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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주말드라마(토,일 오후 7시 55분) '왕가네 식구들'(연출 진형욱, 극본 문영남) 16일 마지막 방송에서 김희정은 조성하를 떠나 연락을 끊어 버리는 단호한 모습을 보여 깜짝 놀라게 한다.
민중이가 전처 자식들만 싸고 돌며 미호는 홀대하고, 전처 수박(오현경 분)과 처가댁하고도 확실한 선을 긋지 못하고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자 애만 태우며 혼자 갈등하던 순정(김희정 분)은 미호를 데리고 떠나 아예 연락을 끊어 버린다.
순정은 부두가에서 열심히 일하며 민중을 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민중이가 전화해도 받지 않고, 문자를 보내 통사정 해도 답신하지 않는다.
순정의 이모부 최대세(이병준 분)는 민중이를 한번 만나보라고 설득 한다.
순정은 "그 사람이 편안해지면 나도 편안해질 거다, 그 사람이 아퍼하면 나도 아프고 항상 그랬다, 미호 키우며 혼자 살겠다, 나 있는 곳 그 사람한테 절대 알려주지 말라"고 진심으로 부탁한다.
순정은 부두가 구석으로 달려가 혼자 울음을 삼키며 몸부림 친다.
잠을 이루지 못 하고 뒤척이다 순정은 부두가로 나와 캄캄한 바다를 쓸쓸히 하염없이 바라본다.
민중이가 준 머리핀을 가슴 아프게 바라보다 마음이 약해질까 봐 보물처럼 아끼던 머리핀을 바다속으로 던져 버린다. 민중이의 전화를 받지 않으려고 핸드폰도 던져버린다.주위의 사람들을 배려해 주며 이해심도 많아 주변 사람들을 편하게 해주고 힘이 되어 주는 한없이 착한 순정이다. 민중이가 흔들릴 때 딸을 들이밀기만 하면 쉽게 자신한테로 넘어올 수 있는데 갖은 모욕을 당하면서도 아무한테 말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확실하게 정리될 때까지 참고 기다리는 순정이는 대단한 여자다.
온갖 모멸감을 잠잠히 받아들이고 자신 때문에 이혼한 것도 아닌데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없이 여린 순정이가 칼같이 민중이와 끊고 돌아설 때 순정이의 결단력에 화들짝 놀라게 된다.
참는 것이 미덕이지만 참는 것만이 능사가 아닐 때가 있다.
참고 넘어가면 될 문제가 있고 그 순간은 괴롭지만 문제와 직면하는 아픔을 견뎌내야 할 때가 있다.
두려움 때문에 참으면서 문제를 회피 하는 것은 마음 속에 문제를 집어 넣어 꾹꾹 담아 놓는 것이다. 언젠가 포화상태가 되어 더 이상 제어할 수 없게 되어 가스처럼 폭발한다.
순정이처럼 민중이와 헤어지는 아픔과 손해를 감수하고 분명한 행동을 취해야 결말이 난다.
극히 평범한 순정이는 결코 평범하지 않다. 미덕과 지혜와 결단력도 갖춘 정말 대단한 여자다.
[사진출처=KBS2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 캡처]





