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외환시장 첫날도 원화 약세…아시아 통화 동반 하락동남아 통화불안 확산…인도네시아 재정·환율 '이중 압박'무역흑자에도 힘 못쓰는 원화…1500원대 환율"97년과 닮았지만 다르다"…국가별 체력 시험대 오른 아시아
-
- ▲ 지난 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 장기화 전망 속에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아시아 외환시장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외환시장 거래시간이 24시간으로 확대된 첫날인 6일에도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7원 오른 1530.3원에 마감하며 원화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원화는 최근 1500원대의 고환율을 이어가고, 인도네시아 루피아는 사상 최저권까지 밀렸다. 엔화도 40년 만의 약세를 기록하는 등 아시아 주요 통화가 동반 하락하면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떠올리는 시각도 나온다.다만 전문가들은 당시와 지금은 위기의 성격이 다르다고 진단한다. 1997년이 고정환율제와 단기외채, 외환보유액 부족이 겹친 '시스템 위기'였다면, 현재는 강달러라는 공통 충격 속에서 국가별 재정건전성과 경상수지, 정책 신뢰도, 자본 흐름에 따라 통화 가치가 차별화되는 국면이라는 분석이다.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아시아·태평양 경제전망'에서 중동발 에너지 충격과 강달러를 아시아 경제의 새로운 위험요인으로 지목하면서도 국가별 경제 펀더멘털에 따라 충격의 강도는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
- ▲ 인도네시아 루피아화와 미국 달러화 지폐. 출처=AFPⓒ연합뉴스
◇동남아부터 번지는 통화불안 … 가장 취약한 고리는 인도네시아강달러 여파로 아시아 주요 통화가 동반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동남아시아가 가장 큰 압박을 받고 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는 사상 최저권까지 밀렸고 태국 바트와 필리핀 페소도 달러 대비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유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 보조금 확대와 재정 부담, 외국인 자금 이탈이 맞물리면서 시장의 불안 심리도 커지는 모습이다.IMF는 최근 보고서에서 강달러와 중동발 에너지 충격을 아시아 경제의 주요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다만 외환위기 당시처럼 지역 전체가 동일한 충격을 받기보다는 국가별 재정건전성과 대외건전성, 정책 신뢰도에 따라 충격의 크기가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현재 가장 취약한 고리로는 인도네시아가 꼽힌다. 루피아는 사상 최저권에서 거래되고 있고 경상수지는 적자로 돌아섰다. 여기에 에너지 보조금과 무상급식 등 대규모 재정지출이 재정 부담을 키운 데다 외국인 자금 유출까지 이어지면서 통화와 재정이 동시에 시험대에 올랐다.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올해 인도네시아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며 정책 신뢰와 재정건전성, 외환 완충능력 약화를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또 다른 글로벌 신평사 무디스도 같은 취지의 전망 조정을 내놓으며 투자자들의 경계심을 키웠다.다만 인도네시아가 곧바로 외환위기에 직면한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IMF는 올해 인도네시아 연례협의 보고서에서 경제 성장세는 여전히 견조하고 외환보유액도 외부 충격을 감내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재정 여력과 정책 신뢰를 유지하지 못할 경우 대외 불안이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원화도 흔들리지만 … 위기의 원인은 다르다원화 역시 이번 강달러 국면에서 가장 크게 흔들린 아시아 통화 가운데 하나다. 원·달러 환율은 1500원대를 넘나들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고, 올해 들어 원화 가치 하락폭도 아시아 주요 통화 가운데 상위권에 속한다.다만 원화 약세의 배경은 인도네시아와는 다소 다르다는 분석이다.한국 경제는 상반기 사상 최대 규모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는데도 원·달러 환율은 1500원대를 넘나들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통상 무역흑자가 늘면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가 국내로 유입돼 환율이 내려가지만, 이번에는 이런 공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로 달러가 빠져나가는 반면, 해외주식 투자 확대와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의 해외자산 운용, 기업들의 달러 보유 확대 등 구조적인 달러 수요가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인도네시아가 재정 확대와 경상수지 적자, 외국인 자금 이탈이 맞물리며 통화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은 대외건전성 자체가 약화됐기보다는 자본 흐름 변화가 환율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실제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외환보유액도 4200억 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말 외환보유액은 약 4274억 달러로 외부 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 완충 능력을 유지하고 있다.IMF 역시 한국 경제의 대외건전성과 외환 대응 능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변동환율제와 충분한 외환보유액은 외부 충격을 흡수하는 핵심 안전장치로 꼽힌다.물론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강달러가 장기화하고 외국인 자금 유출과 해외투자가 이어질 경우 원화 약세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를 1997년식 외환위기의 재현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진단한다. 당시와 달리 대부분 국가가 변동환율제를 운영하고 있고 외환보유액도 크게 늘어난 만큼, 이번에는 강달러라는 공통 충격 속에서 국가별 경제 체력과 자본 흐름의 차이가 환율에 반영되는 국면이라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