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가 하자는 대로 했다면
     구조자가 과연 늘었을까?

趙甲濟   

중앙일보는 오늘 '해경은 왜 47분간 맴돌고만 있었나'라는
논설에서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문제다"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헬기와 경비정이 사고 해역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9시30분 안팎이었는데, 이준석 선장과 선박직 선원들을 구조한 뒤 물에 뛰어든 승객만 구하며 선체 내부로 진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당시 세월호 상황에 대해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대검 디지털포렌식센터(DFC)를 통해 분석을 실시했는데, 그 결과 오전 9시30분 45도 정도이던 배의 경사도는 선장이 해경 구조선에 오르던 9시47분에 60도를 넘었고, 배 안의 단원고 학생이 마지막 문자메시지를 보내던 10시17분엔 100도 이상 기울어진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최소한 선장이 해경 구조선에 오르던 때까지만 해도 해경의 구조 작업은 가능했다>면서 <선체 내부 진입이 어려웠다면 세월호에 올라 조타실 등에서 승객들에게 탈출 안내방송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구조대원이 60도를 넘어 급속도로 엎어지는 선체를 오르려면 목숨을 걸어도 불가능했다. 조타실은 5층에 있었다. 조타실에 모여 있던 선장과 선원들은 급한 기울기에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선실로 접근조차 하지 못하다가 탈출했다. 선원들이 포기한 역할을 더 악화된 조건에서 해경이 해야 했다는 이야기인데 이상론을 넘어서 영화에서나 봄직한 超人的 노력을 요구하는 비판이다. 
  
  <해경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세월호 주위를 맴돌기만 했다>는 표현은 막말에 가깝다. 해경은 주위를 맴돌기만 했는데 누가 승객들을 구조했기에 170명 이상이 살았나?
  
   중앙일보의 지적이 무리라는 건 논설 안에 있다. <경사도는 선장이 해경 구조선에 오르던 9시47분에 60도를 넘었고, 배 안의 단원고 학생이 마지막 문자메시지를 보내던 10시17분엔 100도 이상 기울어진 것으로 나타났다>는 문장이다. 30분 사이에 선체가 60도에서 100도까지 기우는 조건에서 해경이 주력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自力으로 선실을 탈출한 승객들을 구조하는 일이었다. 그 일을 해경은 해냈다. 배의 바닥이 절벽이 되고 절벽이 천장이 되는 상황에서, 또 선장이 도망가 선내의 지휘체제가 무너진 상황에서, 해경이 시간에 쫓기면서 제한된 자원으로 중앙일보가 바라는 방향의 구조작업을 펼쳤더라면 구조자는 줄었을 것이다. 그때 중앙일보는 무모한 구조작업으로 피해자가 늘었다고 비판할 것 아닌가? [조갑제닷컴=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