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추모 속 계파간 밥그릇 싸움으로 얼룩진 새정치연합 광주시장 경선
  • 분열의 시작을 알리는 총성이 울렸다.

    “새정치를 빙자한 국민 우롱!”

    새정치민주연합의 텃밭인 광주에서다.

    ‘밥그릇 싸움’으로 요약되는 공천 지분다툼이 사태의 원인이었다.

    세월호 참사의 진범으로 꼽히는 정치권이 그 어느 때보다 자숙해야 할 때다.
    하지만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반목-배신-분열]

    ‘민주화의 성지’라는 광주를 주름잡고 있는 터줏대감들의 작태가 가관이다.
    세월호 참사 속에서 몸싸움을 벌일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국민을 욕보이는 새정치연합의 몰지각한 처사,
    야권의 특권의식이 유감없이 노출된 사건이다.

     

  • ▲ 세월호 참사 속에서 광주시장 후보 전략공천을 강행해 논란을 부른 새민련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 ⓒ뉴데일리 DB
    ▲ 세월호 참사 속에서 광주시장 후보 전략공천을 강행해 논란을 부른 새민련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 ⓒ뉴데일리 DB

     



    #. 2일 밤 10시45분 국회 정론관

     

    새정치연합 박광온 대변인이 당 최고위원회 직후 마이크를 잡았다.

    “안철수-김한길 두 대표는 오늘 열린 회의에서 최고위원들과 협의한 끝에 YMCA 전국연맹 이사장을 지낸 윤장현 후보를 광주시장 후보로 결정했다.

    윤장현 후보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추구하는 가치에 가장 부합한 인물이고, 광주의 박원순 시장이 될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것이 당의 판단이다.

    윤장현 후보는 의사로서 광주의 시민사회 운동에 헌신해 왔고, 새로운 정치를 위한 힘든 길을 개척해왔다. 진정성 있고 시민과 함께하는 인물을 키워내야 한다는 광주시민의 바람에 가장 부합하다는 판단이다.”

    안철수 공동대표의 최측근인 윤장현 전 새정치연합 공동위원장을 광주시장 후보로 최종 확정했다는 발표였다.

    이른바 전략공천이었다.

    그동안 안철수 대표 측은 새정치를 위해 사람을 먼저 바꿔야 한다고 누차 주장해 왔다.
    이러한 결정이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도 어느 정도 예측했을 터.

    당을 화합하는 리더십보다 자신의 입지를 굳히는 전략을 선택하며 친노(親盧·친노무현) 세력을 뿌리친 안철수 대표였다.

     


    #. 3일 오전 광주에서 날아든 문자메시지

     

    안철수 공동대표가 자신의 최측근을 광주시장으로 낙점한지 13시간 만에 분열이 시작됐다.

    광주시장 예비후보였던 친노계 이용섭 의원은 3일 오전 11시쯤 새정치연합 출입기자들에게 ‘안철수의 새정치는 죽었다’며 탈당을 알리는 문자메시지와 이메일을 뿌렸다.

    그는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의 직함까지 생략, 직접적으로 이름을 언급하며 강한 분노를 표출했다.   

    “안철수의 새정치는 죽었다.
    사랑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을 잠시 떠나겠다.
    참담한 심정으로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을 선언한다.

    ‘광주에는 아무나 공천해도 당선된다’는 오만과 독선에 사로잡혀 광주정신을 모독하고 광주시민들의 마지막 자존심마저 짓밟은 김한길-안철수 지도부와는 이제 더 이상 어떠한 가치와 철학도 공유할 수 없음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누구보다도 당의 발전을 위해 열정을 쏟았고, 당 대표까지 도전했던 저를 탈당하도록 몰아세운 김한길-안철수 대표의 ‘정치적 보복’과 ‘지분 챙기기’에 심한 울분과 분노를 느낀다.

    김한길은 ‘통합’을 빌미로 광주시민을 기만했고, 안철수는 ‘새정치’를 빙자해 국민을 우롱한 것이다.

    김한길-안철수 대표는 공천심사관리위원회에서 논의 한 번 없이 ‘밀실정치’를 통해 황금연휴를 앞둔 심야에 전격적으로 낙하선 지분공천을 단행했다.

    이는 우리 정치역사상 가장 구태스러운 정치 행태이며, 안철수가 그토록 주장해 온 새정치의 실체가 얼마나 허구인가를 여실히 증명해 주는 것이다.

    저는 당 밖에서 시민과 함께 김한길-안철수 지도부의 정치적 횡포에 맞서 싸워나갈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김한길·안철수 지도부로부터 해방되는 날, 저는 반드시 새정치민주연합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다.”

