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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 주말드라마(밤 9시 40분) <정도전> (연출 강병택 이재훈, 극본 정현민) 11일 방송에서 오랜 세월 매사에 아무 생각없는 어린아이처럼 늘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묻고 순순히 듣고 따르기만 하던 이성계(유동근)가 만인을 포용할 줄 아는 그릇이 큰 인물로 떠올라 탄복이 절로 나오게 한다.
이성계는 정도전(조재현 분)이 명나라 사신으로 간 사이 정몽주(임호 분)의 청을 받아들여 정도전이 주장한 계민수전 대신 과전법을 시행한다.
정도전은 고국에 돌아와 이성계가 자신의 뜻을 따르지 않고 정몽주의 손을 들어 준 것에 분개하여 이성계를 찾아가 따진다. 분노하여 길길이 뛰며 백성 운운 하며 대업을 포기한 거냐고 따져 묻는 정도전에게 이성계는 묵묵히 듣고 있다 냉정하게 몰아세운다."삼봉이 말한 그 정당성인가 뭔가 하는 제대로 된 대업을 하고 싶은 게외다!"
"소신 백성의 마음을 주군을 향하게 만들 것입니다!"
"백성까지 바라지도 않슴메!
내는 포은만 인정을 해 주면 그것이 정당성이외다!
고려에서 제일 잘났다는 포은 정몽주 그 사람이 집정대신의 자격으로 갔다 바치는 옥새가 아니면
내는 절대로 받지 않을 것이요!
내는 포은을 집정대신으로 맨들었으니 삼봉은 포은으로 하여금 옥새를 갔다 오게 만드시오! 이제부터는 그게 우리의 대업이우!"정도전은 이성계에게 따지러 왔다 늘 고분고분하게 자신의 말을 따르던 이성계가 단호하게 자신의 견해를 밝히자 움찔 놀라며 당황하여 사색이 된다. 이성계는 그동안 어머니 치마폭에 싸인 아들처럼 정도전에게 모든 일을 맡기고 정도전이 하라는 대로 고분고분 따랐다.
정도전이 시키는 대로 하는 이성계를 보며 이 사람이 과연 위화도회군의 용단을 내리고 고려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나라를 세운 왕이었던가 의아한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성계를 마음속에 왕으로 모시고 왕으로 세우는 일을 성취하기 위한 사상과 책략을 열변하는 정도전의 말을 언제나 잠잠히 경청했다. 가끔가다 만나게 되는 정몽주에겐 어린 아들이 큰 바위 같은 아버지에게 묻듯이 솔직하게 모르는 것을 묻고 마음을 귀울여 듣기만 했다.
이성계는 당대의 훌륭한 정치가이자 학자인 두 사람의 말과 행동과 사상을 모두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는 포용력을 보였다.
소가 되새김질하듯이 바보같이 오랜 세월 되새김질하며 충분히 자기것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놀랍다.
결정적인 때가 되자 한 번도 내비치지 않았던 심중 깊은 자신의 생각을 단호하게 결정내려 이성계 머리위에서 놀고 있다고 자만하고 있던 정도전을 단 한 번에 꼼짝못하게 한다.
진정한 리더는 정도전이나 정몽주처럼 자기 뜻만 고집하는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말을 경청하고 두루 규합하여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취사선택해 나가는 사람일 것이다.
이성계가 정도전의 지략과 정몽주의 학문에 미치지 못 한다 하더라도 양극의 두 사람을 모두 포용하고 절충하는 면에서 정도전과 정몽주를 능가하는 뛰어난 리더십의 소유자임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진출처=KBS1 드라마 <정도전>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