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지역 위협 넘어 '美 본토에 대한 위험'"美 지원은 제한적" … 韓 방위 책임 확대비핵화 언급 생략된 유연한 현실주의
  • ▲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 ⓒ뉴데일리 DB
    ▲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 ⓒ뉴데일리 DB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3일(현지시각) 향후 미 국방 정책의 이정표가 될 '2026 국가방위전략(NDS)' 보고서를 공개했다.

    미국은 이번 보고서에서 북한의 핵 위협을 미국 본토 안보와 직결된 실존적 위험으로 규정하는 한편, 한국이 방위 산업 역량과 병역 제도를 바탕으로 대북 억제력의 '주도적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점을 명문화했다.

    미 국방부는 34쪽 분량의 이번 보고서에서 중국, 러시아, 이란과 함께 북한을 4대 핵심 위협국으로 명시했다. 보고서는 "북한은 미국과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에 직접적인 군사적 위협(direct military threat)을 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북한의 전력에 대해 "대규모 재래식 전력은 대부분 노후화되었거나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지만 한국은 북한의 남침에 대비해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북한의 미사일 전력은 한국과 일본의 목표물을 재래식 무기, 핵무기, 기타 대량살상무기로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북한의 핵 역량이 미국 본토를 직접 겨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부분도 눈에 띈다. 보고서는 북한의 핵전력이 "규모와 첨단화 측면에서 정교해지고 있으며 미국 본토에 대한 핵 공격이라는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협(a clear and present danger)"이라고 규정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의 역할 재조정을 통해 미국의 전략적 부담을 덜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보고서는 한국에 대해 "높은 국방비 지출·탄탄한 방위산업·징병제를 바탕으로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한 한국은 미국의 중요하지만 제한적인 지원을 받으면서도 북한을 억제하는 데 있어 주된 책임(primary responsibility)을 질 능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북한으로부터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협에 직면해 있는 한국은 그렇게 할 의지도 있다"고 덧붙이며 한국의 역할 확대를 기정사실화했다.

    미국은 "책임 균형의 조정은 한반도에서의 미군 태세를 현대화하려는 미국의 이익과 일치한다"고 밝혀 향후 주한미군의 규모나 성격 변화를 포함한 연합방위 체계의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했다.

    이번 NDS는 지난달 발표된 국가안보전략(NSS)을 군사적으로 구체화한 문서로 '힘을 통한 평화 재건'을 부제로 달았다. 주목할 점은 이전 행정부의 문서들과 달리 '북한 비핵화'에 대한 언급이 전혀 담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북핵 문제를 현실적 위협으로 간주하고 억제와 방어에 집중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 특유의 안보관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보고서는 결론에서 "미국은 더 이상 무분별한 해외 개입에 자원과 생명을 낭비하지 않는다. 그러나 물러서지도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구체적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유연한 현실주의'를 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이번 NDS는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이 자국 방어에 더 큰 비용과 책임을 지도록 유도하는 '유인책'을 강화하겠다는 미국의 향후 행보를 명확히 선언한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