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중수청·공소청 설치법 공개…'보완수사권' 논의 빠져李 대통령 '예외적으로만 필요'…여권 내부서도 찬반 갈려차진아 교수 "견제 장치 없어지면 권력 범죄에 면죄부 용이해져""'사건 핑퐁'으로 피해자 구제 불가능해져 결국은 국민이 피해"
  • ▲ 차진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내 자신의 연구실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차진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내 자신의 연구실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는 국가의 치안 대응력을 크게 떨어뜨리고, 특히 선거범죄와 같은 정치적·권력형 범죄 대응을 사실상 무력화할 우려가 있다."

    정부가 검찰청 해체를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에 이은 조치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 신설을 골자로 한 법안을 입법예고한 가운데, 차진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4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보완수사권 존폐 여부 관련 논의는 이번 입법예고에서 제외됐다. 향후 정치권에서 보완수사권의 필요성을 두고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보완수사권에 대해 '예외적으로만'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공소청이) 보완수사를 안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면서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김한규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22일 "보완수사권에 대해선 당내에서 찬성·반대가 모두 있었다"며 "대통령 말씀처럼 공소시효 만료가 임박한 사건 등은 예외 방안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과, 다른 방식 또는 보완수사 요구권을 통해 해결할 수 있어 검토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차 교수는 "검사가 보완수사를 요구해도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경찰이 기한을 무시해도, 보완수사 결과를 엉망으로 넘겨도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면서 "사건 수사에 허점이 드러나도 공소청이 손을 못 대면, 공소 유지는 그대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 검찰. ⓒ뉴데일리 DB
    ▲ 검찰. ⓒ뉴데일리 DB
    ◆ "보완수사 막으면 '핑퐁'만 … 범죄 피해자 구제 어려워져"

    차 교수는 '보완수사 요구권'만으론 한계가 분명하다고 했다. 그는 "공소청이 보완수사를 전혀 못 하고 '기소 또는 불기소'만 할 수 있다면, 공소시효 임박 사건에서 수사기관에 돌려보내는 '핑퐁'은 예견된 재앙"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소 유지 과정에서 기록을 보면 허점이 보일 수밖에 있는데, 그때마다 사건을 기관 간에 돌려보내면 두세 달씩 걸릴 수 있다"며 "구속사건이면 그 사이 피의자 신병 처리, 증거 확보 문제까지 얽혀 더 복잡해진다. 효율성의 문제와도 직결되는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국가는 국민의 생명·신체·재산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며 "보완수사권 폐지는 '국가가 범죄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책임'을 일정 부분 포기하겠다는 말로도 들린다"고 비판했다.

    차 교수는 "가령 경찰이나 중수청이 수사를 했을 때, 보완수사 없이 그대로 기소했다가 피고인이 무죄가 나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느냐"고 반문했다.

    차 교수는 특히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대표적 위험 사례로 들었다. 그는 선거범죄는 ▲6개월로 공소시효가 짧고 ▲법리도 복잡하며 ▲계획적·조직적으로 은밀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 점을 이유로 들었다.

    그는 "이와 같은 이유로 선거범죄 수사는 노하우가 필요해서 과거에도 검찰 내부에 공안부서 등을 두고 전문적으로 다뤄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안부는 선거범죄·국가보안법 위반·정당·노동·집회시위·대공·안보 등과 관련된 사안을 수사하는 검찰 부서다. 현재는 공공수사부로 이름이 바뀌었다.

    차 교수는 "경찰이 그 수준의 전문성과 축적된 역량을 단기간에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수사 부실화가 심각해져 선거판에 범죄자가 판칠 우려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함병도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공소청법-중대범죄수사청법 공청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함병도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공소청법-중대범죄수사청법 공청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행안부 산하' 중수청 … 권력범죄 은폐 누가 감시하나" 

    검찰청 폐지에 따른 수사기능을 이어갈 중수청은 행안부 외청으로 설치된다. 정부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행안부 장관은 중수청에 대해 일반적인 지휘·감독 권한을 가진다.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서는 중수청장만을 통한 지휘·감독권을 인정한다.

    행안부는 이미 경찰청과 소방청을 외청으로 두고, 재난 안전을 총괄하고 있다. 여기에 오는 10월엔 9대 중대범죄 수사권을 가진 중수청까지 추가될 전망이다.

    차 교수는 "정치인 등 힘있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범죄는 사실상 다 수사할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 것"이라며 "정권 비리 같은 민감한 사건은 결국 그대로 묻힐 가능성이 커진다"고 우려했다.

    그는 "사실상 중수청이 최상위 수사기관이 되는 구조"라며 "개별적인 수사를 사실상 정권의 입맛대로 조작 가능하게 된다. 또 정적을 제거하는 수단으로 중수청이 활용될 가능성까지 생긴다"고 했다.

    차 교수는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가 오히려 가해자로 몰리는 사례는 적지 않다"며 "범죄 피해를 겪어본 국민이라면 공감할 문제"라고 했다. 

    그는 "보완수사는 잘못된 수사를 바로잡는 '2차 방어선' 역할을 한다"며 "그 장치를 없애면 억울한 피해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보완수사권을 없애는 결과 이득을 보는 쪽이 누구인지 냉정히 봐야 한다"며 "대형 선거범죄, 권력형 부패, 정치권 관련 범죄에 대해 '속수무책'이 되는 구조라면, 그건 제도 설계의 목적 자체를 의심하게 만든다"고 했다.

    한편 지난해 11월 대검찰청의 검찰제도개편 TF 조사 결과, 검사 910명 중 중수청행 의사를 밝힌 사람은 7명(약 0.8%)으로 조사됐다. 법조계에선 "중수청이 법무부가 아닌 행정안전부 산하로 들어가면서 '정권 입맛'에 따라야 한다는 문제 등 조직 안정성에 대한 우려심에서 나온 결과"란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