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경기력이 낳은 최악의 결과, 올림피아코스에 0-2 완패
  • "그런 만남이 어디부터 잘못됐는지
    난 알 수 없는 예감에 조금씩 빠져들고 있을 때쯤"
       -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 가사 中에서


    데이비드 모예스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이 모두 한국인이었다면, 노래방에서 열창을 했을 노래가 바로 잘못된 만남이 아니었을까?
    정말 어디부터 잘못됐는지 알 수가 없다. 이기면 지고, 지면 이기고, 상승세라고는 찾아 볼 수도 없고, 후안 마타를 영입했음에도 바뀐 것은 딱히 없었다.
    리그에서 맨유와 모예스가 일으킨 불협화음은 유럽 무대에서도 계속됐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는 들에 가도 샌다는 한국 속담이 있지 않은가? 오늘 밤(현지시각) 맨유는 역대 최악이었다.
    물론 모든 팀이 그러하듯이 매년 좋은 모습을 보인 것만은 아니다. 2005-06 챔피언스리그 때는 비야레알, 벤피카, 릴이 속한 D조에서 4위를 기록하기도 했고, 조콜의 농락슛과 함께 첼시에게 왕좌를 건내주기도 했다.
    비록 퍼거슨의 맨유는 순간의 흔들림은 있었어도, 그 흔들림이 결코 오래가지는 않았다. 부실한 중원이라는 악평을 매년 들어야 했지만, 그 취약 부분을 윙어와 공격수들의 활동량으로 커버, 즉 약점을 강점으로 단단히 틀어막으며 여론을 잠재웠다.
    하지만 모예스는 달랐다. 달라도 너무 달랐다. 이번 챔피언스리그 16강 올림피아코스전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올림피아코스는 맨유를 2001-02 시즌 이후 이겨보지 못했고, 맨유 또한 비단 올림피아코스뿐만 아니라, 최근 다섯 차례 그리스 원정에서 패한 적이 없다. 전력 차만 보더라도 하늘과 땅이라는 것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충분할 것이다.
    이날 경기는 누가 맨유이고, 누가 올림피아코스인지 구분하기 위해서는 선수 혹은 유니폼 클로즈 샷을 잡아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상극의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이를 반증하는 결정적인 증거는 2-4(유효슈팅 1-4) 슈팅 수와 0-2라는 경기 결과였다. 물론 맨유가 '0'이다. 도밍게즈의 첫 번째 골은 어느정도 운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겠지만, 승부에 쐐기를 박은 캠벨의 중거리 슛은 최고 수준의 골이었다.
    이런 역사와 객관적인 전력차를 무너뜨린 것은 바로 모예스의 전술이었다. 그나마 '믿을맨'인 마이클 캐릭은 저조한 패스 성공률로 부진했고(물론 팀 전체가 무너진 탓이 컸지만), 리오 퍼디난드와 비디치는 수비에 도움이 안됐고, 클레버리와 스몰링은 역시 맨유 수준의 선수가 아니라는 것을 재증명했다. 후반 15분 교체투입이 된 대니 웰백과 카가와 신지도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크랙'은 아니었다. 맨유의 주포인 판 페르시도 패배후 전술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며 답답함을 내비쳤다(맨체스터 이브닝紙).
    이제는 정말로 헤어져야 할 시간일까? 에버튼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또 재정 문제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유스팀과 2군 경기를 관전했던 모예스 감독에게 보내는 찬사와 애틋한 마음도 이제 바닥을 드러낼 정도로 사라지고 있다.
    차기 챔피언스리그 진출도 불투명한 맨유,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는 말도 이제는 옛말인가 보다.
    [사진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