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뛰는데 우리는 멈췄다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은 준비완료·실행은 '실종'테슬라는 이미 상용화…현대차는 노조에 제동피지컬 AI 경쟁 본격화 속 도입 지연 리스크
  • ▲ 세계 최대 정보기술(IT)·전자 전시회 'CES 2026' 개막을 앞두고 열린 현대차그룹과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미디어데이에서 지난 5일(현지시각) 공개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출처=APⓒ뉴시스
    ▲ 세계 최대 정보기술(IT)·전자 전시회 'CES 2026' 개막을 앞두고 열린 현대차그룹과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미디어데이에서 지난 5일(현지시각) 공개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출처=APⓒ뉴시스
    글로벌 제조업 경쟁의 무게 중심이 인공지능(AI)과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가운데, 한국 제조업의 미래 전략이 내부 갈등에 가로막히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테크 리더들은 '로보틱스'를 국가 경쟁력의 핵심 축으로 규정하며 속도전을 강조하고 있지만, 국내 최대 제조기업인 현대자동차는 노사 대립이라는 구조적 장벽에 발이 묶인 모습이다.

    23일 산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전날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생산 현장 투입과 관련해 "노사 합의 없이는 단 한 대도 현장에 들어올 수 없다"며 공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소식지를 통해 "신기술 도입(로봇 자동화)과 해외 물량 이전은 노사 합의 없는 일방통행"이라며 강경 대응 방침을 분명히 했다.

    현대차그룹이 이달 초 세계 최대 정보기술(IT)·전자 전시회 'CES 2026'에서 공개한 아틀라스를 겨냥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아틀라스를 통해 로봇을 핵심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을 천명했다.

    2028년까지 3만대 양산 체제를 구축하고, 미국을 중심으로 생산 거점을 마련해 현장에 단계적으로 투입하겠다는 로드맵도 제시했다.

    시장은 이를 미래 성장성의 신호로 해석했고, 현대차 주가 역시 급등했다.

    그러나 기술과 투자가 받쳐주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 도입은 불투명하다.

    아틀라스 도입이 고용 충격과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노조가 이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서다.

    노조는 비용 구조상 로봇이 인력보다 효율적이라는 점을 들어, 자동화 확대 자체를 차단하겠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휴머노이드 로봇의 연간 유지비는 1대당 1400만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반면 현대차 주요 상장 계열사의 1인당 평균 인건비는 연간 1억3000만원 안팎이다.

    로봇은 사실상 24시간 가동이 가능해, 생산성과 비용 경쟁력 면에서 기업에 막대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 ▲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출처=APⓒ뉴시스
    ▲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출처=APⓒ뉴시스
    문제는 이러한 국내의 논쟁이 글로벌 산업 환경과 완전히 반대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스위스 다보스의 세계경제포럼(WEF) 현장에서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가 이미 공장에 투입돼 단순작업에 활용되고 있다"며 "올해 연말 쯤에는 더욱 복잡한 작업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봇이 더 이상 미래 비전이 아니라 실증 단계에 들어갔다는 선언이다.

    실제로 앞서 테슬라는 사회관계망서비스 X(엑스, 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공장 내부에 두 대의 옵티머스 로봇을 배치해 반복 작업을 수행하도록 한 모습을 공개했다.

    또한 일부 외신 보도에 따르면 테슬라는 미국 내 일부 제조 현장에서 옵티머스를 조립라인의 단순·반복 작업 보조용으로 테스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 CEO는 아울러 내년 말에는 일반 대중에게 휴머노이드 로봇을 시판할 것이라는 계획도 공개했다.

    그러면서 로봇공학이 세계 경제의 폭발적 성장을 촉진할 뿐 아니라 로봇의 대량 생산을 가능케 할 것이라며 "로봇이 인간보다 더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했다.

    로봇과 함께하는 삶은 애써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된 것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역시 같은날 WEF에서 각국이 산업 역량과 AI 기술을 결합해 '피지컬 AI와 로보틱스'를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로보틱스는 한 세대에 한 번 찾아오는 기회"라고 선언했다.

    이는 글로벌 테크업계 리더들은 공통적으로 로봇을 산업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 ▲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출처=EPAⓒ연합뉴스
    ▲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출처=EPAⓒ연합뉴스
    머스크와 황이 각각 실행과 전략 차원에서 로봇 시대를 맞이하는 동안, 국내 제조 현장은 여전히 도입 자체를 둘러싼 갈등에 갇힌 상태다.

    노조의 논리는 단기 고용 방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자동화 흐름을 지연시키는 방식으로 당장의 일자리를 지키는 것은 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시장에서 밀려나는 기업은 결국 생산 축소와 구조조정이라는 더 큰 충격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해외 주요국들은 로봇 도입과 함께 재교육과 직무 전환을 병행하며 산업 구조 전환을 관리하고 있다. 자동화를 막기보다 활용하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선 것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새로운 변화 자체를 차단하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

    현대차가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생존하려면 현상 유지를 벗어나 생산성·품질·비용 구조를 동시에 개선하기 위한 솔루션이 필요하다.

    애써 공들여 온 로봇 기술이 현장에 안착하지 못할 경우, 기업 가치 제고와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목표는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결국 현재의 갈등은 단순한 노사 분쟁이 아니라, 한국 제조업이 미래 경쟁에 뛰어들 것인지, 아니면 내부 이해관계에 발목 잡혀 뒤처질 것인지의 문제다.

    세계 최고 테크리더들이 한 목소리로 외치는 '로보틱스 시대'를 외면한다면, 국내 산업 현장은 여전히 '제 밥그릇' 지키기에 골몰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자동화와 로봇은 선택지가 아니라 생존 조건이다. 이 흐름을 외면한 채 시간을 허비한 대가는, 결국 산업군 전체가 치르게 될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