     

  • ▲ 안철수 공동대표의 광주시장 전략공천에 반발해 탈당 의사를 밝힌 새정치민주연합 이용섭 의원이 1일 공천 결과 발표를 앞두고 친노계 좌장인 문재인 의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안철수 공동대표의 광주시장 전략공천에 반발해 탈당 의사를 밝힌 새정치민주연합 이용섭 의원이 1일 공천 결과 발표를 앞두고 친노계 좌장인 문재인 의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안철수 밀실담합, 한밤 중 테러!”

     

    안철수 대표에게 내쳐진 강운태 현 광주시장도 이날 오전 광주시의회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후보 경선을 무시한 채 밀실야합 공천을 강행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강운태 시장은 “새정치를 갈망하는 시민들에게 헌정치로 답한 안철수-김한길 대표의 반시민적·반민주적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탈당과 함께 무소속 출마 의지를 밝혔다.

    이용섭 의원과의 무소속 연대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는 이용섭 의원과의 단일화를 묻는 질문에 “단일화 여부나 방식, 시기 등은 논의한 바 없지만 전략공천에 대한 분노를 공유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했다.

    무소속 이병완 예비후보는 안철수 공동대표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한 심야 테러”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병완 후보는 이날 논평을 내고 “구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합당하며 국민에게 내세웠던 대의와 약속은 모두 뭉갠 채 ‘광주지분 챙기기’와 ‘윤장현 구하기’로 야밤의 테러로 결행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민주의 심장인 광주시민에게 심야 테러를 해놓고, 이제 누구를 향해 민주주의를 말하고 새정치를 운운하고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는지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새정치민주연합의 광주광역시장 후보에 대한 낙하산 밀실공천은 ‘안철수 정치’의 조종이며 새정치는 결국 밀실 담합으로 끝났다. 안철수 공동대표가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 3일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모인 속초청소년 YMCA 동아리연합회 소속 고교생들이 속초시내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희생자를 추모하고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리본을 달고 있다. ⓒ연합뉴스
    ▲ 3일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모인 속초청소년 YMCA 동아리연합회 소속 고교생들이 속초시내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희생자를 추모하고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리본을 달고 있다. ⓒ연합뉴스

     


    #. 이 시각 전국은 애도 물결인데...

     

    세월호 침몰 사고로 온 국민이 비통에 빠진 가운데 밥그릇 싸움이나 하고 있는 정치권과는 달리, 일부 유족과 안산 시민이 보여준 따뜻한 모습을 보면 가슴이 먹먹하기만 하다.

    의로운 청년 고(故) 정차웅(17)군의 아버지는 사랑하는 아들을 하늘로 떠나보낸 날, 가장 저렴하다는 41만6천원짜리 수의(壽衣)를 입혔다.

    최고등급 수의 가격인 400만원대의 10분의 1에 불과했지만 아버지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장례비를 아껴야 한다고 생각했다. 국민의 세금으로 모아진 혈세이기 때문이다.

    180㎝가 넘는 큰 키, 검도 3단의 유단자로 체육학도 꿈을 키워오던 아들은 세월호 침몰 당시 구명조끼를 친구에게 벗어주고 자신은 조끼도 입지 못한 채 같은 반 친구들을 구조했다.

    며칠새 더 이상 흘릴 눈물도 말라버린 고인의 아버지는 병원 장례식장의 장례용품 담당자를 찾아 아들 장례의 대략적인 가격대를 묻고는 “국민의 세금으로 아들 장례를 치르는데 어떻게 비싼 것을 쓸 수 있겠냐”며 최하등급 수의와 최하등급 관(棺)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단원고 학생들의 장례를 치르는 안산 제일장례식장 대표 박일도(59)씨는 주머니에 들어온 수익금 5,000만원을 모두 단원고에 내놓았다.

    그는 하루에도 몇 번씩 눈시울을 붉히며 “온 국민이 아파하는데 나만 장례식장 수익이 난 것을 보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일도씨는 “작은 보탬이나마 아이들이 안전한 나라가 되는데 쓰였으면 좋겠다”며 이번 사고가 난 단원고에 수익금을 기탁했다. “무조건 아이들이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달라”고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부탁하기도 했다.


    이처럼 주위를 숙연케 하는 유족과 시민들이 있는가 하면,
    제 정치적 안위를 위해 싸움질만 하는 이들이 있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이 밥그릇 다툼이나 하고 있을 때인가?
    그것도 진도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광주에서.
    정말 부끄럽기 짝이 없는 정치인들이다.

    그저 입만 놀리면 다인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정치권부터 대오각성 해야 함을 뼈저리게 깨달아야 한다.

    이런 마당에 지분이 어쩌고 저쩌고, 담합이 어쩌고 저쩌고….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몰두하는 정치권의 작태가 어이가 없을 뿐이다. 

    국민들이 민주화의 성지라는 광주의 추태를 어떻게 바라볼지,
    새정치민주연합은 다시 한번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