 인민재판 하듯이 자아비판을 하게 했지만 (인민)보안부장에게 무슨 책임이 있고 평양시인민위원장에게 무슨 잘못이 있는지 사람들이 궁금해 하고 있다"면서

    "무엇보다도 죽은 사람들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하겠는데, 그런 일은 논의자체도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